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누군가가 그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줬을 때 우리는 ‘이름값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이름값이라는 단어가 브랜딩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자신의 이름값을 하는 것처럼, 브랜드도 그 브랜드다운 모습을 만들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의 이름값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브랜딩’인 것이죠. 그런 과정과 행동이 쌓여 사람들에게 그 브랜드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인지되었다면? 사람들은 그 모습을 그 브랜드를 쓰는 자신과 연결지어 생각하게 돼요. 마치 제가 나이키를 구매하는 것처럼요.
---「00. 브랜딩의 시대 ‘이름값’」중에서
브랜딩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아이디어만 계속 던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건 어때, 저런 건 어때,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면서요. 물론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건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그 아이디어가 우리가 원하는 모습과 부합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우리 브랜드의 지향점과 맞지 않는다면 아까워도 버려야 합니다. 버리기 아깝다면 그 아이디어에 우리 브랜드가 원하는 모습을 어떻게든 담아보려 해보세요. 아마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별수 있나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죠.
---「01. 좋은 브랜딩의 조건 ‘우리 브랜드가 원하는 모습’」중에서
언제부터인가 겨울이면 거리가 온통 흑백이 됩니다. 사람들이 모두 검은색 계열의 패딩과 코트를 입고 다닙니다. 출퇴근길의 지하철이나 거리를 보고 있으면 다들 장례식장에 조문 가는가 싶을 때도 있어요.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언제부턴가 저는 그 광경이 그렇게 싫었습니다. 거대한 검은색 무리 중 한 명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재작년에 노란색 코트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그 후 일어난 현상이 아주 흥미로운데요, 그 코트를 입고 나서면 지인들이 모두 한마디씩 옷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노란색 코트를 통해 사람들이 저에게 한 번 더 관심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01. 좋은 브랜딩의 조건 ‘노란 코트’」중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첫 앨범 ‘싸구려 커피’를 듣고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확실히 이 가수는 여타 가수들과는 다른 노선을 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연스레 이 가수가 하는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가 스크린에 나오면 더 집중해서 보고 들었습니다. 노래 가사부터 외모, 퍼포먼스까지요. 지금도 장기하는 처음 정한 노선을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팬들 사이에서 장기하가 곧 하나의 장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더라고요. 그럴 정도로 장기하는 그다운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를 아는 사람은 물론 그에게 열광하는 팬들이 많아진 건 당연하고요. 제가 장기하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브랜딩은 차별성만큼이나 일관성이 중요해요. 브랜드가 무엇을 내놓든 자신만의 일관된 무언가가 있어야 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인상도 또렷해집니다. 그럼으로써 그 브랜드다운 모습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요.
---「01. 좋은 브랜딩의 조건 ‘장기하를 좋아하는 이유’」중에서
몇 년 전 국내 한 편집숍에서 스웨덴 브랜드의 코트를 구매했습니다. 처음 듣는 이름의 생소한 브랜드였지만 입어보니 옷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렇게 그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되어 그 후 가끔씩 해당 브랜드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방문해보니 사이트가 열리지 않더라고요. 그때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브랜드의 공식 페이스북에 메신저로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알려줘서 고맙다며 그 브랜드에서 저에게 할인쿠폰 코드를 주더라고요. 그런데 코드명이 ‘WOOSUNG’, 그러니까 제 영어 이름이었습니다. 위트 있고 센스 넘치지 않나요? 사람뿐 아니라 브랜드에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고객에게 보내는 작은 메시지 하나에도 활용할 포인트가 반드시 있다는 거죠.
---「02. 마음을 움직이는 일 ‘어느 스웨덴 브랜드의 할인코드명’」중에서
29CM에 있을 당시 기획했던 ‘브랜드 코멘터리’라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기획만 참여하고 콘텐츠 오픈 전 퇴사하게 됩니다만.)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의 탄생부터 그들이 만드는 제품 이야기까지 짧게 풀어내는 콘텐츠인데, 얼마 전 기사를 보니 브랜드 코멘터리를 통해 해당 브랜드들의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이렇듯 이야기는 제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자체를 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스토리의 힘이죠. 이것을 우리 브랜드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스토리가 우리 브랜드에 있나요? 브랜드의 역사나 탄생 배경이 아니어도 이야기의 소재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을 해야 한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화두입니다.
