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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으로 사는 삶 1 (큰글자도서)

0원으로 사는 삶 1 (큰글자도서)

: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박정미 | 들녘 | 2023년 04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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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으로 사는 삶
[도서] 0원으로 사는 삶
박정미 저 들녘
10% 17,550
0원으로 사는 삶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2쪽 | 182*272*20mm
ISBN13 9791159257636
ISBN10 115925763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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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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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세 채의 시골집을 손수 고쳐 살았다. 첫 번째 집은 한반도의 엄지발가락 즈음에 있는 누추한 빈집이었다. 두 번째 것은 아빠의 고향 땅에 있는 작은 농막이었고, 세 번째 집은 지리산 자락 외딴 숲속에 있는 오두막이다. 지난 6년간 나의 산책 코스는 바다에서 논두렁으로 그리고 산으로 바뀌었지만 내가 사는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고정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최소한의 소비만 하며 산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한다. (중략)

2021년 봄부터 나는 지리산 자락 ‘숲속 오두막’에 살고 있다. 내가 시끄럽게 장구를 쳐대지 않는 한 이 숲속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이 집은 내가 애써서 찾거나 구한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우연히, 그리고 기적처럼 내게 짠 하고 나타났다. 게다가 이 집엔 내가 그토록 소망하던 구들이 있었다. 하늘이 내게 보낸 선물이라고 할 수밖에.

누추한 빈집에서도 숲속 오두막에서도 나는 집세를 내지 않았다. 대신 양쪽 집 모두 발 뻗고 첫잠을 자는 데까지 3개월 남짓 시간이 걸렸다. 엄청난 쓰레기를 치우고, 무너진 벽과 마루를 고치고, 창호지를 새로 바르고, 욕실 타일을 깔고, 전선을 정리하고, 선반과 가구를 만드느라 말이다. 벽지와 합판을 제거하니 감추어져 있던 서까래와 흙벽이 멋스럽게 드러났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데도 콧구멍이 새까매지는 걸 볼 때마다, 매해 겨울마다 산에서 장작을 짊어지고 내려와야 하는 수고를 겪을 때마다, 집은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님을 절실히 깨닫는다. 나는 여전히 ‘남은 살지 못하는 집’을 돌보며 살지만, 집세와 난방비를 내지 않고 사는 삶이 즐겁기만 하다.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숲속에 혼자 살면 무섭지 않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이상하게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이런 내가 신기하다. 귀신이 나타날까 잠을 설치고, 밤길에 나쁜 일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야산에서 야생동물을 마주칠까 불안에 떨곤 했다. 거실에 룸메이트가 있는데도 방에 불을 켜놓아야만 잠들던 내가 이렇게 숲속에서 홀로 밤을 보내고 있다니.
---「빈집살이」중에서

“당신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어떻게 찾았나요?”
‘어떤 것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인가?’ 이는 아마도 모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나 역시 평생 이 질문의 답을 찾아다녔다. 내가 기억할 수 없는 멀고 먼 과거에도 나는 아마 같은 질문을 했을 것이고, 수만 번의 생애를 거치다 지금에서야 그 답을 찾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딱 어느 하나의 계기로 나의 삶이 두려움에서 축복으로 바뀌었다고는 볼 수 없다.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선에서, 내 삶에, 나의 세계에 아주 극적이고 강력한 변화를 가져다준 사건은 분명히 있었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약 2년간 진행한 ‘0원살이 프로젝트’다. 1년을 목표로 계획했던 프로젝트는 2년 남짓 계속되었고, 영국에서 시작한 여정은 인도에서 마무리되었다. 아니, 그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 대신 ‘삶’이 나의 여정을 이끌고 있다.
---「가슴이 원하는 일」중에서

앞서 말했듯 지금 나는 돈을 사용한다.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프로젝트의 금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돈에 대한 거부감도, 엄격한 규칙도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간다. 이제 내 삶의 가능성은 돈의 유무와 상관없이 무한으로 흐른다. ‘0원살이’ 여정이 내게 가져다준 것은 돈으로부터의 자유만이 아니다. 사실 여정의 어느 순간부터 내 관심사에서 ‘돈’이라는 화두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돈을 사용하지 않음’은 어느새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마음을 쏟을 더 중요한 가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0원살이’ 여정은 내 삶을 물질보다 더 깊고 높은 차원으로 이끌었고, 그 속에서 나는 참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중략)

