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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약속

: 세월호, 그 곁에 남은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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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454쪽 | 699g | 148*210*30mm
ISBN13 9791161292540
ISBN10 116129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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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이시며 전능자라고 불리는 당신께 기도드리는 거 쉽지 않습니다. 3년 전 우리 아이들의 살려달라는 마지막 기도를 외면했으니까요. 당신께 등 돌리고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디를 가든 당신이 계시더군요.”

2021년 어느 봄날 저녁, 청와대 앞 광장에서 커다란 울음이 터져 나왔다. 스텔라데이지호 이등항해사 허재용 씨의 어머니 이영문 씨였다. 그날은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여 선원들이 실종된 지 4년이 되는 날로, 정부에 2차 심해수색을 요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의 기도회에서 이영문 씨가 증언할 차례였다. 73세 노모의 울음소리에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침묵했고, 지나가는 차들의 소음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세상이 정적 속에 정지한 것 같았다. 그때 정적을 깨며 누군가 이영문 씨를 향해 달려갔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을 위한 기도회에 참여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 창현 어머니였다. 그는 이영문 씨를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바다에서 아들을 잃은 두 엄마가 서로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우리’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나는 지금에야 알았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혼자 있으면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하나님 나라는 힘들고 고통당하는 자들과 함께할 때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무척 조심스러웠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좁은 컨테이너 안에 모여든 사람들 모두가 비슷한 마음 아니었을까 싶다. 섣부른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고, 나의 작은 슬픔에 매몰되어 있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밝은 표정으로 있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만큼의 기도가 조금씩 쌓여갔다.

그리스도인 유가족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들도 그리스도인이지만, 가장 큰 용기와 힘을 준 사람들도 그리스도인이다.

유가족과 함께 빈 들에서 예배하면서, 이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기 위해 공동체를 이루었던 초기 교회 그리스도인들처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도 사랑하는 아이들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며, 기억과 진실의 교회를 만든 것이다. 유가족의 증언은 우리 시대의 ‘욥기’요, ‘시편’이요, ‘복음서’였다. 그 말씀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응답은 우리 시대의 ‘행전’이요, ‘서신’이었다. 아픈 빈 들에서 나는 ‘416교회’가 탄생하는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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