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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두 번째, 런던에 가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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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38g | 128*188*20mm
ISBN13 9791197916816
ISBN10 1197916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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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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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자기 얘기를 책에 쓰는 게 아닐까 의심하는 듯한 기이하고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우리 교구 목사님의 아내는 이에 관해 유난히 장황하게 떠들어 대며 자기는 내 작품에 나온 인물들을 모두 알아보겠더라고 단언한다.
--- p.10

집에 돌아오니 늘 그랬듯 예기치 못한 일들이 첩첩이 쌓인 채로 나를 맞이한다. 손님방 천장에 알 수 없는 얼룩이 생겼고 비키는 정원사의 자전거로 무언가를 했다는데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커다란 멍이 들었으며 며칠 전에 답장했어야 할 편지들이 내게 전달되지도 않았다. 연보라색 장식의 싸구려 케이크와 함께 잼도 없이 내온 차가 몹시 텁텁해서 깜짝 놀란다. 아침에 요리사에게 얘기할 생각을 하니 몹시 괴롭다. 잠자리에 들 무렵이 되자 로즈와 런던, 도티 가의 아파트가 까마득한 과거의 일인 양 느껴진다.
--- p.48

콧수염 난 프랑스 신사가 버스 한쪽을 차지하고 다른 한쪽은 내가 차지한 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다. 남편이나 아이들 없이 어떤 목적으로든 어딘가에 혼자 간다는 건 확실히 기분 좋은 일이라는 묘한 생각이 뜬금없이 머릿속을 파고든다. 너무도 부자연스러운 생각이라 경악하며 떨쳐 내려 애쓴다.
--- p.85

그녀는 푸프에 앉으라고 하더니 러시아 담배를 권한다. 나는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다. 그러자 패멀라는 아, 아이들! 하며 울음을 터트리더니 내가 미안해할 틈도 없이 뚝 그치곤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그녀는 대뜸 이렇게 말한다. 너도 세상에 사랑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할 거야. 나는 은행 계좌와 치아 건강, 적당한 하인을 구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꾹 참고 그야 물론이지, 하며 최대한 지적으로 공감하는 표정을 짓는다.
--- p.129

로빈과 비키가 애절하게 부탁한 과자가 담긴, 유난히 후줄근한 종이봉투를 포함해 작은 꾸러미 여러 개를 손가락마다 하나씩 걸고 있는 꼴이 마치 너저분한 크리스마스트리 같다. 여기에 도서관 책들까지 겨드랑이에 끼우곤(자꾸 미끄러져서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뒤에서 밀어 넣어 안전하게 고정한다) 거리로 나선다. 거울 앞을 지나다가 무심코 내 모습을 보니 모자가 머리뿐 아니라 내 얼굴도 절반쯤 집어삼켰다. 문득 떠오르는 불편한 의문: 아마도 이게 최선이겠지? 게다가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그럭저럭 잘 어울렸던 모피 깃의 파란 외투가 이제는 마치 중고 의류점에서 구입한 것처럼 보인다.
--- p.190

문득 기이하고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만약 내가 소설의 여주인공이었다면 최근에 일어난 빌과의 재회가 긴장 넘치는 서정적 이야기로 발전했을 테고 결국 체념하거나 (현대 소설이라면) 관습에 도전장을 내미는 쪽으로 결말이 났을 거라고 말이다. 늘 그렇듯 현실은 소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기에 나는 잔뜩 쌓여 있는 집안일을 처리하기 위해 서둘러 안으로 들어간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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