돈이 없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돈이 없음’은 나를 진짜 세계로 향하게 하는 날개가 되어주었다. 모순과 착취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의 세계. 이 세계에서 벗어나 자립을 위한 대안적 삶을 경험하면서 나는 생존의 불안에서 벗어났다. 자연이라는 생명의 세계와 연결되면서 내면의 외로움을 치유했고, 나의 세계는 시스템에서 자연으로, 자연에서 우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삶의 목적과 궁극의 평화에 이르는 길을 만났다. 이 모든 기적은 나의 삶에서 ‘돈’을 지워버린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0원살이의 기적이다. 나는 0원살이 여정에서 나의 세계가 어떤 식으로 확장되었는지, 그 확장이 어떤 계기와 만남으로 일어났으며 내가 그 안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를 이 책에 담았다. 여기에는 ‘기적 같은 진리’와 ‘불편한 진실’이 함께한다. 나는 여러분이 기적과 불편함 모두를 있는 그대로 마주해주었으면 좋겠다. 불편한 세계에 먼저 눈을 뜬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참된 세계, 기적의 진리 속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사라진 세계」중에서

팅커들이 집을 짓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지구에 해를 주지 않는가?’다. 번듯하고 ‘편리’한 건물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벌레와 풀 한 포기에 조금의 해도 주지 않을 소박한 은신처를 소망한다. 인간이 따뜻하고 예쁜 집을 짓는 사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생태계는 무너져간다. 추운 날 따뜻한 집에서 반소매를 입고, 더운 날 시스템 에어컨을 가동해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 오늘날 인간이 바라는 완벽한 집은 지구의 완벽한 조화를 무너뜨린다. 한없이 누추하고 허름한 팅커들의 집은 세상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집이었다는 것이 그제야 비로소 보였다.
---「세상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집」중에서

크리스는 내 소지품을 빠짐없이 검사했다. 치약이며 샴푸에 적힌 성분 표시를 하나하나 주의 깊게 살펴보더니 모두 압수했다. 유해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자신의 천연 치약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곳에서 당신은 알아야 할 것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당신은 TV와 인터넷의 왜곡된 거짓 정보가 아니라, 당신의 건강한 삶과 자유를 되찾아줄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일단 그 시작은 당신이 당신 몸에 사용하는 제품과 음식입니다.”

모락은 이미 수년 째 월경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사용하는 월경컵을 보여주며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질 속으로 그 작지 않은 물건을 집어넣는다 생각하니 상당한 거부감이 들었다. 얼굴을 찌푸리는 내게 모락은 월경컵이 얼마나 우리 몸에 무해하고 편안한 것인지, 일회용 월경 제품이 건강과 환경에 어떤 해를 끼쳐 왔는지 상세히 이야기했다. 심지어 크리스는 내가 원하면 월경컵을 사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략)

크리스는 특히나 음식 생산 과정을 총체적으로 의심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했다. 채소가 어떤 씨앗으로, 어떤 흙에서, 어떤 물질에 범벅이 돼서, 어떻게 운송되어, 어떻게 가공되어 우리의 입으로 들어오는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길러져서, 어떻게 취급되어, 어떻게 도살돼서, 어떻게 손질되어, 고기가 우리의 입안으로 들어오는지. 우리는 반드시 모든 과정을 알아야 하며 그 진실을 알고 나면 절대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소지품 검사」중에서

영국에는 약 3,500km 길이의 운하가 있다. 운하는 15,000여 명의 사람에게 집이 되어주기에 ‘세상에서 가장 긴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물에서의 낭만을 동경하며 보트살이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보터는 현실적인 이유로 보트살이를 택했다. 런던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주거는 불안정해졌고 이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다. 암울한 경제 상황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결국 건물 대신 보트에 몸을 맡겼다. (중략)

보트에서의 삶은 이들에게 단순한 ‘체험’이 아닌 ‘일상’이기에 언제나 낭만적일 수만은 없다. 수상생활에는 각종 위험과 어려움이 도사린다. 비바람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범죄의 위험에도 노출되기 쉬웠다. 강도나 폭행, 도난뿐만 아니라 위험한 장난에도 종종 피해를 당했다. 수상생활 그 자체에서 야기되는 어려움도 상당했다. 물 위를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중앙 공공 서비스라는 혜택은 물 건너 세상의 이야기였다. 물과 가스, 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오물 탱크도 없기에 오물을 처리하는 기능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스스로 필요한 지식과 관련 기술도 익혀야 한다. 그 자원이 어디에서 오며,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또 어디로 내보내고 순환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터들은 삶에 필수적인 요소조차 충분히 소유할 수 없다. 자원이 늘 불충분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짐을 덜어내야만 했고, 꼭 필요한 것으로만 공간을 채웠다. 보트살이는 야생이다. 각종 생활 기술을 터득한 이들은 공공설비에 의존하는 아파트 거주민들을 마치 생활 기술의 불구처럼 보이게까지 했다.

