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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하드커버

스즈메의 문단속 하드커버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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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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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20g | 128*188*21mm
ISBN13 9791169792035
ISBN10 116979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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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울면서 걷는다. 토해내는 입김이 하얗다. 축축한 숨결은 내뱉자마자 바로 차갑게 식어 내 귀를 한층 더 얼린다. 진흙이 낀 시커먼 손톱도, 매직테이프를 둘둘 둘러 만든 신발을 신어 동그란 발끝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차가운데 목구멍과 심장과 눈 속만은 특별한 병에라도 걸린 듯 불쾌할 정도로 뜨겁다
--- p.11

“따뜻하네.”
의자는 사람의 체온을 지니고 있었다. 영혼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올랐다. 그런 게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이런 온도일 것이다.
--- p.57

별이 뜬 하늘의 초원에서 우리는 만났다. 불현듯 깨닫는다. 지금은 그 꿈의 연속이다. 아무리 원해도 볼 수 없었던 저 깊은 기억 속에 묻혀 있던 풍경이다. 엄마가 손에 뭔가를 들고 있다. 나를 향해 내민다. 저게 뭐지? 눈에 초점을 맞춘다. 너무 멀어 잘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문 안쪽으로 몸을 들이민다. 미미즈의 탁류 속에 몸을 넣는다. 어떤 온도도 눈부심도 저항도 없다.
--- p.141

차가 빌딩 그늘을 드나들 때마다 눈꺼풀 안쪽에 스르륵 불가사의한 그림이 흘렀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머릿속을 가득 채운 감정의 윤곽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분노가 애매해지고 초조함이 애매해지고 외로움도 흐려졌다. 동시에 내내 긴장하고 있던 온몸의 근육에서 힘이 쓱 빠졌다. 지금만은……, 녹아가는 감각 속에서 생각했다. 지금만은 눈을 감는 것을, 힘을 빼는 것을, 감정이 애매해지는 것을, 스스로 허락하기로 하자. 지금만은 모르는 누군가의 운전에, 그 가속에, 전부 맡기자. 다음에 눈을 뜨면 나는 아마도 어떤 것과 대면해야 한다. 싸워야만 한다. 불과 몇 시간 뒤에는 틀림없이 무언가와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만은…….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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