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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720쪽 | 140*210*40mm
ISBN13 9788954692342
ISBN10 895469234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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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밀턴에 도착하기 몇 마일 전부터 밀턴 방향 지평선에 짙은 납빛 구름이 걸려 있는 걸 보았다. 그 구름은 창백한 회청색 겨울하늘과 대비되어 더 검게 보였다. 헤스턴에서 첫서리가 내릴 징조가 있었으니 때는 이미 겨울이었다. 밀턴에 더 가까워지자 공기에서 매연의 맛과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어떤 맛이나 냄새가 났다기보다는 그저 초목의 향이 사라진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p.97

이십 년 넘게 시골 목사관에서 조용한 삶을 살아온 헤일 씨는 엄청난 고난들을 쉽게 극복하는 밀턴의 에너지에, 밀턴에 있는 기계의 힘, 사람들의 힘에 현혹되었다. 그 장대함에 감복한 나머지 그 힘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자세히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굴복한 것이다.
--- p.112

“전 소위 귀족적 사회라는 남부의 낡고 오래된 틀 속에서 아무 근심과 걱정 없이 편안하고 느린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루하고 부유한 삶을 누리기보다는 여기서 땀흘리며 고생하고 사는 게 낫습니다. 실패만 하면서 살더라도요. 꿀 속에 파묻힌 벌은 날 수 없는 법이죠.”
“그건 잘못 아시는 거예요.” 사랑하는 남부에 대한 비방에 발끈한 마거릿이, 눈에 성난 눈물이 고여서는 상기된 얼굴로 맹렬한 방어에 나섰다. “손턴 씨는 남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 그런 경이로운 발명품들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업의 도박적인 기질에 비하면 모험이나 진보 면에서는 떨어질지 몰라도, 그렇다고 더 지루하진 않고 그만큼 고통도 덜하죠. 전 이곳에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슬픔이나 걱정에 겨워 땅만 보고 걷는 걸 많이 봐요. 그들은 고통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세상을 증오하기까지 하죠. 남부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있지만 제가 이곳에서 보는 사람들처럼 세상의 불공평함을 원망하는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진 않아요. 손턴 씨, 당신은 남부를 잘 모르세요.”
--- p.131

“열에 들떠 있을 때 머리에 떠오르는 환상에 대해선 얘기하지 말아요. 난 베시가 건강할 때 무얼 하는지 듣고 싶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는 건강했죠. 하지만 그후로는 건강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바로 소면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폐에 솜털이 들어가서 병이 들었어요.”
“솜털?” 마거릿이 물었다.
“솜털요. 소면 작업 할 때 면화에서 날아오르는 작은 솜털. 그 작은 솜털들이 흰 먼지처럼 떠다니거든요. 사람들 말로는 그 솜털들이 폐를 감아서 조인대요. 아무튼 소면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병들어 기침하고 피를 토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솜털 때문에요.”
--- pp.163~164

“손턴 씨, 겁쟁이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내려가세요. 내려가서 남자답게 저 사람들 앞에 서는 거예요. 당신이 꼬드겨서 여기까지 데려온 불쌍한 외국인들을 구하세요. 당신의 노동자들을 인간으로 대우하면서 대화하셔야 해요. 친절하게요. 고통으로 미쳐 날뛰는 저 사람들을 군인들 손에 죽게 하지 마세요. 저기 제가 아는 사람이 하나 있어요. 당신이 용기가 있거나 고귀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면, 나가서 저 사람들과 대화하세요. 인간 대 인간으로요.”
--- p.284

“그래서 전 그 권리에 양보했어요. 제게 감사 인사를 하겠다고 고집하시는 건 저를 괴롭히는 일이라고 말하면서요.” 그녀가 당당히 대꾸했다. “하지만 당신은 어제 제가 그런 행동을 한 게 여성의 본능 때문이 아니라……” 이 대목에서 한참 동안 애써 참아온 뜨거운 눈물이 솟구치고 목이 메었다. “당신에 대한 특별한 감정 때문이었다고 오해하시는 것 같네요. 어떤 남자였다고 해도…… 그 군중 속의 어떤 불쌍하고 절박한 남자였다고 해도…… 전 더 연민을 느끼고…… 더 성심껏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줬을 거예요!”
--- pp.314~315

“어머니, 전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이미 알고 있었어요.”
손턴 부인은 이를 악문 채로 말을 씹어 뱉어냈다. 손턴은 어머니의 말을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어머니의 눈빛을 보고 설령 거친 표현은 아니더라도 의미만은 그 어떤 말보다 심한 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손턴 부인은 아들이 다시 자기 것이 되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손턴이 황급히 말했다. “어머니! 헤일 양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건 못 듣겠어요.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지금 제 마음은 너무 아프고 여린 상태예요. 전 아직 그녀를 사랑해요. 그 어느 때보다 더 사랑해요.”
--- p.341