(중략) 언제까지고 그의 보트에 눌러앉아 식량을 축내며 지낼 수는 없었다. 누구에게도 신세를 지지 않는 지속 가능한 자립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생존법을 모색해보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빽빽한 건물과 음식점, 얼마나 오래 방치되었는지 알 수 없는 자전거. 내게 필요한 것들이 거리에 넘쳤다. 그러나 내 몸 하나 뉠 공간은 없다. 도시는 낭비로 가득했다. 다른 한쪽에는 생존의 절박함으로 허덕이는 사람들이 있다. 불합리한 현실에 울컥, 서러움이 치밀었다. 참으로 모순적인 세상이다. 머지않아 나는 도시의 이 ‘사치스러움’에 큰절을 올릴 만큼 ‘낭비’라는 문화를 고마워하게 되었다. 재미있게도, 자립 생존의 열쇠를 바로 여기서 찾았기 때문이다.
---「월세 보트살이」중에서

천상의 계곡을 떠나 그리스 에비아Evvoia 섬으로의 표류를 시작했다. 루트를 미리 결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만나는 운전자의 목적지와 매 순간 나의 직관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길을 정하기로 했다. 우주가 길을 안내할 것이라 믿으며 아무런 목적지 사인 없이 도로 위에 섰다. (중략) 세르비아의 도로는 단순했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차를 10분 이상 기다리는 일도, 길을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마침 마케도니아 방향으로 가는 운전자를 만났다. 이로써 루트가 정해졌다. 마케도니아를 지나 그리스로 간다. 운전자는 친절했다. 함께 식사하고 차도 마시면서 여행하듯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밤 9시가 넘어 세르비아-마케도니아 국경 근처 한 마을에 도착했다. 운전자 아저씨는 나를 마을 입구에 내려주고 자신의 목적지로 떠났다. 그렇게 나는 늦은 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홀로 남겨졌다. 밤은 어두웠고 마을은 적막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막상 혼자가 되니 막막했다. (중략)

마을의 중심처럼 보이는 거리는 수많은 난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군데군데 텐트가 보이긴 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맨바닥에서 담요만 대충 덮고 거리의 쓰레기와 함께 널브러져 있었다. 그중엔 여자와 어린아이들도 수두룩했다. 그제야 나는 아저씨가 왜 “시리안?”이라고 물은 것인지, 아저씨의 “캠프!”가 어떤 캠프를 의미한 것인지, 왜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나를 경계하며 손사래 쳤는지,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르비아와 마케도니아의 국경 옆에 자리한 이 마을은 시리아 난민들이 피난길에 지나가는 주요 코스였다. 그러니 커다란 배낭에 구질구질한 옷차림,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로 ‘캠핑! 캠핑!’을 외치며 밤거리를 헤매던 나는 그 누가 보아도 난민이었다.

(중략) 나는 경찰에게 ‘나는 난민이 아니에요!’라고 황급히 말하려 했다. 그 순간, 경찰 앞에 줄 서 있던 한 난민 자매와 눈이 마주쳤다. 생기 없는 눈빛과 기진맥진한 표정. 오늘 그녀가 얼마나 힘든 하루를 보냈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친 얼굴이었다. 나는 경찰관에게 하려던 말을 멈추고 조용히 긴 줄 끝으로 걸어갔다. 자신이 어쩌다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었는지 자신조차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사람들 앞에서 “나는 난민이 아니에요!” 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겪는 상황에 비하면 지금 나의 상황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어떻게 감히 나를 도와달라고 할 수 있을까?

죄책감과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으로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내 차례가 되었고 경찰에게 다가갔다. 경찰은 다짜고짜 “페이퍼!(서류!)”라고 소리쳤다. 나는 그에게 조용히 설명했다. “저는 한국 사람이에요. 여행 중이고 어쩌다 보니 이곳으로 왔어요.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경찰인 당신에게로 왔어요.”

