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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들은 느닷없다

모든 날들은 느닷없다

다인숲 시집-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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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25*190*20mm
ISBN13 9791198257208
ISBN10 119825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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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조각 허울조차
송두리째 던져버렸다

뼈대로 남은 생
고개 숙인 중심

울 수도,
안 울 수도 없다
오늘은 정년 아침
---「누드 / 고성만」중에서

내 귀에 잘못 박힌 나선형의 녹슨 말을

누군가 역회전의 드릴로 꺼내 보인다

아, 순간 확장된 귀에 차오르는 판타
---「귀에 박힌 녹슨 말 / 김강호」중에서

예견된 가난이면
달이라도 품겠다

수없이 물레가 돌고

발아래 누운 저녁

내 마음 불꽃 피우며
떠오르실 그대 위해
---「흔들림 없이, 저는 / 김화정」중에서

한 세기가 지난 뒤 누가 나를 읽을 것인가
바람의 씨앗은 구름 속에나 묻히는 것
넘겨 볼 페이지 없는 몸, 그냥 물든다네
---「가을 / 박정호」중에서

눈길이 닿자마자
새벽별이 사라졌다

어둠에 귀를 대고
문 닫는 소리 듣는다

시작이 끝이었던 밤을
기억 속에 털어 넣으며……
---「첫눈처럼 / 이송희」중에서

말갛게 씻긴 뼈가
꺾일 듯 애처롭다

육탈도 끝이 나서, 마음 그늘 깊어질 때

이승이
여태 그립다고
꽃부터 보낸 당신
---「꽃무릇 / 이토록」중에서

그을음이라 써놓고
그리움으로 읽는다

오래된 바닥에 눌러 붙은 불의 기억

닦는다
속살 보일 때
붉어지는
네 낯빛
---「냄비 / 임성규」중에서

내 얕아진 마음의 부력을 디디고 간
기다림의 낱장까지 넘겨지던, 그 이동 거리

태생이 바닥인 돌들, 흉터 혹은 사리처럼
---「썰물 뒤에, 그 바닥에서 사리舍利를 줍네 / 염창권」중에서

단문의 엽서로 이곳 안부 전합니다

이제 어디로 가나

접힌 지도 펼치는데…

꽃들이 문 닫는 소리

서둘러 저녁 오는 소리
---「저녁이 오는 소리 / 정혜숙」중에서

지나 온 모든 길에
방점을 찍을 수 없다

내몰리고 부서진 채
거슬러 갈 수도 없다

한 번은
살아 보자고
솟구치는 저 폭포
---「레테 / 최양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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