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발달장애의 조기 개입에 페어런트 트레이닝(부모 역할 훈련, 이하 부모 역할 훈련이라고 표기 - 옮긴이)을 매칭한 것입니다. 아이가 하는 행동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다양한 행동 특성에 대한 조기 치료교육의 구체적인 방법, 나아가 그 과정에 부모 역할 훈련을 접목하는 방법을 제시해 나가고자 합니다. 비정형적인 발달 특성만을 두고 발달장애라고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발달의 요철 때문에 적응행동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 위에 적응 행동으로 이끌기 위한 조기 개입 방법을 알기 쉽게 해설합니다.

부모 역할 훈련은 이름 그대로 아이에 대한 부모님과 보육 관계자의 대응 방법이므로 아이 자신이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대응 방법이나 아이가 지내는 환경을 정비함으로써 아이 자신이 적절한 행동, 다시 말해 적절한 체험을 하기 쉽도록 이끄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방법은 부모님 혹은 보육 관계자가 가정이나 보육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행하는 부모 역할 훈련입니다.

개별적인 부모 역할 훈련은 언제든 시작할 수 있으며 횟수나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보호자와 아이의 속도에 맞춰 진행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적응 행동, 달리 말해 아이들의 체험을 성공 체험으로 이끄는 것이며, 실패 체험이 되풀이됨으로써 초래하는 2차 장애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물론 완벽한 치료가 없듯이 완벽한 지원도 없습니다. 발달장애의 중증도는 지원 필요성의 정도로 결정되지만 지원의 양과 타당성을 정량화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성공 체험을 쌓을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 책에는 저희 센터에서 작업치료사 선생님들이 일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조기 개입의 노하우를 망라했습니다. 그 노하우와 부모 역할 훈련법을 조합하여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동행하여 그 기쁨을 공유하고 성장을 지켜보는 주위의 모든 어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 pp.4~5

● 기록해 보면 알게 되는 것
잘 할 수 없는 것은 외면하려 해도 눈에 들어옵니다.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보여도 평상시 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이 팔려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발달장애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면 숫자에 흥미를 가지는 것도 ‘증상이 아닐까’ 하고 마음이 쓰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도, ‘주의 전환이 어렵고 집착이 강하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런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세 가지로 나누어 적어 보아서 동일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때와 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면 이미 할 수 있는 힘은 형성되어 있는데 잘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은 바람직한 행동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실패 체험을 성공 체험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다음 표를 활용하여 행동을 세 가지로 나누어 적어 봅시다.
--- p.14

● 응용 행동 분석 사용하기
어른의 눈으로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의 행동에도 이유가 없는 행동은 없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행동의 이유를 생각하기 위한 방법 중 ‘응용 분석 행동’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습니다. 어려운 방법이 아닙니다. 아래 그림을 봐 주십시오. 어떤 행동(behavior)을 일으키는 데는 계기가 되는 상황(antecedent stimulus)이 있고, 그 행동의 결과로 생기는 상황(consequent stimulus)이 있습니다.

● ABC 분석으로 단서 찾기
행동의 법칙성은 장애가 있든 없든 동일합니다. 이 법칙성에 기반하여 분석하므로 머리글자를 따서 ‘ABC 분석’이라고 합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아 매우 부적절하게 생각되는 행동일지라도 ABC 분석적인 시점에서 다시 보도록 해 `봅시다. 그러면 행동의 원인이 그 행동의 이전 일에 있는지, 행동 스킬 그 자체에 있는지, 아니면 그 행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상황에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보육 시설이나 유치원이라면 복수의 선생님들이 관찰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생각지 못한 곳에 원인이 있기도 합니다. 또 아이의 행동에 대한 선생님들의 공동 이해가 쉬워져서 그 행동이 일어나는 장면을 예측하기 쉬워집니다.
--- pp.24~25

● 행동 목표는 ‘긍정적인 주목’이 될 수 있도록
‘기성을 지른다’, ‘걸핏하면 때린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한다’. 이런 부적절 행동을 보았을 때 어떻게든 그 행동을 ‘멈추게 한다’는 것에 대응이 맞춰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기성을 지르지 않는다’, ‘때리지 않는다’와 같이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원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죽은 사람 테스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행동인가 행동이 아닌가를 판별할 때 죽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고 간주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죽은 사람에게도 가능한 것이므로 행동이 아닙니다. 행동이 아닌 것이 ‘행동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실패 체험은 될지언정 결코 성공 체험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행동 대신에 어떻게 지내기를 원하는가’를 정하고 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지원의 목표입니다. 아래 그림과 같은 목표 시트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만 목표는 ‘친구들을 때리지 않는다’가 아니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논다’입니다. ‘일어나서 돌아다니지 않는다’가 아니라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다’입니다. ‘친구들을 때리지 않는다’를 목표로 삼으면 때린 즉시 ‘때리면 안 돼’라고 주의를 받게 되어 부정적인 주목밖에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논다’가 목표가 되면 그것이 유지되는 동안에 ‘사이좋게 놀고 있구나’라고 말을 건넬 수 있습니다. 행동 목표가 달라짐으로써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주목으로 변합니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언어의 힘은 무척 큽니다.
--- pp.42~43

