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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0

: 3부 2권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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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16쪽 | 134*194*35mm
ISBN13 9791130699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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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한없이 깊고 칠흑같이 깊고, 유폐(幽閉)하려 들듯이 사방에서 밀려온다. 걸음을 멈추고 서버리면 그 자리에 영원히 유폐되어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나올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든 가야 하고 멈추어서는 안 된다. 길켠에는 명멸하는 창가 불빛이 있는데 왜 이렇게 어두운가.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러한 의식은 때때로 가냘프게 날갯짓하고, 소망도 한낮의 촛불같이 희미해지면 코트 자락이 밤바람에 펄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빗속을」중에서

평사리에 올 때마다 용이는 아들에게 인사 갈 것을 명령했고 홍이 역시 김훈장에 대한 정리를 생각하여 순순히 아비 의사에 따랐다. 그러니까 범석이네 집과는 상당히 구면인 셈이다. 이번에는 추석까지 꽤 오랫동안 평사리에 체류하게 되어 무료하기도 했었지만 범석이는 좋은 친구였기에 종종 놀러 가곤 하는 것이다. 김훈장의 장손 그러니까 양자로 데려온 한경이의 큰아들 범석이는 올해 열여덟, 홍이보다 두 살 아래였지만 외모로는 홍이보다 숙성했다.
---「혼담」중에서

서의돈은 두 다리를 쭉 뻗고 늙은이와 병든 여자가 나가버린 빈 좌석을 멍청히 바라보고 있었다. 텅 비어버린 좌석은 여행의 끝처럼 쓸쓸하고, 밤기차란 으레 그런 것이지만 희망도 없는 듯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선우신이 자리에 돌아와 앉자 서의돈은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과 불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움직임이 선명한 그곳을 방금 내린 승객들이 얼기설기 지나간다.
---「동행」중에서

혜관이 찾아온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말로는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는 것이었다. 환국이 서울로 공부 간다는 말을 들었기에 가고 나면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 같아서 한번 보려고 왔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서희는 혜관이 왔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순철에게 한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나라 위해 몸 바친 분이란다, 소용돌이처럼 되살아나는 자신의 목소리, 무슨 수로 그 말을 감당하랴.
---「초대」중에서

이튿날 수술이 끝나기가 무섭게 홍이는 화물차를 몰고 통영으로 돌아왔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장이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병간호를 위해 보연을 진주에 보내고 어린것은 처가 장모에게 맡기고 홍이는 차고 안에 있는 석 장짜리 다다미방에서 잤다. 보연을 보내지 않더라도 석이네나 판술네가 대신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홍이는 보연을 보냄으로써 방패를 삼는 그런 기분이 있었다.
---「죄인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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