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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포차 심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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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02g | 138*203*20mm
ISBN13 9791157403585
ISBN10 115740358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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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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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억이 중첩되자 현기증이 나면서 숨을 들이쉬는 것마저 힘들었다. 얼굴을 감싼 머플러를 허겁지겁 풀었다. 숨을 헐떡이며 달리기 시작했다. 도움이 필요했다. 이 상황에서, 이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누가, 누가 나를 이 악몽에서 빼내줘요, 제발!
그 순간 막 다다른 길모퉁이에서 내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듯 점점 밝아지는 불빛 하나를 발견했다. 콘크리트 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작은 입간판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 pp.11~12

“휴학했다면서? 그러면 학적 기록이 빈 거야 당연…….”
“학교에서의 기록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기기 마련인 당연한 기록마저 없으니 이상한 겁니다. 휴학은 학교와 관련된 것일 뿐, 일본에서 2년 동안 살면서 먹고 마시고 무언가를 사고 썼겠죠. 그런데 정말 기본적인 고정비용, 그러니까 월세라든가 인터넷 비용,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이 자동이체 된 것을 제외하고는 돈을 쓴 기록이 없었습니다. 전혀
--- p.32

“네, 맛있어요.”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답했다. 어묵은 그래도 다른 음식에 비해 익숙한 음식인데도 서 프로의 어묵탕은 어딘지 모르게 다른 맛이 나서 매력적이었다. 쑥갓 향이 포인트였다. 국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 당겼다. 마치 바닷물을 마시면 갈증이 더해지는 것과 같았다. 어묵도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잘려서 숟가락으로 국물과 번갈아 떠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러왔다
--- p.93

아직도 기억이 나요. 친구가 사건의 모든 정황을 알게 된 후 제게 찾아왔던 날이요. 학원에서 야간 수업을 듣고 반지하 자취방으로 내려가는데 계단에 이 친구가 퀭한 시선을 허공에 둔 채 앉아 있었어요. 너무 울어서 퉁퉁 부은 눈에, 세상을 포기한 것 같은 표정으로. 제가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자마자 친구는 그대로 무너져버렸어요. 터져버릴 것 같은 답답함을 울음으로 쏟아내며 바닥에 엎드려 한참을 있었어요. 전 그저 친구가 편히 울 수 있도록 다독여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 p.127

그대로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어디로 뛰는지 방향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심심포차에서 멀어지기 위해, 내가 속하고 싶었던 그곳에서 멀어지기 위해 무작정 달리고 또 달렸다.
괴물이다, 괴물을 잡자. 우다다다.
아이들이 맞았다. 나는 괴물이었다. 괴물이 되어 있었다.
--- p.139

“하지만 가로등 CCTV에 피해자에게 인사하는 부인과 아이가…….”
답답한 마음에 결국 조 순경의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그런데 내가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서 프로의 목소리가 치고 들어왔다.
“그래, 그거! 나도 그게 이해가 안 돼서 너무 궁금하다니까!”
서 프로는 두 손이 양념 범벅이 된 채 여전히 치킨을 먹으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 p.164

서 프로가 바로 메인 요리를 내왔다. 양갈비구이라고 했다. 역시 처음 먹는 음식이었다. 조금 전부터 고소한 냄새가 가게를 가득 채웠는데 이것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다른 이들은 익숙한 메뉴인지 큼직한 갈빗대가 붙은 음식이 등장하자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서 프로는 혹시나 양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함께 준비했다며 소고기 스테이크도 내왔지만, 모두 고소한 향으로 강하게 유혹하는 양갈비를 선택했다.
--- pp.191~192

나는 서 프로가 문가에서 지켜보며 기다리겠다는 의미의 굳건한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내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심심포차를 나서던 언제나처럼,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 pp.20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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