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4월 25일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에는 ‘핵산의 분자 구조 : 디옥시리보핵산(DNA)의 구조’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의 저자는 당시 젊은 과학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었다. 이 논문은 겨우 900 단어 분량으로 2페이지를 채운 아주 짧은 논문이었지만, 과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논문에는 왓슨과 크릭 두 사람이 DNA라는 생체 분자가 이중나선 구조를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이 발견은 20세기 과학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써 생명 현상에 깔려 있는 핵심 원리가 밝혀졌고 이후 분자생물학을 비롯한 수많은 분야의 연구를 촉발시켰으며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 「파트1 유전과 DNA의 역사 - DNA는 이중나선!」 중에서
인간게놈의 염기서열 30억 쌍이 담겨 있는 청사진인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된 사건은 인간이라는 생명의 유전정보가 담긴 한 권의 책을 편찬한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이 책에는 생명의 신비에 대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인간의 생로병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더 연구돼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생명의 신비 일부가 베일을 벗었다. 흥미롭게도 인간의 유전자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남성 유전자가 여성보다 돌연변이가 많고, 사람이 세균으로부터 유전물질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파트2 인간게놈프로젝트 - 밝혀진 생명의 신비 8가지」 중에서
단백질은 기본적으로 20가지의 아미노산이 사슬처럼 연결돼 형성된다. 이때 어떤 아미노산이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다른 단백질 분자가 생긴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속에는 몇 종류의 단백질이 있을까. 인체를 구성하는 수조 개의 세포 구성은 물론 생명현상을 주관하는 각종 화학반응이 단백질로 인해 이뤄진다. 따라서 인체 내 단백질의 수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단백질의 정확한 개수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유전자(단백질 합성의 정보를 간직한 DNA 부위)는 2만여 개라고 밝혀졌다. 유전자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단백질이 만들어지므로 인체 내 단백질은 최소 2만 개는 될 것이라는 추측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체 내 단백질의 수는 RNA 짜깁기(splicing)와 단백질 가수분해 때문에 5만~50만 개로 늘어날 것이고, 번역 이후의 변형이 고려된다면 200만 개까지 추정될 수 있다.
- 「파트3 DNA로 보는 생명의 세계 - 생명현상의 키워드 단백질」 중에서
포스트게놈시대를 맞이해 게놈프로젝트의 연구결과를 의학이나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일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물체의 기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그 핵심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기능과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는 일이다.
유전자와 단백질 사이의 상호관계에 관한 연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전학(genetics)을 바탕으로 진행돼 왔다. 즉 어버이로부터 자손에게 전해지는 유전정보는 DNA라는 언어로 쓰여 있으며, DNA 염기서열의 변화와 재조합에 의해 형질의 변화가 발생한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DNA 염기서열에 변화가 전혀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유전자 기능에 변화가 나타나고, 이 변화가 어버이로부터 자손에게 전해진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전현상의 이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유전자 발현이나 기능의 변화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떻게 자손에게 전해지는지 밝히는 ‘후성학(?ij, epigenetics, 또는 후성유전학이라고도 한다)’의 등장이다.
- 「파트4 질병 치료, 개인 맞춤 시대 - 유전자 조절 비밀 간직한 메틸레이션」 중에서
‘컴퓨터’ 하면 우리는 대부분 키보드와 모니터, 그리고 본체라고 불리는 네모난 상자를 떠올린다. 또 롬(ROM), 램(RAM), 기가바이트, 메가헤르츠 같은 용어도 떠올려야 한다. 우리는 이미 실리콘 소재로 만든 마이크로칩 기반의 컴퓨터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까지 컴퓨터 발전의 역사는 ‘더 빠르게, 더 작게’라는 구호 아래 숨 가쁘게 달려왔다. 하지만 기존의 마이크로칩은 결국 속도와 크기 경쟁에서 곧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지금도 세계 유수의 반도체칩 연구원은 컴퓨터의 속도를 더욱 향상시킬 새로운 물질을 간절히 찾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차세대 선두 주자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재료는 바로 DNA다. DNA는 우리 몸속의 유전자를 이루고 있는 나선 형태의 긴 고분자물질이다. 그런데 이 DNA 분자가 슈퍼컴퓨터보다 더 빠른 계산 능력이 있음을 밝혀졌다. 이 내용은 1994년 11월 과학저널《사이언스》에 ‘분자컴퓨팅을 이용한 조합문제 해결’이란 논문으로 발표됐다. 논문의 결론에 따르면 현재 인간을 포함한 우리 주위의 생명체에는 수백억 개에 달하는 ‘자연산 슈퍼컴퓨터’가 존재하는 셈이다.
- 「파트5 인공 DNA에서 DNA 컴퓨터까지 - ‘자연산 슈퍼컴’ DNA 컴퓨터」 중에서
지능이 유전되는가 하는 문제는 현대과학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여러 세기 동안 학자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해 왔다. 찰스 다윈의 사촌으로 영국의 유전학자이자 우생학(
??j, eugenics)의 창시자인 프란시스 골턴은 그 해답을 찾고자 유명한 학자, 재판관, 저자, 음악가, 정치가, 종교지도자의 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저명한 인물의 아들 가운데 저명인사가 된 비율이 48%, 손자 가운데 저명인사가 된 비율은 14%, 증손자 가운데 저명인사가 된 비율은 3%임을 발견했다.
한 사람의 유전자는 자식에게는 1/2(50%), 손자에게는 1/4(25%), 증손자에게는 1/8(12.5%)이 전달된다. 따라서 골턴의 발견은 저명인사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비율과 후손이 저명인사가 될 확률이 대체로 비례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 자행된 우생학 남용은 지능의 유전성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데 한동안 큰 장애가 됐다. 독일의 나치가 시행했던 극단적인 우생정책은 인권을 침해했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파트6 유전자, 내 인생을 얼마나 좌우하나 - 지능, 유전의 영향 나이 들수록 막강」 중에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