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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수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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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596쪽 | 530g | 128*190*24mm
ISBN13 9791187295648
ISBN10 118729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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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수난곡〉 연구를 위해 나는 나의 40대를 바쳤다. 그 성과가 바로 이 책이다. 광대한 작품 세계를 대상으로 삼는 만큼, 나는 가능한 한 폭 넓은 관점을 이에 담아 보고자 노력했는데, 그러는 가운데 중시한 것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바흐의 음악을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양자를 밀착시켜 가며 서로의 관계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일이었다. 〈마태 수난곡〉은 마태복음서가 전해 주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바흐의 음악 또한 끊임없이 그 내용으로 방향을 잡아 가면서 쓰여 있다. 그래서 우리 역시, 수난 그 자체에 대한 충분한 고찰을 빼 놓고는 이 작품을 이해할 도리가 없다.

바흐가 라치프치히의 토마스 칸토르로 부임하고 나서 최초로 연주한 수난곡은 〈요한 수난곡〉이다. 여기서는 이 멋진 작품이 처해 온 변용에 대해, 아우트라인을 설명하기로 한다. 〈요한 수난곡〉은 1724년 성금요일(4월 7일)에 성 니콜라이 교회에서 초연되었다. 바흐는 당초 성 토마스 교회에서의 연주를 생각하며 인쇄 가사본에도 그런 뜻을 표하며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는데, 2대 교회에서 교대로 수난곡을 연주할 차례가 그 해에는 성 니콜라이 교회였으므로, 시 의회의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협소한 성 니콜라이 교회로 자리를 변경했다. 이 상연 때부터는 자필 총보의 일부와 파트보의 일부가 전승되고 있음에 지나지 않지만, 전체의 윤곽은 대체로 오늘날 상연되는 것과 똑같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온의 딸’과 ‘믿는 자들’은 피칸더의 가사에서는 성서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시온의 딸’이 수난의 사건을 눈앞에서 보는 ‘증언자’에 해당함에 대해 ‘믿는 자들’은 사건의 경과를 보며 희로애락을 가지고 반응하는 ‘지금’의 경건한 신도다. 시온의 딸은 그들에게 생생한 보고를 하고, 이를 들은 신도들은 그때마다 팽팽한 반응을 보인다. 이렇게 해서 1700년에 걸치는 시간 간격에 다리가 세워지고, 수난 사건이 동시 진행형의 리얼리티를 획득하는 것이다.

피칸더를 문학사에 남을 대시인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동시에, 그가 매우 재주가 있고 유용한 유형의 시인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 칸타타와 수난곡의 경우,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독창적인 아이디어 구사라기보다는, 루터파의 교의에 어울리는 내용의 가사를 작곡하기에 알맞은 시 형식으로 지어내는 일이다. 바로 이러한 능력으로 볼 때, 피칸더는 뛰어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그가 훌륭했던 것은 기존 음악의 가사를 바꾸어 놓는 패러디의 영역이었다. 비속한 표현을 한다면, 그는 개사곡改詞曲을 만드는 명인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악스마허의 연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그러기 위한 절호의 자료가 바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서 중에 있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바흐는 당시 중시되었던 신학의 문헌을 폭넓게 수집해서 자신의 책장에 진열해 놓았던 것이다. 바흐의 종교관, 세계관으로 우리를 이끌어 줄 참고 자료로서, 장서가 지닌 가치는 높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바흐의 장서 연구는, 예를 들어 악보 연구와 비해 볼 때,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뒤져 있었다. 독일에서조차, 음악에 대한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거의 장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그래서 배경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 바흐를, 그리고 〈마태 수난곡〉을 논해 왔던 것이다.

