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홍의 풍경 속에 한 장 그림으로 남고 싶다면
벗들이여, 지리산으로 오시게.
화개동천 세이암에서 묵은 귀를 씻고
나와 더불어 막걸리 한 대포 나누시게.
최치원 선생이 심은 푸조나무 여전하고,
세이암 계곡물도 그대로 있으니
너무 서둘러 오지 마시고 천천히 오시게.
막걸리 한 대포 먼저 마시며
나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벗들이여, 흥에 겨운 발걸음 좇아
지리산으로 오시게.
--- p.98
“바울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야. 누구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거부할 수 없어. 그래서 삶은 각본 없는 드라마, 재방송이 없는 생방송과도 같은 거란다.
그러니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해. 우리 자신의 삶과,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이웃을 피처럼 뜨겁게 사랑해야 해.
인생은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짧아. 그러므로 너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렴.”
--- p.146
나는 힘들 때마다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이들의 얼굴 속에는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다. 내가 꿈꾸는 모든 것, 내가 이루어놓은 모든 것,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이 내 아이들의 얼굴 속에는 다 들어 있다.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거기엔 언제나 내 얼굴이 있다.
때 묻지 않고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내 얼굴.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를 비추는 거울인 법이다.
--- p.147
나는 아직 빚도 다 정리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다시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꾸준히 준비를 했다. 수아의 교통사고 보험금과, 우리 가족이 불쌍하다고 지인들이 조금씩 모금을 하여 도와준 자금 약 7천만 원을 가지고 사업 밑천을 마련했다.
나는 그때 내게 모금한 돈을 전달하면서 지인들이 하던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네가 이 자금으로 다시 사업을 일으켜 성공한다면 이 돈은 우리에게 갚으려 하지 말고 너같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해라.”
정말 상상도 못한 말이었고, 지금도 내 가슴속에 한 자 한 자 비석에 새기듯 각인된 명언이다.
그 때 그 말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눈물이 와르르 흐른다. 그래서 그 말은 지금까지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다.
--- p.162
녹차!
나는 그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싱그러움에 빠져든다. 뼈 속을 파고드는 칼바람 속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저 홀로 푸르름 잃지 않는 도도한 겨울 친구, 녹차.
겨울을 이겨내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녹차. 그 속에는 아무리 추운 한겨울에도 봄을 기다리는 희망이 깃들어 있다. 시련이 와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워 이겨내는 강한 투지와 끈기가 있다.
녹차는 아무리 뜯고 뜯어도 다시 돋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 제 온몸을 찢겨가며 인간들에게 제 부드러운 새싹과 온갖 탐스러운 좋은 것들을 내어주면서도 다시 살아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 아무리 짓밟혀도 다시 딛고 일어서 뿌리를 내리며 다시 살아나는 우리 민족의 혼이 서려 있는 듯하다.
천년의 아픔을 견디며 살아온 녹차나무는 어떤 폭풍우가 몰아쳐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 땅의 민초를 닮았다. 그래서 더욱 친근하다.
나는 이내 녹차의 강인함과 절개에 도취되고 만다.
--- p.209, 210
기적은 공짜로 찾아오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우연처럼 찾아오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그 기회는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기회를 잘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우연은 필연이 되고, 기회는 기적이 된다.
그 누구보다도 이순신의 생애와 죽음이 이것을 역설하고 있다.
우연처럼 뒤늦게 찾아온 승진의 기회.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그 기회를 살려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 준비를 모두 마친 바로 다음날,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23전 23승의 기적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7년에 걸친 길고 긴 전쟁이 끝나는 마지막 날, 노량해전에서 적의 총탄에 맞아 전사함으로써 이순신은 자신의 죽음으로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 그는 마침내 불멸의 신화로 남았다.
--- p.266, 267
지리산 야생녹차는 제각각 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우전, 세작, 대작 등… 따는 시기에 따라 맛이 다르고, 덖는 사람의 손길과 정성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다. 녹차도 저마다의 맛이 따로 있듯이, 사람들의 행복에도 저마다의 맛이 따로 있다.
내가 만든 녹차가 저마다의 맛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듯, 나는 사람들의 행복을 맛있게 요리하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 사람들 속에 꿈꾸는 저마다의 행복의 맛을 찾아내어 한 사람 한 사람 원하는 대로 행복의 맛을 제대로 내줄 수 있는 행복 요리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행복하도록,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사람과 사람이 꽃이 되고 향기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지리산 자락에서 사람 꽃 한 송이 피운다.
--- p.302, 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