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제가 그때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건 이 무의식이었어요. 키보드에 어떤 얼룩이 배어 있는데, 계속 찝찝해하면서도 그걸 없는 척하며 제대로 바라보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이렇게 무의식은 완전히 캄캄한 무지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늘 느끼고 있으면서도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 의식의 소외된 영역을 말합니다. (…) 아무리 내 존재 상태를 원하는 상태로 바꿔보려고 해도 이 무의식이 계속 방해를 했던 거예요. 이 진실과 맞닥뜨리고 나니 뭔가를 좋게 만들려는, 아름답게 보려는 모든 노력이 지겨웠어요. 이제는 솔직해지고 싶다. 이 마음만 있을 뿐이었어요. 그래서 아무 지침도 없이, 나를 불편하게 했던 순간들로 돌아가 내 솔직한 감정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 p.22~23
침체된 마음의 바닥을 밀고 다닌 지 5년쯤 되었을 때 차츰 신박한 생각이 들었어요. ‘이유가 없어서 더 튼튼하고 단단한 이 열등감도 혹시 신이 꼭 필요해서 여기에 둔 건 아닐까? 이걸 내가 만든 것 같지는 않은데 신이 존재해서 이 모든 걸 만들었다면, 이 열등감도 내가 모르는 어떤 정당한 이유에 의해서 여기 이렇게 존재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서서히 이 무거운 감정들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갔어요. 열등감, 너도 존재할 이유가 있는 거겠지. 너도 여기에 있어야만 하니까 있는 거겠지. 수치심도 죄책감도, 너희들 모두 여기에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거겠지.
--- p.35~36
사랑작업을 하면서 저는 의식이 빛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내 안에는 자신을 돌봐주길 기다리는 많은 어둠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피하려 하거나 없애려는 마음 없이 단지 바라봐주기만 해도 그 시선은 빛이 되어 어둠을 밝혀주었어요. 그 바라봄이 내가 오래도록 찾고 기다리던 따스함이었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랑이었어요.
--- p.48
마음의 이원성을 인정하고 넘어서면서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던 체험들에 대한 저항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쌍의 마음 전부를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되자 버림받음의 아픔이 생생해지는 만큼 사랑을 주고받는 순간의 기쁨도 생생해졌습니다. 모든 감정은 팔레트를 가득 채운 색깔처럼, 선명한 자기만의 빛깔로 제 안에서 살아 숨쉬기 시작했어요. 감정을 수용하면 거기서 벗어나게 되고, 수용된 감정은 물감처럼 삶의 매 순간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준다는 걸 배웠습니다.
--- p.57
‘사랑의 감정’이 사랑이 결핍된 감정, 즉 ‘버림받은 감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쌍을 이루는 파도라면, 진정한 사랑은 이 두 감정을 차별 없이 껴안는, 조건 없는 수용의 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고는 ‘사랑의 감정’만을 좋은 것이라고 믿으면서 미워하는 감정은 나쁜 것이라고 버립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사랑의 감정뿐만 아니라 미워하는 감정도, 가난의 아픈 마음도 끌어안습니다. 어떤 것도 나쁘다고 버리지 않습니다.
--- p.90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결국 두려움의 힘으로 살기를 중단하고 수용하기를 시작하는 태도의 전환입니다. 마음의 어느 단계에서든 두려움으로 대응하기를 멈추고, 그것이 어떤 마음이든 수용해보려는 시도가 필요한 거죠. 아무 조건을 달지 않고 내 마음을 받아들여보는 것, 거기에서부터 마음의 아픔이 녹기 시작하며 아픔이 녹아내린 자리에는 언제나 거짓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남아 있습니다.
--- p.109
나는 외부세계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외부를 바라보는 내 마음속을 살고 있다는 것을 숙고해보세요.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현실을 대하는 내 마음의 반응들이고, 나는 그 마음의 반응들을 수용함으로써 내면에 새겨진 진실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내면에 새겨진 진실에 다가간다는 것은 우리가 에고로 살면서 믿게 된 거짓말로부터 우리의 의식을 분리해서 점차 의식을 확장해간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의식의 확장이라는 성장의 길을 걷기 위해 내 마음을 비추어주는 외부세계의 일들을 기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내면의 진실을 따라가는 삶, 내 마음을 1순위로 두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 p.126
사랑작업은 늘 조건 없이 나를 수용해주는 어떤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상태로 있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이런 존재와 함께 있으면 나는 내면에 억압된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펼쳐낼 수 있어요. 펼쳐내다 보면 감정적인 것들이 다 사라지고 안에 있는 본래의 나를 찾아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신경 쓸 것은 ‘내가 지금 조건 없이 나를 수용해주는 이 존재’랑 살고 있는지 계속 살피는 거예요.
--- p.144
어떤 일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면 그 생각이 상처에 고이고 있다는 걸 알아채시고, 그 생각들이 방어하려고 하는 아픈 상처가 무엇인지를 바라보세요. 어떤 부정적인 느낌으로부터 도망치려 하는 건지를 보세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아차리면 그 생각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자문하면서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세요. 그리고 그 느낌을 온전히 느껴서 원인이 되는 무의식의 생각을 만나세요. 그 생각을 놓아버리면, 그 생각이 현실에서 만들어내던 문제 상황은 저절로 풀립니다.
--- p.230
‘현재를 산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 당장 나는 달라져야 해’라고 불안해하고 있는 현재의 나를 온전하고 충실하게 살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그 사건 때문에 난 현재를 살 수 없어’라고 고통스러워하는 현재의 나를 온전하고 충실하게 살 때 삶은 당연히 변화하고 나는 당연히 성장합니다.
--- 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