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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비밀의 온도

초록서재 청소년 문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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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비밀의 온도 (큰글자도서)
[도서] 열다섯, 비밀의 온도 (큰글자도서)
이진미 저 초록서재
0% 27,000
열다섯, 비밀의 온도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34g | 134*200*14mm
ISBN13 9791192273099
ISBN10 119227309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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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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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터득한 비결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센 척이다. 아무리 중학교가 약육강식으로 굴러간다 해도 실제로 주먹질까지 하며 싸우는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다. 여자애들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그래서 ‘센 척’에서 중요한 건 힘이나 싸움 기술이 아니라 ‘깡’이다.

‘난 무서울 게 없어. 건드리기만 해 봐. 가만 안 둘 거야!’라고 온몸으로 보여주는 거다. 이때 가장 필요한 건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기술이다. 눈으로 맞붙었을 때 먼저 눈길을 피하면 절대로 안 된다. 상대가 누구든 끝까지 쏘아보아야 한다. 거기에 커다란 목청으로 차진 욕까지 더해 주면 그걸로 게임 끝이다. 아무도 나를 만만히 보지 못하게 된다.
--- p.11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반장이 되기로. 그 아이가 퍼뜨린 씨앗이 엄청난 토네이도가 되어 온 학교를 휩쓸어 버리기 전에 내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왜 하필 나여야 하느냐고? 보통 사람들에겐 순진한 얼굴 뒤에 숨은 악의 정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다르다. 지난 시절의 불운이 비록 내게 깊은 생채기를 남기긴 했지만, 덕분에 확실히 얻은 것도 있다. 친절함으로 눈속임을 하려 들면 남들은 다 속을지 몰라도 나에겐 어림없다.
--- p.23

천천히 다가오는 김승현의 손에는 이미 컴싸가 들려 있었어. 아, 컴싸는 수성이지. 다행이다. 얼굴이나 몸은 비누로 빡빡 지우면 지워지겠지.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고작 그런 거였어. 작년에 김승현이 유성 매직으로 내 얼굴을 칠해 놨을 때는 지우느라고 정말 죽는 줄 알았거든. 우리 학교 교복 색깔이 짙은 네이비블루여서 낙서를 해도 잘 안 보이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지.

김승현의 손에 들린 컴싸가 허공에서 나를 내려다보았어. 내 얼굴을 향해 뾰족한 컴싸가 달려들 때, 나도 모르게 눈을 꽉 감아 버렸어. 꼭 칼로 무자비하게 찔리는 기분이 들었거든. 한 번, 두 번, 세 번…. 컴싸가 지나간 자리가 불길이 붙은 것처럼 화끈화끈했어.
--- p.38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내가 보고 있는 건, 거울에 비친 아버지인가? 아니, 저건 바로 나다. 술에 취해 물건을 부수고 우리를 때리는 아버지와 똑같은 눈빛. 그 순간, 호야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일교야, 아버지를 이기고 싶지? 그렇다면 먼저 너부터 폭력에서 벗어나야 해. 폭력은 폭력으로 이길 수 없어. 폭력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폭력을 버리는 것뿐이야.”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호야는 그날 이미 보았던 걸까. 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하면서 점점 아버지를 닮아 가는 나를.
--- p.92

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고, 집에 있는 몇 안 되는 책 중에는 하필 《헨젤과 그레텔》이 있었다. 새엄마가 두 아이를 산에 버리고 오는 이야기. 그 뒤로 내 호주머니에는 늘 조약돌이 한 움 큼 들어 있었다. 나를 내다 버리는 대신 새엄마가 스스로 집을 나가 버릴 때까지.
--- p.100

비밀의 무게는 몇 킬로그램이나 될까? 애들 앞에서 비밀이 밝혀졌을 때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몸에 지니고 다니던 비밀의 무게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걸. 물론 죽고 싶을 만큼 창피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어쩐지 마음이 홀가분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 pp.19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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