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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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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24g | 128*188*20mm
ISBN13 9791191803174
ISBN10 119180317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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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였던 하루토는 물론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난 글라이더가 좋아요”라고 말했다.
“글라이더?”
“엔진도 없이 목적지가 있든 없든 그저 우아하게 선회하면서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처럼 살고 싶어요.”
선생님은 바보 취급하지 않고 “그것 좋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글라이더처럼 사는 건 꽤 어려워. 사람은 지시받으며 사는 게 훨씬 편하지. ‘좋은 일을 하면 행복해집니다’라는 말과 ‘도자기를 팔면 급료가 올라갑니다’라는 말 중, 어느 쪽이 이해하기 쉽지?”
“도자기가 왜요?”
“예를 든 거야. 어쨌든 엔진을 달고 비행 스케줄대로 나는 제트기 쪽이 사실은 즐거울지도 몰라. 글라이더는 난도가 높거든. 게다가.”
“게다가?”
“주위에서는 태평하다는 소리를 듣지.” 선생님은 웃었다. “글라이더가 얼마나 힘든지 불안한지 모르는 녀석들에게 말이야.”
“선생님, 글라이더 이야기에 너무 열중하신 거 아니에요?” 하루토도 웃었다.
연료 탱크 지도 내비게이션 처음부터 없어 끝까지 / 옆에서 보면 그야 태평하지 / 하지만 이미 아슬아슬해
선생님은 느긋하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글라이더〉라는 노래야.”
설마 이 선생님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스파이인 데다 십 대 후반이 된 하루토 앞에 나타나 비밀정보국 일을 권유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pp.12~13

“마쓰시마에게는 엔진이 없네.” 그녀가 자주 말했다. 예전에는 “그 점을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결점이라고도 하기 힘들어” 등 긍정적인 뉘앙스가 풍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만과 초조함만 담겨 있다.
“취업은 어떻게 할 거야? 앞일은 생각하고 있어?” 그녀가 내 취업과 구직 활동에 대해 예민해진 것은 자신의 구직 활동이 잘 풀리지 않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으리라. 혹시 이대로 교제가 이어진다면 인생을 같이 걸어가게 되니, 선장이 이 사람이라도 괜찮을까, 이 사람이 칠칠치 못하니 혹시 자신이 조타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불안해졌을지도 모른다.
“괜찮아. 경기도 좋아지고 있잖아. 일자리는 늘고 청년은 줄어들 테니 다들 인재를 찾기 시작할 거고 마음대로 고를 수 있어.” 나는 당당하게 말했지만 딱히 근거는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니 마치 흐느적거리면서 나는 글라이더 같아.” 그녀는 넌더리를 냈다.
낮은 채로 언제까지나 내릴 장소 찾았지 / 찾다 보니 멀리 갔지
어디에선가 노래 〈글라이더〉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우아하게 날아서 하늘을 선회하는 글라이더가 세속을 벗어난 듯 느껴져 좋았는데, 그때 그녀에게 ‘글라이더’는 부정적인 의미였나 보다.
--- pp.15~16

그때 고모리 과장님이 “지금 가도쿠라 과장을 떠올렸지?” 하고 예리하게 지적하기에 핸들을 잡은 몸이 움찔했다. 그것을 어떻게! 하마터면 그렇게 말할 뻔했다. 어물어물 물었다. “가도쿠라 과장님과 동기신가요?”
“응. 굽신굽신 가도쿠라.”
“굽신굽신?” 되물었지만 그 별명의 유래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도쿠라 과장님은 온화하여 부하에게 화내는 일도 없고 거친 말투로 의욕을 북돋는 일도 없다. 그렇다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것도 아닐뿐더러 커뮤니케이션이 능숙하지도 않다. 아무런 장점이 없는데도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오른 이유는 다름이 아닌 사죄. 정확히는 사죄하는 일을 꺼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와 내 동기들을 비롯한 후배 사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언제나 사과를 한다. 동물원에서 판다는 밤낮없이 자고 있고, 넓적부리 황새는 꼼짝도 하지 않으며, 가도쿠라 과장님은 항상 굽신거린다. 회사 내 어딘가에서 혹은 손님 앞에서 가도쿠라 과장님은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라고 또렷한 목소리로 사과한다. 키가 크기 때문에 허리를 숙이면 눈에 띈다.
--- pp.57~58

모래밭에서 적에게 둘러싸였다. 마치 누군가가 마음대로 시나리오를 쓴 듯 되풀이된다. 매년 일어나는 이벤트에 가깝다. 뒤에서도 무장한 자들 몇 명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우리에게 총구를 단단히 겨누고 있다.
“이건 좀.” 내가 말했다. “좋지 않네요.”
“미안하다. 말려들게 해서.” 에이전트 하루토가 낮게 중얼거렸다.
“아니요.” 내가 오고 싶어서 왔을 뿐이다.
“에이전트 하루토가 없었다면 저는 오래전에 여기서 끝났을 거예요.”
“정해둘걸 그랬어.”
“무엇을요?”
“다음에 만날 때 합류하는 방법.”
이전에 그가 가르쳐주었던 가사가 마치 귓전에 들리는 듯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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