바흐 연구가 엄밀한 자료 연구에 의해 크게 진전했음은 사실이지만, 그 반면, 자료 만능, 실증 만능의 풍조가 음악 연구의 폭을 좁게 만들어 놓았음도 부정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변적인 연구에 대한 회의는 분명 정당한 것이지만, 그것이 호오(好惡)의 경지까지 이르게 되면, 연구는 자승자박에 빠져든다. 물론, 그러한 풍조가 생긴 이유는 근거를 결여한 심독을 횡행시킨 쪽에도 존재한다. 바흐 연구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는, 실증 위에 굳게 서고자 하는 음악학 학자들과. 그리스도교적인 해석을 어디까지나 진전시키고자 하는 신학계의 연구자들 사이에는 거의 불모라고 여겨질 만한 대립이 있다. 내가 장서 연구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이러한 원리적 대립을 초월해서 음악 연구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사변적 연구에 정당한 위치를 부여, 연구의 경직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근거 없는 공상적인 연구에 열중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고 자처하고 있지만, 실증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 양심적인 학자의 태도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코랄은 물론 시와 선율로 성립되어 있다. 그러나 양자의 결합은 긴밀하다기보다는 매우 자유로운 것이었다. 우리는 코랄을 음악의 일종으로 생각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코랄이란 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틀림이 없다. ‘루터의 코랄’ 하면, 루터가 작곡한 코랄이 아니라, 루터가 작사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복수의 가사(즉 코랄)이 공통의 선율로 불리기도 하고, 하나의 가사에 다른 선율이 붙여지기도 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오늘날 교회의 결혼식에 가 보면, 통속적인 선율에 맞추어 축하의 찬송가를 부르는 일이 있다. 이는 종교적인 가사를 널리 친밀해진 선율에 담아서 노래하는 방식이고, 이것이 바로 코랄의 원리다. 선율을 곡마다 새로 만들었더라면, 종교 개혁 시대의 코랄의 급속한 보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시와 음악의 교묘한 역할 분담이지, 결코 아무렇게나 한 것은 아니다. 그 배후에는, 좋은 음악은 세속과 종교의 구별 없이 하느님을 찬양할 때 하느님께서도 마음에 들어하실 것이라는 루터의 음악관이 존재하는 것이다.

4개의 복음서 중 마가와 누가는 제사장들의 음모의 보고 시점부터, 그리고 요한복음은 예수의 일행이 기드론의 골짜기를 넘는 시점부터 수난 기사로 들어간다. 예수 자신의 수난 예언을 첫머리에 두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 것은 마태뿐이다. 이 예언은 사실(史實)의 기록이 아니라, 복음서 편찬 단계에서 더해진 아이디어라는 것이 현대 성서 연구의 상식이지만, 수난곡을 개시하는 장면으로서는, 이 예언이 이곳에 존재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바흐의 경우, 첫 합창곡 마지막에 이름을 밝힌 예수가 곧 중요한 말을 한다는 타이밍이 되는 만큼 더더욱 그렇다.

복음서 기자는 여기서 관점을 전환해서 삽화적인 정경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촉촉한 정감을 띤 화자에 의해, 그는 우리의 판타지를 베다니라는 마을로 끌고 들어간다. ‘베다니 Bethanien’라는 말에는 G음에서 B♭으로라는 6도 하강을 배당했다(4c 15~16). B♭음은 플랫 조의 이른바 근간을 이루는 소리이지만, 이 수난곡의 가창부에서 사용되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며, 귀를 기울이기에 충분한 효과가 있다. 말하기의 선율은 어느 사이엔지 C장조에서 D단조로 바뀌며 한 여성의 등장을 묘사한다. 이 뒤로 한바탕 이어지는 에피소드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에피소드 자체의 특이성에 더해, 최초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알토)가 플루트의 연주를 동반해 가면서 이 장면에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마태 수난곡〉을 듣는 사람은 여기서 비로소, 이 작품에 대해 곧잘 언급하는 ‘자애’를 가슴 하나 가득이 받아들이게 된다.