---「03. 인식을 만드는 일 ‘스토리가 만드는 브랜딩’」중에서
브랜드에서 목소리와 말투에 해당하는 건 무엇일까요? 아마도 브랜드가 구사하는 글과 톤앤매너 아닐까요. 원래 없던 목소리를 브랜드에 입히는 것이기에 글과 톤앤매너가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브랜드만의 톤앤매너로 글을 쓰기가 무척 힘들다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러 담당자가 각자의 언어로 글을 쓰기 때문이죠. 브랜딩 담당자라면 이 점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우리만의 신뢰를 담아내려면 어떤 기준으로 글을 작성하고 어떤 느낌을 주어야 하는지 말이죠.
---「03. 인식을 만드는 일 ‘브랜드의 말과 글’」중에서
브랜딩을 할 때 반드시 과정이 의미 있어야 할까요?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충분히 생각해봄 직한 질문입니다. 물론입니다, 결과가 좋아야죠. 하지만 브랜딩을 한다면 과정마저 결과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무언가를 진행했을 때 최종적인 아웃풋만이 결과가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시도들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이 우리 브랜드가 지향하는 모습과 경험을 담고 있다면, 결과가 원하는 반응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이 과정 또한 빛나게 해야 합니다. 어떤 식이든 좋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했던 과정을 외부에 알리세요. 비록 목표한 아웃풋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그 노력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도록. 그 과정이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도록 말이죠. 내부에서 보기에 성공했든 아니든, 하나의 브랜딩 활동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무언가는 변함없이 동일할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브랜딩과 연결지을 수 있습니다. 실패의 과정마저 말이죠.
---「04.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과정을 빛나는 결과로’」중에서
저는 주로 잡지와 핀터레스트 앱에서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요즘에는 아무래도 핀터레스트를 더 자주 이용하는데요. 핀터레스트의 추천 알고리즘은 대단해서 제가 관심 있는 이미지들을 저장하면, 그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엄청나게 보여줘요. 이런 시각적 자료들을 보다 보면 브랜딩에 대한 컨셉도 떠오르고 이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나둘 구체화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요. 제 상상속에는 여러 브랜드가 둥둥 떠다니는데, 그 또한 핀터레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이 꽤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물론 비밀입니다.
---「04.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핀터레스트’」중에서
우리도 브랜딩이 필요한데 회사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아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고 설득 방식도 다양하겠지만, 앞으로 브랜딩 커리어를 쌓고 싶은 분이라면 이미 브랜딩 조직이 있는 곳이나 (그렇지 않다면) 대표님이나 의사결정권자가 브랜딩을 중시하는 회사로 이직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회사의 규모와 관계없이 본인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그만큼의 책임도 따릅니다) 회사를 선택하세요. 냉정하지만 그게 경험이나 시간 면에서 더 현명한 결정입니다. 지나고 나니 그렇더라고요. 앞으로 브랜딩에 대한 기업들의 니즈는 점점 커질 겁니다. 니즈가 분명한 기업, 브랜딩에 투자하고 싶은 곳으로 가야 해요.
---「05. 브랜드를 만들고 알리는 사람들 ‘커리어를 위한 현실조언’」중에서
수많은 이력서를 받아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정형화되고 빤한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어느 회사에 얼마나 다녔고 그곳에서 무슨 업무를 했는지 나열하는 식이죠. 그보다는 자신이 진행한 프로젝트가 어떤 배경과 과정을 거쳐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자신의 업무적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이 더 중요합니다. 이력서에서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아낼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브랜딩을 하겠다는 분들의 이력서라면 그래야 합니다. 잘한 것은 더 자세히 어필하고, 자랑할 건 더 뻔뻔히 자랑하세요.
---「05. 브랜드를 만들고 알리는 사람들 ‘이력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