국교도인 마거릿, 비국교도가 된 그녀의 아버지, 신앙심 없는 히긴스가 함께 무릎을 꿇었다. 기도는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았다.
--- p.378

“그래요, 해를 끼쳤소. 바우처와 그 무리가 폭동을 일으키고 법을 어기기 전까지는 여론이 우리 편이었거든. 폭동 때문에 파업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
“그럼 애초에 그 사람을 억지로 노조에 가입시키지 말고 그냥 두는 편이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요? 바우처는 노조에 도움이 못 됐고, 노조는 바우처를 미치게 만들었으니까요.”
“마거릿.” 헤일 씨가 경고를 담은 낮은 목소리로 딸을 불렀다. 니컬러스 히긴스의 얼굴에 먹구름이 끼는 걸 본 것이다.
“저는 따님이 마음에 듭니다.” 니컬러스가 불쑥 말했다. “마음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하니까요. 그건 노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한 말입니다. 노조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고 그게 우리의 유일한 힘이지요.”
--- p.473

“도시의 삶이나 시골의 삶이나 나름의 시련과 유혹은 있는 것 같아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인내심과 평온함을 갖기 힘들고, 시골 사람들은 활동적으로 사는 것과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를 감당하기가 어렵겠죠. 양쪽 다 어떤 미래를 실현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도시 사람들에겐 현재가 너무도 급하고 분주히 돌아가기 때문이고, 시골 사람들은 그저 동물적 생존에 만족해 무언가를 계획하고자 자제하면서 성취를 이루는 짜릿한 기쁨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신경쓰지도 않을 테니까요.”
--- pp.486~487

“먹는 행위만큼 사람을 평등하게 해주는 것도 없지. 죽음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네. 철학자는 점잔 빼면서 죽고, 도덕군자는 허세 부리면서 죽고, 순진한 사람들은 겸허하게 죽고, 불쌍한 바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 하지만 참새가 땅에 떨어지는 방법이 똑같듯이 철학자든 바보든, 술집 주인이든 도덕군자든 먹는 방식은 다 똑같아. 소화력만 똑같이 좋다면 말이야. 그게 자네가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위한 이론이지!”
--- p.583

그녀는 아무런 노력이나 분투가 요구되지 않는 단조로운 평안함에 물려가고 있었다. 이대로 평안함에 취해 호사의 물결이 일렁이는 삶 너머의 모든 걸 망각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런던에도 고생하며 악착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녀는 그런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하인들은 그들만의 지하세계에서 살다가 주인이 필요나 변덕으로 그들을 찾을 때만 존재하게 되는 듯했고, 마거릿은 그 지하세계의 희망이나 두려움을 알지 못했다. 마거릿의 마음과 삶의 방식에는 묘하게 불만족스러운 공백이 존재했다.
--- pp.599~600

그날 그 계절은 음울했고 그녀 자신은 아무런 희망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부모님이 곁에 있었다. 이제 그녀는 홀로 남겨진 고아였다. 부모님은 기이하게도 그녀 곁을 떠나버렸다. 지상에서 사라져버렸다. 헬스톤 길에 햇살이 가득한 게, 굽이마다 친근한 나무마다 예전과 다름없이 여름의 찬란함을 뽐내는 게, 그녀에겐 상처가 되었다. 자연은 변함없이 영원한 젊음을 누리는 듯했다.
--- p.619

‘결국 그게 맞아. 세상이 멈춰 있으면 퇴보하고 썩게 되겠지. 이치에 맞지도 않고. 변화를 고통스럽게 여기는 내 입장에서 벗어나서 보면 내 주위의 모든 변화는 올바르고 필요한 거야. 상황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만 주목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해. 그래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지. 희망과 신뢰하는 마음도 가질 수 있고.’
--- p.643

런던에 돌아온 마거릿은 바닷가에서 한 결심 하나를 실행에 옮겨 독자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그녀는 크로머에 가기 전까지는 할리 스트리트에 처음 와서 울다가 지쳐 잠들었던 겁먹은 어린애의 정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이모의 여러 규칙을 순하게 따랐었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엄숙한 사색의 시간을 보내며 언젠가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여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인, 얼마나 권위에 복종하고 얼마나 자유를 누릴 것인지를 결정하고자 했다.
--- p.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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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개스켈의 작품을 읽으면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
- 조르주 상드 (소설가)
개성과 힘이 넘치는 훌륭한 이야기. ‘셰에라자드’ 개스켈의 이야기하는 능력을 보면 하룻밤만으로는 모자라고 적어도 천일 밤은 있어야 할 것이다.
- 찰스 디킨스 (소설가)
개스켈의 『북과 남』 『루스』 『메리 바턴』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만큼이나 훌륭하다.
- 사라 파레츠키 (소설가)
『북과 남』이 사회소설로서 갖는 특별한 가치는 전통사회와 산업사회, 자본가와 노동자의 충돌과 갈등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시각으로 바라볼 뿐만 아니라,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 민승남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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