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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4

: 4부 2권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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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32쪽 | 134*194*35mm
ISBN13 9791130699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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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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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계절이었다. 아슬아슬한 느낌이었다. 수풀 밑은 성글고 제법 환하게 트였는데 푸른 잎새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다정다감한 봄바람은 제아무리 광기를 부려도 그것은 생명에의 환희인 것을, 투철한 가을 하늘 저 멀리서 쉬고 있을 바람, 음흉스럽고 냉정한 건가. 생물의 물기가 말라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단숨에 치고 들어와 만산의 낙엽을 보자는 겐가.
---「두 여자」중에서

언년이 가버린 뒤 윤국은 편지를 손에 든 채 파초를 바라본다. 아버지가 본시 하인이었었다는 것은 때때로 윤국을 슬프게 한다. 파초잎에서 물방울이 또다시 굴러떨어진다. 가을 햇살은 물방울이 맺힌 풀과 수목을 눈부시게 비춰준다. 윤국이 평사리에 온 지도 열흘이 넘는다. 정양을 하러 온 셈인데 이 몇 달 동안 윤국은 소화불량에 시달려왔던 것이다. 정신상태도 심히 불안정했었고 체중도 많이 줄었던 것이다. 박의사의 진단으론 신경성 소화불량이라 했다. 약을 처방해주면서 좀 두고 보자, 그러나 증세에는 변함이 없었다.
---「빨래터」중에서

마음까지 태연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 같이 자신의 몸을 가르고 나온 자식이건만 하나는 멀리 남의 집 며느리가 되었으니 출가외인이요, 하나는 한 지붕 밑에 살면서도 출가외인이긴 마찬가지였다. 딸들로 인한 외로움, 내게도 아들은 있다. 그런 대항 의식이었을까, 딸들 앞에서 아들을 위해 울지 않았던 것은. 제 자식만큼 조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자매」중에서

걸어서라도 가야 할 곳이 그렇게 먼 곳인 줄 영선은 몰랐다. 강쪽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이 그렇게 매운 줄 몰랐다. 돌아보지도 않고 바람을 끊듯 앞서가는 아비의 뒷모습이 원망스러웠던 어두운 둑길. 셋집이며, 그도 사글세 셋집인만큼 이사하기 쉽다고는 하나 하루 사이에 단칸 셋방으로 식구를 옮긴 관수는 무슨 까닭인지 영선을 우격다짐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다. 영광네는 보따리를 싸주며 울었다. 영문을 모른 채 따라나오는 영선도 울었다.
---「부녀」중에서

휘는 돌소금 한 줌을 들고 개울가로 나왔다. 높은 계곡에는 낙수가 하얗게 얼어붙은 채 있었지만 개울은 녹아서 맑은 물이 구슬처럼 구르고 있었다. 엉거주춤 쭈그리고 앉아서 이를 닦는데 휘는 발소리를 들었고 돌아보지 않았지만 순일 거라고 직감했다. 순이였다. 그는 이를 닦는 휘로부터 좀 떨어진 곳에서 이고 온 사기를 내렸다. 소매를 걷고, 팔뚝이 터서 빨갛다. 사기에 물을 붓고 휘휘 젓다가 물을 쏟은 뒤 보리쌀을 씻는다.
---「휘의 갈등」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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