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香君 : 향기의 소리를 듣는 자 (上)

: 서편에서 온 소녀

리뷰 총점9.1 리뷰 8건 | 판매지수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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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512g | 140*200*30mm
ISBN13 9791198008848
ISBN10 1198008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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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아이샤는 살아있는 존재들이 풍기는 냄새와 그 냄새에서 알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아이샤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들을 때처럼 풍겨오는 냄새에서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 p.51

나전 세공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문을 지나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바람이 몸을 감쌌다. 눈앞에 광대한 녹색 정원이 펼쳐졌다. 좌우에 설치된 커다란 분수에서 제각기 물이 솟아 나오며 반짝반짝 빛을 반사했다. 분수라는 것이 있다고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땅속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데 주변으로 흘러넘치지 않아서 신기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되어 있나 싶어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홀린 사람처럼 바라보았다. 사방을 둘러싼 높은 벽이 찬바람을 막아주고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서 나무들이 더욱 푸르게 빛나는 듯했다.
--- p.91

그림자의 주인은 오른쪽 밭에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림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에 든 물건의 아랫부분을 꼼꼼히 털어내고서 통로를 가로질러 왼쪽의 약간 먼 밭으로 가서 다시 쭈그리고 앉았다. 식물을 옮겨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올리애는 휘청하며 쓰러지려다 창틀을 잡고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 심장이 아플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먼 옛날 지금과 똑같은 광경을 봤다. 그 사람이 아직 소년이던 시절, 사람들이 모두 잠든 한밤중에 저렇게 식물을 옮겨심고 있었다.
--- p.139

“참 신기하지. 이 세상은 매정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는 껍질이 벗겨지면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잖아. 그런데 이렇게 주변에서 손을 내밀어 지켜주는 일도 있다니.”
올리애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올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어. 많은 타인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주는 게 어떤 의미일까 하고 말이야. 약자를 포기하지 않고 손을 내밀면 무엇을 지켜줄 수 있을까?”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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