참회와 회개가 이 죄 많은 마음을 잡아찢는다─, 이 통절한 텍스트를 바흐는 성격적인 음형을 구사해 가며 극명하게 그려냈다. 애당초에 바흐의 표현은 악보의 모양으로부터도 거의 알아볼 수가 있다. 그것은 로망파 시절과도 같은 슈티뭉(기분, 분위기)의 표현을 중시하는 발상과는 달리, 바흐의 작곡이, 당시의 수사학적 음악 이론에 근거해서, 각 낱말에 그 정념 표현에 알맞은 음의 배열(수사학에서 말하는 figura)을 대응시키는 방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리아는 바로크 오페라에서의 아리아의 정형이라 할 다 카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 카포란 ‘머리로부터’라는 뜻인데, 다 카포 아리아란, 변화하는 중간부를 거쳐, 주부(主部)를 반복하는 형식(도식화하면 ABA)의 아리아다. 이러한 형식이 바로크 음악에서 많이 사용된 것은, 대칭을 내포하는 정리된 감각에 대한 기호와, 재현 A부에서의 즉흥의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일 테마에 의한 통일적인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당시 사람들은 아리아를 각각 하나의 닫혀 있는 감정 세계를 이루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는 원래 교의 가운데 ‘어머니’라는 자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스도교는 원래, 모든 것을 ‘아버지 하느님’으로 수렴시키는 일신교다. 그러나, 원래 다신교적인 토양을 가진 유럽인지라 이를 보충하고 싶어하는 요구가 필연적으로 움터나왔다. 중세 이후의 가톨릭 세계에서, 그것이 마리아 숭배를 잉태한 일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루터파는 ‘오직 성서’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터에 마리아의 역할을 확대해서, 그녀에게 모성을 짊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로서, 아기 키우는 예수, 혹은 젖을 먹이는 예수라는 조금은 이상한 표상이, 민중을 향한 설교 전통에 끼어든 것이다. 슈피타가 이 아리아를 ‘마리아의 탄식을 표현한 것’으로 오해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바로크 시대의 레퍼토리를 조사해 보면, B단조가 출현하는 비율은 분명히 적다. 18세기에는 용례가 서서히 늘어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 2개라는 단순한 외양 치고는 사용되는 일이 적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바흐만큼은 〈평균율〉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작품에서도 참으로 빈번하게 B단조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표현의 처녀지였던 B단조의 예리한 울림이, 바흐의 창조 의욕을 자극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B단조의 특수성은, 그 후, 모든 조를 평등하게 울리게 하는 평균율의 보급에 의해 상실되고 말았다. 그러나 남겨진 바흐의 악보는, 그가 B단조를 활용해서, 말하자면 여기에 시민권을 부여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예수에 대한 배반 예언은 F단조를 주체 삼아 노래로 불리고 ‘밀고하는verraten’ ‘화가 있다 wehe’라는 말에는 불협화음으로 강조가 되어 있다. 여기서 유다가 ‘저입니까?’ 하고 묻는데, 그는 다른 제자들처럼 예수를 ‘주 Herr’(그리스어 퀴리오스)라고 부르지 않고 ‘라비 Rabbi’(선생)라고 부르고 있다. 라비란 유대교의 전통적인 호칭이고, 유대교 사람들이 예수와 의논할 때에도 사용되던 것이므로, 유다가 예수의 정신 세계에 속해 있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이 물음에 대한 음악은, 다른 제자들의 그것과는 반대로 위로부터 아래로의 인토네이션으로 처리되어 있어, 마치, 유다가 처음부터 자신이 배반자라는 것을 긍정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곳에 있는 베이스 아리아는 약간 복잡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선 그것은 대체로 낮은 음역에 처해 있으며, 바이올린의 유니슨에 의한 오블리가토도 이에 대응해서, 어둡고 가라앉은 음향을 가진다. 그리고 약박자로 6도 상행했다가 금방 밑으로 되돌아오는 테마 만들기(‘기꺼이 gerne’의 개념을 담은 것), 악절의 마디를 앞으로 다가 놓는 싱코페이션, 후반에서의 악절의 불균형한 연장, 노래부와 저음부에서의 마디의 엇갈림 등, 주제에는 여러 겹의 정제되지 않은 서법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는 행위의 성질에서 유래하는 의도적인 조처일 것이다.

이 부분의 바흐의 악보를 보면, 복음서 기자의 주화음과 반주의 속화음이 같은 박자로 기록되어 있어서, 기보된 대로 연주하면 불협화적인 충돌을 일으키고 만다. 테오도르 야코비는 이를 바흐의 의도적인 표현 수법이라고 하지만, 대개의 연주에서는 통주저음이 들어오는 지점을 한 막자 늦춤으로써 충돌을 회피한다. 바로크 음악의 연주 관습에서 보자면, 그것이 정석일 것이다. 그러나, 알트니콜 필사보에서는, 반주부가 노래 파트가 끝난 다음에 1박자 뒤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충돌에는 ‘입맞춤’을 인상짓게 만들고자 하는 바흐의 의도가 깃들여 있는 것으로 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마태 수난곡〉의 제2부는 ‘여자들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자’가 예수를 찾아 헤매는 정경으로 시작된다. 예수는 붙잡혔고,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이러한 전환 뒤에 시작하는 곡 치고는 이는 매우 효과적인 설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수난곡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관능적이라고까지 여겨지는 향기를 발산하는 정경으로 개시된다는 점에 일종의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 첫 합창곡에도 ‘신랑’ ‘신부’의 표상이 들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이 코랄 전체의 공동체 정신에 수렴되어 있었던 첫 합창곡과 비해 볼 때, 아리아에 의한 제2부의 개막곡에는 한층 더 화려한 취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바흐/피칸더의 중요한 노림이었음이 틀림없다.

