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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나 고우나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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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298g | 128*182*20mm
ISBN13 9791197546532
ISBN10 119754653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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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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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땅에 박혀 있어야 할 뿌리가 덩그러니 바깥에 나와 있다. 어디에 뿌리 내릴 수 있을까 엿보다가 잘 모르면서 함부로 마음을 내주기도 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그런 일의 연속은 좋은 에피소드 감이라 기뻐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은 이제 또 누구에게 주기가 겁이 난다. 아니, 또 잘 모르는 곳에 뿌리 박혀 땅을 잘못 만났다며 썩어갈 뿌리가 겁난다. 주고 나면 잘 돌아와지지 않아서 마치 잘못 던진 부메랑처럼 돌아오지 않고 다른 곳에 내던져져 길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이제 양지바른 곳에 가서 잘 뿌리 내리고 싶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내 마음을 누구한테 줄지 잘 고르세요 (下)」중에서

감정은 하나하나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제각각인 것처럼 보여도 그것들은 힘이 모두 닿아있어 금세 얼굴을 달리한다. 기쁨과 환희는 짜게 식어 어느새 허탈과 무력이 되기도 했고 상대에게 느낀 슬픔은 연민이 되었다가 지레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으로 변할 때도 있었다. 그 가운데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감정은 좌절이 분노의 형태로 그 색을 달리하는 경우가 아닐까.
---「좌절은 분노가 되기도 하지」중에서

기대에 찬 연주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무당은 “결혼은 집안의 잔치인데, 집에 상을 당한 해에는 잔치 안 하거든?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네. 이번 해에 시집 못 간다. 집에 누가 아픈 사람 있나? 아버지 어디 편찮으시나?”라며 상상도 못 할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 연주는 어안이 벙벙하여 “아니요. 아버지 괜찮으신데...” 그러자 무당은 “아버지한테 저승사자가 붙었구만. 아유 피비린내야. 집에 줄줄이 상복 입고 있는데. 올해 잔치는 못해. 시집은 내년에 가라.” 연주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한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릎이 땅에 닿기도 전에 (上)」중에서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하나 더 준비해 갔습니다. 바로 〈자신의 외모」중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모두 적고 그 이유를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였어요. 이 질문의 의도는 아이들이 그 누구와의 비교 없이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해서였습니다. 남에게 인정받아서가 아니라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힘이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일러주고 싶어서였어요.

아이들은 이 질문을 받고 “선생님, 저 팔꿈치 적어도 돼요?”, “선생님, 손톱도 외모에 들어가요?” “선생님, 저 지난번에 손가락 찢어졌을 때 하얀색 뼈를 봤는데 마음에 들었어요. 그거 써도 돼요?”, “선생님, 저는 새끼발가락에 있는 주름이 예뻐요.” 아이들 몇몇이 이런 장난 섞인 이야기들로 마구 떠들었는데요. 그 아이들도 조용히 고민하는 몇몇 아이들을 따라 이내 숙연해지며 연필을 쓱싹쓱싹 굴려 가며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다 적었을 때쯤 먼저 발표할 사람 거수를 하도록 했어요. 아무리 발표를 잘하는 친구들이라도 이런 내용의 발표는 쑥스러워하기 일쑤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맨 앞에 앉은 유정이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그리고는 드르륵- 의자를 빼고 일어나 큰 소리로 읽어나갔어요.

“저는 제가 가진 외모 전부~~~~ 다 마음에 듭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상입니다.”
---「자신의 외모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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