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3년에 태어나 1938년 생을 마감한 스타니슬랍스키는 이처럼 사회적 변화가 극심했던 19세기와 20세기를 경험했다. 다시 말해, ‘근대(Modern)’15로의 변화 속에 스타니슬랍스키의 삶이 있었고, 이에 따라 그의 시스템 역시 근대의 영향권 안에 있음은 당연하다. 이제 대표적인 근대의 특징으로 나누어 시스템 형성 배경을 파악해 보기로 한다.
먼저 개인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신에 종속된 중세에서 고대의 인본주의(Humanism)를 되찾고자 하는 르네상스(Renaissance)로 변화하면서 인간 개인에 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 이후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거쳐16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는 집단과 사회에 함몰되어 있던 개인의 위치를 자각하고, 그 존재를 분명히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김대현 「‘-되기’의 배역창조와 ‘행위 현장’의 생성성」 . 이렇듯 점차 범위를 좁혀온 인간 개인에 관한 관심은 스타니슬랍스키가 연출자와 배우로서 성과를 이뤄낸 평범한 개인의 삶을 드러내는 사실주의(Realism) 연극을 탄생시킨다. 스타니슬랍스키는 연극의 형식뿐만 아니라 연기에 있어서도 인물 개개인만의 내면세계를 발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이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게 된 것이라 하겠다.
--- pp.24~25 중에서
그룹 시어터가 해체된 지 7년 만인 1947년 카잔, 루이스, 크로포드에 의해 ‘액터스 스튜디오’가 설립된다.131 그 시작에 대해 59번가에 있는 그리스 레스토랑에서의 만남을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시작인 스타니슬랍스키와 단첸코의 18시간 대화와 비교하기도 하고, 잃어버린 그룹 시어터를 재현하자는 것이 처음에 누구의 생각이었는지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Garfield 46-50). 그러나 시작점이 언제이고 누구의 의견이 먼저였든지 간에 분명한 것은 이들 세 사람이 각자의 영역에서 작업하며 한계에 부딪혔고, 그로 인해 그룹 시어터에서 함께 했던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액터스 스튜디오를 통해 그룹 시어터의 실험을 이어가고자 했음은 액터스 스튜디오라는 이름이 그룹 시어터의 초기 실험이었던 시어터 길드 스튜디오가 모태라는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Carnicke, Stanislavsky in Focus 47).
이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훈련된 배우다. 1941년 그룹 시어터 해체는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으로 배우훈련을 하는 전문집단이 미국에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했고, 준비되지 않은 배우들과의 7년간 작업을 통해 연기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특히, 연출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카잔은 짧은 상업극 연습 기간에 배우들에게 기본기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것에 힘들어했다. 그는 액터스 스튜디오 개회식에서 “우리는 공통의 언어를 원한다. 그래야 내가 배우들을 지도하는 대신 연출을 할 수 있다”(Garfield 54)고 말하며, 그룹 시어터에 이어 시스템을 공통의 언어로 사용하여 배우를 훈련할 것을 선언한다. -(중략)-
액터스 스튜디오는 단순한 배우들의 연기훈련 장소를 넘어서 배우에 대한 존중이 깃든 곳이기를 원했다. 1947년 10월 카잔은 학생들을 임시로 맞이하면서부터 이곳을 미국 배우들의 ‘고향(Homeland)’이라 칭하며 배우들을 위한 곳임을 표명한다(Gordon, Stanislavsky in America 125). 그는 1973년 12월 6일에 진행된 액터스 스튜디오의 26주년 기념식 연설을 통해서도 액터스 스튜디오가 배우를 위해 탄생했음을 상기시켰다.
--- pp.134~136 중에서
메소드 교사들이 시스템을 흡수한 미국 실험극장의 행동에 관한 태도에서 먼저 그 원인을 확인하기로 한다. 미국 실험극장은 행동이 수동적인 상태에 머무를 수 없는 정신적 움직임이라는 것과 ‘to 부정사’를 사용하여 행동의 ‘목적’을 분명히 했고, 역할의 주요 행동을 찾으며 ‘일관된 흐름’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Fergusson 85). 그러나 볼레슬랍스키가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의 행동 개념은 실제 적극적인 적용과는 다르게 모호하다.
저 나무를 보라. 그것은 모든 예술의 주인공이다. 그것은 행동의 이상적인 구조다. 상향 운동과 측면 저항, 균형과 성장이 있다. […] 나무의 나머지 부분과 조화를 이루며 곧고 균형을 이루고 나무의 모든 부분을 지지하는 줄기를 보라. 그것은 긴장을 주도하고 있다. 음악에서의 “라이트 모티프(Leitmotif)”, 연극에서 연출의 행동에 관한 생각, 건축가의 기초, 소네트(Sonnet)에 담긴 시인의 생각이다. (Boleslavsky 56)
이전 장에서 논의되었던 정서 기억을 설명하면서 살인을 모기 죽이는 것에 비유하며 극단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표현했던 것에 반해,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스타니슬랍스키가 다른 요소들에 비해 행동을 직접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한 것과도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퍼거슨은 미국 실험극장이 행동을 강조하였지만, 교사들의 언어적 한계로 연기 시연으로만 행동을 이해해야 했다고 한다(85). 모호한 설명과 언어적 한계에서 만들어진 미국 실험극장의 행동에 관한 이해는 행동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메소드 교사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 pp.223~224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