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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 고독한 방구석 피아니스트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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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18g | 128*205*20mm
ISBN13 9791155251621
ISBN10 115525162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방구석 음악가의 진심을 아시나요] 아마추어 연주자일지라도, 진심인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곡은 잘 연주하고 싶다. 집요한 연습을 견디고 견딘 아마추어는 누구도 막지 못한다. 홀로 방구석에서 어느 악기로 고군분투했던 연주자라면, 무릎을 치며 동지애로 읽을 임승수 작가의 피아노 에세이. -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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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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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레’인지 ‘미’인지를 확인하려고 굳이 7,450원을 들여 헨레 악보를 구입하고 인터넷 바다를 정처 없이 떠돌며 몇 날 며칠 머리를 감싸 쥐고 낑낑댔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땡전 한 푼 안 나오는 일에 헛심 쓴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서 (돈도 안 되는 그 무엇인가에) 열정과 진심을 쏟아부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 고민과 모색의 과정을 접하며 그 시절 추억이 떠올라 묘한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동류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미소를 보이는 사람이야말로 내가 교류하고 싶은 사람이다.
---「레냐 미냐 이것이 문제로다」중에서

피아노 곡 하나가 클래식 음악에 전혀 관심도 없던 50대 남성의 마음을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 얼마만큼의 끈기와 인내를 발휘할 수 있는지, 그렇게 발휘된 끈기와 인내의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를 토쿠나가의 사례는 여실히 보여 준다.
---「‘파친코’ 손절한 50대 어부가 푹 빠진 취미」중에서

집에서 취미로 슬렁슬렁 연주하는 허접한 아마추어 주제에 바흐 〈인벤션〉 정도 치면서 무슨 프로나 되는 것처럼 그렇게 진지 빨며 폼 잡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면, 방구석 와인 애호가는 샤또 라피트 로칠드를 마시면 안 되는가? 방구석에서 대충 마셔 대는 허접한 혓바닥도 고급 와인을 원할 수 있듯이, 아마추어의 고막도 더욱 품격 있는 공기의 떨림을 추구할 수 있는 법이다. 심지어 그 떨림을 내 손가락으로 구현한다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지 않을까.
---「끊어 칠까, 이어 칠까」중에서

지난한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곡의 내면으로 스며들다 보면, 손가락 신경 쓰느라 분주할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비밀의 화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악보 곳곳에서 브람스가 숨겨 놓은 작곡 의도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어려운 퍼즐을 풀어낼 때 느낄 법한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다.
---「악보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서」중에서

자신의 행위가 타인의 그것과 비교해 우위를 점할 때만 존재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만큼 불행한 이는 없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져도 자신보다 돈이 더 많은 이가 눈에 밟히고, 아이가 반에서 1등을 해도 전교 1등 하는 애가 신경 쓰이고, 오랜 연습 끝에 쇼팽의 녹턴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어도 연습실 옆방의 쇼팽 에튀드 연주 소리를 듣고서 제풀에 주눅 드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가 타인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남보다 숨을 더 잘 쉬어야만 더 잘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도대체 언제쯤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릴랙스」중에서

2022년 6월에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습니다. 야망은 0.1%도 없습니다”라고 했다는데, 취미생이 아무리 피아노에 진심이라 한들 그것에 인생을 건 전공생에게 비견할 수 있겠는가. 음악의 이데아를 추구하는 진짜배기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까치발을 해 담장 너머 광대한 세계를 어렴풋이 엿보는 주제에 말이다.
---「레슨 일기2」중에서

연주하는 내내 환상적인 음향이 저 하늘에서 신의 은총처럼 강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술의전당 연주회에 가면 어김없이 놓여 있는 피아노이고 대부분의 전문 연주자가 스타인웨이 D-274 모델로 연주하지만, 남의 연주를 수동적으로 듣는 것과 내 손가락을 능동적으로 움직여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먹방 시청과 직접 식음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아마추어도 스타인웨이로 연주하면 다를까」중에서

문득 연주라는 행위가 문학평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평론 중에는 작가의 의식 너머에 존재하는 내밀한 부분까지 파헤쳐 의외성의 기저에 깔린 필연성을 길어 올릴 정도로 탁월한 통찰을 보여 주는 글도 있지 않은가. 훌륭한 연주란 바로 그러한 문학평론과도 같은 것은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보면 연주는 기호의 형태로 박제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연금술이자 창조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방구석 연주자의 악보 해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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