경찰관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고 계속해서 “페이퍼!”라고만 외쳤다. 그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그에게 대한민국 여권을 내밀었다. 경찰은 내 여권을 훑어보더니 상사로 보이는 다른 경찰을 데려왔다. 나는 그 경찰에게 내가 지금 이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 경찰 역시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물론 언어의 한계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는 나의 상황을 도저히 논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듯 보였다. 난민도 아닌데 왜 이렇게 거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 한국인 얼굴이 원래 이렇게 새까만 것인지 그리고 이렇게 늦은 밤에 왜 하필 여자 혼자 난민 캠프를 여행하고 있는지 경찰은 나의 처지를 납득하지 못했다. 결국 더욱 자세히 취조하기 위해 나를 근처 카페로 데려갔다.
---「흐름을 믿는 연습: 세르비아’‘피난민이 아닌 자만 보호받는다」중에서

이들은 대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것일까? 전쟁 없는 세상은 없을까? 장교는 나의 오랜 꿈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여군 사관에 지원했다. 양어깨에 다이아몬드를 달던 날, 한쪽 어깨에 ‘조국 수호’를, 다른 한쪽엔 ‘세계 평화 유지’라는 사명을 올렸다. 빛나는 두 다이아몬드가 자랑스러웠다. 전방 지역 신병교육대에서 소대장 및 교관 임무를 수행했다. 이제 막 머리를 깎은 스무 살 남짓한 훈련병들에게 전투기술을 가르쳤다. 내가 “돌격 앞으로!”라고 외치면 그들은 함성을 지르며 보이지도 않는 총탄을 피해 달렸다. 참호 안으로 연습용 수류탄을 던지고 허공에 총검을 휘둘렀다. 전쟁 상황이라면 이들은 내 외침에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내달릴 것이며 총검 끝으로 상대를 죽일 것이다. 훈련이라고 해도 눈에 살기가 가득할수록, 총검을 잔인하게 휘두를수록 나는 높은 점수를 주어 칭찬했다.

그러던 2010년 11월, 임관 후 2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이었다.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났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한반도 전체가 긴장과 불안에 휩싸였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았다. 전방 지역은 전시 수준에 가까운 준비 태세를 취했다. 간부를 포함한 전 부대원이 완전 군장으로 영내 대기했고 전투복을 입은 채로 취침했다. 신병 교육을 중단하고 전시 임무 훈련을 했다. 최전방 부대원들은 영정사진을 찍고 유서를 썼다. 간부들은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당분간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알렸다. 우리 부소대장은 임신 중인 아내와 세 살배기 딸과 영상통화를 했다. 소대원들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중략)

비상 대기 상태로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다행히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모든 것이 평시 상태로 돌아왔다. 그러나 포격전 중 사망한 4명의 소중한 목숨은 돌아오지 못했다. 이와 함께 ‘조국 수호’와 ‘세계 평화 유지’라는 나의 사명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머릿속에 질문이 가득했다. 평화란 무엇일까? 평화를 지키고자 전쟁을 벌이는 게 과연 정당한 걸까? 지금의 평온한 일상이 계속 이어지는 게 평화 아닐까? 일상이 무너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고, 집이 허물어지는데 어떻게 전쟁으로 평화를 이룬다는 걸까? 조국이란 뭘까?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조국의 수많은 아들딸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걸까? 국가를 지키고자 살아 있는 국민을 사지로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의무일까? ‘조국 수호’를 위해 조국의 아들딸을 죽이고,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해 현재의 평화를 파괴하는 일이 더는 자랑스럽지 않았다. 결국 나는 3년의 의무 복무를 마치고 군대를 나왔다.

(중략)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조국이 아니라 ‘생명’ 자체이고,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명령이 아닌 ‘양심’이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승리가 아닌 ‘평화’라는 것을 말이다. 그 어떤 전쟁도 명분이란 있을 수 없다. 평화 자체가 수단이자 목적이 되어야 하며, 전쟁이야말로 인류가 물리쳐야 할 적이다. 지켜야 할 사람과 죽여야 할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러시아 군인도 우크라이나 군인도 모두 소중한 생명이다. 모든 군인이 전쟁과 살인을 거부하고, 적과 원수에게 빵을 내어주고, 내 나라 네 나라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의 나라로 사는 세상. 국경도 국가도 존재하지 않는 꿈같은 세상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기도해본다.
---「분리된 세상, 평화의 열쇠를 찾아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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