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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524쪽 | 548g | 130*190*35mm
ISBN13 9791167372734
ISBN10 116737273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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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옷장이 있는 방에서 나오는 엄마를 본다. 하얀색 긴 슈미즈를 걸치고 머리에는 세귀르 백작 부인의 그림책에 나올 법한 나이트캡을 쓴 모습이다. 엄마는 문을 닫다가 그대로 부딪히는 바람에 코를 부여잡는다. 문에 대해 내가 느끼는 공포는 나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다. 문은 언제나 무언가를 때리거나, 갈라놓거나, 나를 밖에다 내버려둘 것이다.
--- p.15

집은 자기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부인처럼 앉아 있다. 수많은 기억을 내쉬는 차풀테펙의 늙은 나무들처럼 거대한 낙우송 곁에서, 집은 자기 맥박을 찾는다. 이슬 맺히는 새벽, 잠에서 덜 깬 낙우송이 어둠 속에서 나를 바라본다. 나도 그 옆에서 나무를 바라보며 껍질을 쓰다듬고, 입을 맞추고, 몸통에 내 등을 문지른다. 나무의 강함은 곧 우리의 강함이다. 우리 할머니의 강함, 우리 엄마의 강함, 프란시스카 이모의 강함. 강한 여자들, 친밀함 속에서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여자들. 집은 나의 우주다. 나는 집 너머를 알지 못한다. 아직 창문 밖을 내다보지 않는다.
--- pp.151~152

“엄마 저는 어디 사람이에요? 제 집은 어디에 있어요?”
--- p.212

오직 충격과 소란만이 나를 진정으로 살게 한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것 같다. 내게 갑자기 용골이 생긴다. 물 위에 있는 줄도 모르고, 느끼지도 못하면서 파도의 리듬을 따라가는 가벼운 배라도 된 듯하다. 얼마나 가볍고 얼마나 우아한가! 예상치 못한 파도에 맞는 바람에, 몇 초간 진실에 손을 댄다. 너무 차가워 놀란 나머지 감기에 걸린다. 너무도 세차게 치는 파도가 나를 놔주지 않다가 질식하기 직전에야 놔준다. 표면으로 올라온 나는 다시 미소 짓는다. 제정신이 아닌 모습으로, 달콤하게, 한 번도 흘려보낸 적 없고 여태 아무도 알아차린 적 없는 나만의 매력을 드러내면서.
--- p.451

깨끗하든 더럽든, 뚫렸든 막혔든, 모든 것은 똑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결국에는 모두 낡아서 죽을 것이다. 혼자서도 자라는 골짜기의 백합 이야기는 거짓이다. 거짓말이다. 하느님은 아무도 보살피지 않는다.
--- pp.465~466

모든 것은 집에서 끝이 난다. 집을 떠나거나, 집으로 돌아오거나. 소피아는 사랑으로 빛나고, 불의 섬을 향해 나아간다. 그 애처럼 사랑에 빠진 소녀가 되는 건 멋진 일일 것이다.
--- p.501

오후 2시가 될 무렵, 감정을 비우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창밖으로 델바예-코요아칸 지구를 내려다본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마리아 펠릭스를 닮은 버스 기사처럼 나는 내가 걸어온 거리에 시선을 고정한다. 엄마, 우리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혼자서 창밖을 내다보며 보낼까요? 이럴 때면 나는 엄마에게 물어보게 돼요. 엄마, 나의 어머니, 나의 심장, 나의 어머니, 나의 심장, 나의 어머니, 엄마, 내가 느끼는 이 슬픔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어디에요, 엄마?
---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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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의 문학 세계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증언하기 위해 가장 예리한 청각, 즉 듣기의 기술을 연마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전통적인 장르 구분을 넘나드는 독특한 서술자인 작가는 현실과 픽션의 길을 영웅처럼 답파한다.
- 호세 이그나시오 (전 스페인 문화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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