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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

안전가옥 노크-0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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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30g | 120*188*20mm
ISBN13 9791193024027
ISBN10 119302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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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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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재앙으로 수면이 높아진 한강은 크게 넓어져 있었다. 해수면이 20미터 이상 계속해서 오르자 정부는 결국 서울을 포기하고 수도를 세종특별시로 옮겼다.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한 사회는 전남 영광, 경북 울진과 월성, 부산 기장의 원자력 발전소들이 모두 침수되어 하나둘씩 폭발 사고를 일으키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에 빠졌다. 원전 폭발로 인한 피폭을 피하기 위해 터전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서울, 경기, 강원도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안전한 땅과 먹을 것을 위해 서로 뺏고, 죽이고, 싸워 댔다.
--- p.13

“왜 우리야. 난 너랑 같이 안 가.”
엔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의 입이 뾰로통하게 튀어나왔지만, 엔리 입장에선 볼에 낙인찍힌 흑인 아이와 같이 다녀서 좋을 게 없었다. 눈에 너무 띄고 위험해서 낮에는 절대 움직일 수 없을 터였다. 얼굴에 낙인도 없고 얼핏 봐서는 한국인처럼 생긴 엔리는 이 흑인 꼬마 때문에 위험에 빠지고 싶지도, 복수에 방해를 받고 싶지도 않았다.
“나 잠수 되게 잘해. 물속에서 통조림도 잘 건져 내고. 엄마랑 아빠가 그랬어, 나는 그러려고 태어난 것 같다고. 아홉 살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 잠수를 잘하느냐면서 매일 칭찬했는걸? 나 때문에 많이 먹을 수 있다고 다행이라면서 그랬단 말야. 그니까 언니도 나랑 같이 다니면 잘 먹을 수 있어. 매일 배부르게 먹을 거야.”
아이가 말했다.
--- p.42

“모든 것은 천명으로.”
여자가 허리를 굽히며 응했다.
“혹시 흑인 무임 봤나? 강 상류로 도망치다가 갑자기 사라졌단 말이지.”
키 큰 단원이 물었다.
“못 봤습니다. 갑작스럽게 배가 아파서 볼일을 보느라.......”
여자가 배에 손을 올리며 답했다.
“혹시 숨겨 주고 있는 건 아니고?”
머리에 기름이 잔뜩 낀 단원이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키 큰 단원은 여자의 집을 살펴보고 있었다. 물건이 거의 없는 집 안에는 벽 곳곳에 천명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와 자청단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동그란 원 안에 번개 표시가 그려져 있는 자청단 마크도 여기저기 보였다.
--- p.75

역시 영광에서 죽였던 베트콩 무임들 자식인가 보군. 코는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고 눈알은 어떻지? 눈알을 좀 움직여 봐. 그렇게 부릅뜨면 안 좋아. 나를 쫓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정말 수용소까지 올 줄은 몰랐는걸. 입술이 썰려 없어져서 피투성이가 된 이빨로 벙긋대던 너희 엄마나, 제 코 좀 제발 썰어 가 주세요 하고 여기까지 찾아 들어온 너나, 글쎄 뭐라고 할까. 베트남 종족은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순혈인 너희 아빠는 어쩌다 무임이 친 덫에 걸렸을까?”
--- pp.175~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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