● 왜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까?
이름 혹은 명칭이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언어 발달상으로는 1세 전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해와, 나아가 자신의 이름과 다른 소리를 구별하여 이름이 불려졌을 때만 그 음원 방향을 겨냥하여 둘러보는 데는 정보 처리를 위한 몇 가지 작업이 필요합니다. 현재 청력 검사는 생후 곧바로 측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선천적인 청력 장애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행동’이 발달장애 진단에 거론되지만 실은 이것은 ‘행동’이 아닙니다. 〈죽은 사람 테스트〉에 적용하면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것은 죽은 사람에게도 가능하므로 ‘행동’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행동’은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입니다. 그러면 발달장애 아이가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대부분의 경우는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을 것입니다.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정을 올려다보고 있다거나 방 안을 뛰어다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위에서 볼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는 정보 처리라는 ‘행동’ 한 가운데에 있는 것입니다.

아이가 소리뿐만 아니라 여러 감각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서툴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주위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와 음성을 듣는 청각,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손발에 닿는 촉각, 그것들의 우선순위가 처리되지 않으면, 혹은 시각이나 촉각이 청각보다 우위에 있는 감각이라면 호명에는 좀처럼 반응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를 처리할 수 없어서 불안을 느끼면 우선 천정을 보거나 뛰어다녀서 그 몸에 내려앉은 불안하고 곤란한 상황을 극복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뛰거나 까치발로 걸어서 운동에 의한 감각 입력을 무의식적으로 강화함으로써 그 외의 정보가 들어오기 어렵게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혹은 천정을 봄으로써 모든 정보 입력을 차단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아이가 스스로 불쾌한 상황을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이름이 불리면 돌아본다는 행동의 우선순위는 성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낮을지도 모릅니다.
--- pp.82~83

● 혼자 놀기는 발달 단계의 한 과정
까꿍 놀이로 대표되듯이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 타자에 대한 기대감과 사람에 대한 흥미나 호기심을 키워 줍니다. ‘혼자도 즐겁지만 둘도 즐겁단다’, 이것을 아이들이 배우는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다른 아이에게 관심을 나타내지 않거나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면 집단 속에서는 매우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집단 속이어서 비로소 걱정되는 행동으로, 집단이라는 환경 속에서만 일어나는 행동, 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보육 기관의 선생님으로부터 ‘집단행동이 안 되고’ ‘친구들 사이에 끼어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어머니들로부터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는 상담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단행동은 집단 속에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어머니께는 ‘보육 기관에 맡깁시다’라고 늘 말씀드립니다.
--- p.96

● 패닉은 왜 일어날까?
‘패닉을 일으키면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하고 어머니나 선생님들이 자주 묻습니다. 그럴 때는 늘 이렇게 대답합니다. ‘패닉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 주세요’. 일단 일어난 일은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일어나 버렸을 때는 어찌 되었든 안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입니다. 같은 상황은 아이들에게 날마다 일어납니다. 다음에 패닉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패닉이란 필시 아이들에게도 매우 불쾌한 상태일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정보 처리를 하면 될지 모르겠다’는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확실하게 패닉이 일어나리라 생각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패닉을 일으키기 전후 상황을 관찰합니다. 반드시 원인이 있습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이유가 없는 행동은 없습니다.

다음으로, 같은 상황에서 패닉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려면 패닉을 일으키는 ‘대신에 하면 좋을 행동’으로 이끌기 위해 환경을 정비해야 합니다. 부모 양육훈련의 기본인 환경 명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물론 아이 자신이 만들어내는 환경이 아닙니다. 주위의 어른이 지혜를 짜 내어야 하는 과업입니다. ‘대신에 하면 좋을 행동의 스킬을 아직 몸에 익히지 못한 경우’ 조기 치료교육의 포인트는 평소와 달라도 즐거웠다는 체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먼저 아이와 신뢰 관계를 만들면서 조금씩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하거나 아이와 함께 환경을 조금 바꿈으로써 변화하는 것 사이의 인과 관계를 배웁니다. 환경 조정에 관해서는 다음 8의 ‘예상과 달라도 OK를 배우기’를 참고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