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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시골 의사 (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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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시골 의사
[도서] 변신 / 시골 의사
프란츠 카프카 저/박종대 역 책세상
10% 10,080
변신 / 시골 의사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88*296*20mm
ISBN13 9791159318849
ISBN10 115931884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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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살짝 들자 아치형의 각질로 뒤덮인 둥근 갈색 배가 보였고, 배의 불룩한 곳에 걸쳐 있던 이불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몸통에 비하면 정말 형편없이 가느다란 다리들이 무수히 눈앞에서 속절없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변신」중에서

그레고르는 대답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디를 보나 자신의 예전 목소리가 분명했지만, 몸속 깊은 곳에서 억제할 수 없이 올라오는 어떤 고통스런 찍찍거림이 거기에 섞여 있었다. 이 소리 때문에 그의 말은 처음에만 명확하게 들렸을 뿐, 나중에는 상대가 제대로 알아들었을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 엉켜버렸다.
---「변신」중에서

그레고르 옆으로 무언가가 날아와 바닥에 가볍게 쿵 떨어지더니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사과였다. 곧이어 두 번째 사과가 날아왔다. 그레고르는 공포에 질려 걸음을 멈추었다. 계속 도망쳐봤자 소용이 없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과 폭격을 퍼붓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변신」중에서

그레고르는 심한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앓았다. 사과는 누구도 빼낼 엄두를 내지 못해 여전히 눈에 보이는 육신 속의 기념비처럼 그의 등에 꽂혀 있었다. 이걸 보면서 아버지조차 그레고르가 지금의 애처롭고 역겨운 몰골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일원이고, 그래서 원수처럼 대해서는 안 되고, 혐오감을 꾹꾹 누르면서 참고 또 참는 것만이 가족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변신」중에서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요. 두 분은 알면서도 외면하고 계시는지는 몰라도 저는 안 되겠어요. 저 괴물을 오빠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든 저걸 치워버려야 해요. 돌보고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요. 우린 사람으로서의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우리한테 비난을 할 수는 없을 거예요.”
---「변신」중에서

“이제 어떡하지?” 그레고르는 이렇게 혼자 물으며 어둠 속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더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임을 곧 알아차렸다.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껏 이렇게 약하고 얇은 다리로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움직여왔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온몸에 통증이 있었지만, 그게 서서히 약해지고 또 약해지다가 마침내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등에 박힌 썩은 사과와 먼지로 뒤덮인 사과 주변의 염증도 이젠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변신」중에서

잠자 씨 가족은 편안하게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 가만히 따져보니 전망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셋 다 어쨌든 일자리가 있었고, 게다가 서로 꼬치꼬치 묻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면 조건도 괜찮은 편이었고, 특히 전망이 밝았다.
---「변신」중에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급히 먼 길을 떠날 일이 생긴 것이다. 중환자가 16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환자 사이의 공간에는 강한 눈보라가 몰아쳤다. 마차는 준비되어 있었다. … 그런데 말이 없었다. 마차를 끌 말이.
---「시골 의사」중에서

나는 한창 잘나가던 의사 자리를 잃었다. 후임자가 내 자리를 훔쳐갔다. 그러나 소용없다. 나를 대체할 수는 없을 테니까. 내 집에서는 그 역겨운 마부 놈이 난동을 부리고, 로자는 그놈의 제물이 된다. 그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 늙은 몸은 벌거벗은 채, 저 세상의 말이 끄는 이 세상의 마차를 타고 이 불행한 시대의 혹한 속을 정처 없이 떠돈다.
---「시골 의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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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문학의 한 장르로 만든 작가는 카프카가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현실에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만날 때, 비밀의 장막에 숨겨진 듯한 제도나 체제, 법의 장벽과 마주칠 때, 우리를 초월해서 있는 불가해한 권력의 존재를 희미하게 느낄 때, 그것은 지극히 카프카적이다.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우리는 벌레로 변신할 수 있으며, 아무 잘못도 없이 체포될 수 있고, 심지어 그것은 지극히 합당하며, 측량사는 성으로부터 일을 의뢰받았으나 아무도 그에게 일을 의뢰하지 않았다. 카프카는 양말을 뒤집듯이, 그 어떤 흔적도 없이 꿈과 현실을 역전시킨다. 왜 하필이면 다른 작가가 아닌 카프카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걸까. 여기서 카프카는 어쩌면 하나의 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알려지지 않은 익명의 어떤 자장 속으로 마침내 들어갈 수 있는.
- 배수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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