바흐는 만년에 상연할 때, 기악 파트에 비올라 다 감바를 더했다(악보례 29). 제1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제2그룹의 통주저음 악기로 쳄발로를 사용했기 때문에 약해진 음향을 보충하기 위해 취한 조처다. 따라서 뒤르가 권하는 것처럼, 오르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감바를 생략하는 것이 원전에 어울리는 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비올라 다 감바가 더해짐으로, 이 부분에 새로운 매력이 움터나왔음도 부정할 수 없다. 감바는 그 화현 연주의 능력을 살려서, 셋 내지 여섯 음으로 이루어진 화음을 일관되게 연주하는데, 이렇게 하면 음악적으로 풍성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훨씬 앞쪽에 있는 ‘오라, 달콤한 십자가여’(제57곡)를 가리키는 구실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묵과 인내의 가르침에는, 민중을 대하는 지배의 논리로 사용되었다는 측면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민중에 대해 교회가 마련하는 위로의 말로서는, 결국 그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 사회에서는 대립 항쟁의 브레이크로서, 이러한 미덕도 요구되어 마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기 주장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구미 사회에서 나온 것인 만큼, 대립과 항쟁을 사람과 사람의 레벨로 놓지 않고, 자연의 큰 흐름에 떠맡기자는 이 아리아의 철학에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가사에 〈마태 수난곡〉 외의 다른 곳에 있는 ‘나의 죄를 되돌아보는’ 관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성 없는 인내는, ‘일단 권력을 쥐고 나면 십자군’ 같은 보복의 논리하고 바로 한 발짝 차이라 하겠다.

겨우 4개의 음표에 커다란 의미를 함축시킨다는 점으로는, 이어지는 ‘바깥으로 나가서’라는 대목(30~31) 또한 이에 못하지 않다. 이는 작은 발걸음의 모티프(음계 상행)로 표현하고, 최고음인 B음으로까지 도달하면서 베드로의 비통한 심경을 암시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몹시 울었다’의 위대한 멜리스마가 이어진다. ‘울었다’의 음형을 지배하는 싱코페이션이 마디선을 건넌 다음 ‘몹시’ 부분에서 강박자로 다잡는 데클라메이션 효과는 특히 훌륭하다(31~32). 잘 살펴보면, 이 속에도 ‘부인’의 음형이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감7도의 상행이 더해져, 한층 통절한 맛을 만들어내고 있다.

바흐는 여기서 목소리를 가다듬어 단 한 번만, 합창에게 ‘바라바!’를 외치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자필 악보에서도, 이곳은 명확한 독립구가 되어 있는데, 바흐는 이를 페이지 왼쪽 위 구석에 쓰고서 그 오른쪽을 붉은 잉크로 마무리해 놓았다. 바,라,바의 세 음표에는 D#음상의 감7 화음이 붙여져 있는데, 이는 D단조의 속화음에서 주화음으로의 해결을 증4도(‘음악의 악마’ 음정)로 짓밟는 꼴로 들어오기 때문에, 앞뒤와 동떨어진 매우 충격적인 효과를 갖는다(이 화음 자체에도 이중의 증4도가 포함되어 있다). 군중은 이처럼 바라바를 선택한다는 의지를 으스스할 정도의 명확성으로 드러낸 것이다.

제22마디(수난 시편의 수다!)부터는 ‘죽다 sterben’라는 말이 역시 3마디에 걸쳐 성격적으로 강조되면서, 페르마타를 가진 쉼표에 도달한다(악보례 40). 페르마타를 동반하는 휴지는 이 곡의 흐름을 특징짓는 것인데, 이것이 모든 파트에 걸친 총휴지를 동반하는 곳은 ‘죽음’이라는 말을 부르는 장면뿐이다. 여기에는 전타음(前打音)을 동반하는 7화음이라는 맛깔스러운 불협화음이 사용되고 있다. 즉 바흐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얼핏 상반되는 개념을 아울러 강조해 가면서 하나의 흐름 가운데 녹여 들임으로써, 예수의 행위에서 사랑과 죽음이 표리일체를 이루는 것임을 이야기하고자 하고 있다.

