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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댄스 (상)

댄스 댄스 댄스 (상)

[ , 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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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2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04g | 133*192*30mm
ISBN13 9788970125428
ISBN10 897012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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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
“솔직히 말해서 짐작이 안 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냐 하면 말이야” 하고 그녀는 내 눈을 보면서 말한다. “추운 겨울 아침에, 싫어라, 일어나고 싶지 않아, 하고 생각하면서, 커피 향기와 햄에그를 굽는 지글거리는 냄새와 토스터 작동이 멈추며 나는 탁탁 하는 소리에 그만 참을 수 없어서, 과감하게 침대를 박차고 나오는 일이야.”
“좋아. 해보자고” 하고 나는 웃으면서 말한다.
--- pp.28~29

새벽녘에 나는 혼자서 멍하니 달을 바라보면서, 이런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나는 곧 또 어디선가 다른 여자와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유성처럼 자연스레 이끌린다. 그리고 다시 헛되이 기적을 기대하며, 시간을 갉아먹으며, 마음을 마멸시키며, 헤어져 가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 p.33

우리는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거기에선 낭비가 최대의 미덕이다. 정치가는 그것을 내수의 세련화라고 부른다. 나는 그것을 무의미한 낭비라고 부른다. 사고방식의 차이다. 하지만 비록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다 해도, 어쨌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방글라데시나 수단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방글라데시에도 수단에도 별다른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묵묵히 일을 계속했다.
--- p.47

그런 건 만성이 돼. 일상생활에 파묻혀서 어느 것이 상처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거야. 하지만 그것은 거기에 있지. 상처라는 건 그런 거야. 이거다 하고 끄집어내어 보여 줄 수도 없어.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대수로운 상처가 아냐.”
--- p.115

당시엔 그렇게 생각지 않았지만, 1969년까지만 해도 세계는 단순했다. 전투경찰 대원에게 돌을 던지는 정도의 일만으로도, 경우에 따라서는 누구나 자기 의사 표명을 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좋은 시절이었다. 하지만 세속화된 철학의 바탕 아래 도대체 누가 경찰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도대체 누가 자진해서 최루가스를 뒤집어쓰려고 하겠는가?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 p.126

“하지만 춤을 추는 수밖에 없어” 하고 양 사나이는 말을 이었다. “그것도 남보다 멋지게 추는 거야. 모두가 감탄할 만큼 잘 추는 거지. 그렇게 하면 나도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지 몰라. 그러니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 pp.180~181

나는 예전엔 인간이란 건 일 년, 일 년 순서대로 나이를 먹어 가는 거라고 생각했어.” 고탄다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듯 하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인간은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다고.”
--- p.268

이따금 그녀가 부러워졌다. 그녀가 지금 열세 살이라는 것이. 그녀의 눈에는 갖가지 일들이 모두 신선하게 비칠 것이다. 음악이며 풍경이며 사람들이. 그것은 내가 보고 있는 사물의 모습과 아주 다를 것이다. 나 역시 옛날에는 그랬다. 내가 열세 살이었을 무렵, 세계는 훨씬 단순했다. 노력은 당연히 보답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고, 말은 당연히 보증될 것이었고, 아름다움은 그곳에 머물 수 있는 것이었다.
--- pp.36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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