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부서진 집을 아픈 관절에 비유해보죠. 비가 오면 물이 새는 집이 있는데, 태풍이 오자 건물 한쪽이 와르르 무너져버렸습니다. 공사할 일꾼들은 본래 몸 안에 있습니다. 면역력으로 불리기도 하죠. 이런 일꾼들이 노화, 스트레스 등으로 지쳤을 때는 복구 작업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만성염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공사를 하노라면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는데 이것을 급성염증이라고 보면 됩니다. 급성염증 때문에 괴로우면 공사현장 주변에서 민원을 넣을 수도 있겠죠? 민원을 받고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는 게 바로 소염진통제입니다. 소염진통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급성염증에 반응하는 과정을 차단한다고 말하는 게 맞습니다. 불편하다고 공사를 중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집은 무너진 채로 복구되지 못합니다. (…)
적절한 때에 적절한 용량을 쓴다면 소염진통제는 사람에게 참 편리한 약입니다. 중요한 날이거나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잠깐이라도 소염진통제를 써서 할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릎이나 발목의 진정한 회복을 원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소염진통제를 먹는다면 과연 관절이 회복될 수 있을까요? 결국 수술하자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 p.69~70, 「소염진통제가 연골을 악화시킨다고?」 중에서
간, 심장, 비장, 폐, 신장 등 중요한 장기에 만성염증이 누적되면 심각한 질환이 됩니다. 눈에 보이는 눈, 코, 귀, 피부, 항문, 생식기, 사지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음주나 성생활은 간에 만성염증을 쌓게 되는데요.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었을 때 치질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원인이 된 음주나 스트레스 등을 교정하지 않고, 항문만 수술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술로 증상만 해결하면 간에 또다시 병이 날 수 있습니다. 생활을 바꾸거나 간의 만성염증을 치료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인체는 손상된 부위를 스스로 회복하려는 힘이 있습니다. 생체기가 생긴 피부가 특별히 다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살이 차오르고 회복하는 것처럼, 내부 장기에 생긴 만성염증 또한 인체가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간에 존재하는 만성염증을 눈이나 갑상선, 생식기 등으로 밀어낸다고 했습니다(체내에서의 이동).
그런데 건강한 사람의 몸이라면 눈이 받은 만성염증을 다시 눈물이나 눈꼽 등의 형태로 인체 외부로 내보내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체외로 배출). 또는 눈이 간으로부터 받은 만성염증이 보다 많은 양이라면 눈은 어떤 형태의 급성염증을 일으켜 보다 빠르게 회복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인체는 만성염증을 몸의 중심에서 먼 곳으로 이동하고 또다시 몸 밖으로 배출시키면서 간에 심각한 질환이 발생하는 것을 스스로 예방합니다.
--- p.70~72, 「소염진통제가 연골을 악화시킨다고?」 중에서
“요즘 스트레스는 어떤가요?” 진찰할 때 꼭 이런 질문을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라는 답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없겠지요. 이렇게 운을 떼는 이유는 스스로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많은 어머니들이 자식 사랑으로 애태우더라도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더군요. 노심초사한 적이 있었는지를 여쭤보면 많았다고 답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노심초사(勞心焦思)는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운다는 뜻입니다. 노심초사는 반드시 몸에 영향을 미칩니다. 손가락을 많이 쓰지 않아도 큰일을 겪은 뒤 손가락이 아프기 시작했다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갑상선, 당뇨, 만성 두드러기, 천식을 앓은 분들 중에 큰 스트레스를 겪은 사람이 많아요. 마음을 편히 먹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마음에도 휴식 시간을 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멍때리기는 좋은 방법인데요. (…) 관절염, 목디스크, 허리디스크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통증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도 도움이 됩니다. 미국에서는 일부 암 환자들이 모르핀(마약성 진통제) 없이도 통증을 낮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초보자도 하기 쉽도록 제가 업그레이드한 방법을 소개하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 p.96~97, 「쉬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타타타 때리기는 외부를 자극해서 만성염증을 배출하는 방법이고, 3가지 약재는 내부를 자극해서 만성염증을 배출하는 방법입니다. 운동은 안팎에서 동시에 만성염증을 배출하는 방법입니다. 걷지 않으면 결국 걷지 못하게 됩니다. 쉬어도 낫지 않을 정도로 만성염증이 누적되었을 때는 기다린다고 저절로 해소되지 않습니다. 이때는 어떻게 하면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점점 잘 움직일 수 있게 되면 회복도 점점 빨라집니다. 움직일수록 만성염증이 잘 배출되기 때문이죠. 이 단계에 이르게 되면 앞서 말씀드린 3가지 약재를 꾸준히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됩니다.
50대 여성 분이 내원하셨는데, 고관절이 아파서 바지를 입기 힘든 정도였습니다. 4개월간 치료했을 즈음 바지는 입을 수 있게 되었는데, 아프기 전만큼 자유로이 움직이기는 어렵다면서 하소연했습니다. 제 답은 간단했습니다. “움직이세요!” 움직이지 않은 기간이 길수록, 대개 회복 기간도 길어집니다. 움직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갱년기 이후에 허벅지의 근육량이 평균 15%가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60대에는 아파서 병원에 몇 달만 누워있어도 근력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그동안 아팠던 경험이 적었던 분들 은 마음까지 울적해지기도 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만성적인 퇴행성 관절염이 되기 전에 꾸준히 운동한다면 울적한 마음도 줄고, 통증도 줄일 수 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 p.113~115, 「움직여야 낫는다: 만성염증 배출 방법」 중에서
출산 후 몸이 변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생리통이 없어지는 긍정적인 경우도 있지만, 산후풍으로 붓고, 관절이 아프고, 사지가 시린 증상들이 시작된 분들이 있습니다. 이때는 붓더라도 다이어트를 하면 안 됩니다. 산후풍이 있을 때는 붓고, 체중이 줄지 않더라도 굶는 다이어트를 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산후는 일시적인 노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열 달 동안 모은 에너지를 자녀에게 모두 나눠주었기 때문인데요. 노화의 특징이 회복 속도가 느린 것이죠. 느린 회복 속도는 만성염증이 쌓일 때에도 나타나는데요. 따라서 산후풍은 만성염증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일시적으로 노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건강했던 때처럼 몸을 다뤄선 안 됩니다. 과도한 운동, 굶는 다이어트 등을 피하고, 산후조리 차원에서 만성염증을 배출하기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요즘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40대 초반만 되어도 무릎이 아파 줄넘기를 못 한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젊은 관절염 환자 중에 헬스장 트레이너처럼 몸을 많이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치료 과정에서 자주 졸린다는 이야기를 해옵니다. 업무상 에너지를 과하게 사용했던 분들은 누적된 손상을 회복하는 동안 졸음이 자주 오고, 잠을 더 길게 잘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낮잠은 짧게, 밤잠은 충분히 자는 게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커피, 홍삼, 녹용에 의지하지 말고 적절한 운동으로 기운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 p.215, 「부록2-질문과 답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