이 아리아를 특징짓는 것은 전 곡 중에서 이 아리아에만 나타나는 비올라 다 감바의 독주다. 중음(重音)주법을 구사한 그 풍부한 화현(和弦) 효과는 감바 특유의 것이어서 첼로로는 표현할 수 없다. 이를 예컨대 레온하르트 음반에서의 W. 쿠이켄의 탁월한 연주로 들어 보면 고뇌와 기대, 쓴맛과 단맛이 교차하는 복잡한 정감을 바흐가 이 악기를 통해 얼마나 탁월하게 표현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아, 골고타〉 레치타티보는 우리를 아주 새로운 음향의 세계로 이끈다. 전 합창(G장조)과 날카로운 대비를 이루는 A♭장조, 촉촉한 음색, 첼로가 내는 피치카토의 울림─ 손톱 끝으로 탄주(彈奏)하는 첼로의 소리는 종의 음향을 모방한 것이다. 그리고 비올로네와 오르간의 단속적인 저음에서도 종이 울리고 있다. 바흐의 칸타타에서 그처럼 인상 깊게 나타나는 조종(弔鐘)이 이제 여기서 울려 퍼지는 것이다!

십자가의 형상은 아마 1736년경에 정서할 때 처음으로 성립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알트니콜의 필사보에서는 그런 모양이 전혀 인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알트니콜 필사보와 자필 총보와는 베이스 파트의 모양이 조금 달라져 있어서 음표 수가 전자는 15, 후자는 14다. 14는 바흐의 수(B[2] + A[1] + C[3] + H[8]=14)이므로 바흐는 어쩌면 여기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온다. 바흐는 베이스 목소리의 소유주였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지금의 추측이 맞는다면 바흐는 이 십자가 밑에 신도로서의 자신의 이름을 슬그머니 써 넣은 것이 된다.

청정의 기운이 넘치는 이 아리아는 느릿한 시칠리아노의 리듬으로 발상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비슷한 리듬인 첫 합창곡과는 이 얼마나 다른 세계가 되어 있는 것일까. 바이올린에서는 아직도 올리브 잎의 상쾌한 살랑거림이 들리고 있다. 기다란 전주(前奏)를 이어받아 노래하는 베이스는 우선 ‘깨끗이rein’라는 말을 길게 늘여 놓았다가 일단 프레이즈를 멈추고 다시 한 번 부르기 시작해서 음악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제구(題句) 아리아Devisenarie’의 형태이며, ‘나의 마음이여 자신을 깨끗이 하라’의 프레이즈가 모토motto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요한 수난곡〉을 아는 사람은 틀림없이 〈요한 수난곡〉의 마지막 합창을 떠올릴 것이다. 가사의 자장가적인 구상으로 보나 음악을 만드는 수법으로 보나 이 둘은 매우 닮았다. 바흐는 여기서 새로운 수법을 구사하지 않고 전통적인 마무리(플라텐이 말하는 ‘장송 사라반드sarabanda funebre’)를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태 수난곡〉은 보편적인 위대함에 도달했다. 왜냐하면 이러한 자장가 같은 마무리에 커다란 감동을 부여하는 역량에서 바흐는 다른 어떠한 음악가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음악은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그대로 대단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최후의 화음으로 다시금 그 플루트의 B음이 마음에 선명한 놀람을 불러일으킨다(악보예 58). 마지막을 장3화음으로 밝게 마무리하는 정형(피카르디 종지(終止))을 바흐는 굳이 피하고 장7도의 마찰 다음에 단3화음이 오는 해결을 선택했다. 이 장7도가 울리는 순간, 우리는 지금까지 수난곡이 펼쳐온 고난의 세계를 새로이 가슴 아프게 떠올린다. 그리고 단3화음으로의 해결에, 슬프면서도 기쁜 사건의 종언을 곱씹는다. 즉 이 한 마디의 화성은 〈마태 수난곡〉의 드라마 전체를 집약해 놓고 있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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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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