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과는 잠깐이라도 같이 있는 게 고역입니다. 그 사람의 부정적인 기분과 신경질적인 말의 불똥이 혹시라도 내게 튀지는 않을지, 혹시라도 그 감정에 전염되지는 않을지 걱정되어 가까이 가지 않게 되죠. 아마 누구라도 그런 사람과는 꼭 필요한 말이나 사무적인 말 외에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을 겁니다. 반면 차분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과는 늘 가깝게 지내고 싶습니다. 훌륭한 직장인이기 전에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죠.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불평·불만을 하기보다는 그다음에 뭘 해야 할지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 말이에요. ‘저 사람이 있으면 무슨 일이 생겨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방송이 끝나도 좋은 관계로 남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1장 기분이 말투가 되지 않게」중에서
처음으로 맡게 된 라디오 방송이었고, 그것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이라 서툴고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청취자들의 문자와 사연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바로바로 전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보 DJ인 제게는 너무 큰 미션이었죠. 저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과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할 때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저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최선을 다해서 듣고 공감하고 응원의 말을 건네는 것뿐이었습니다. 고민에 어쭙잖은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기보다 진심을 담은 한마디를 건네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방송을 하면 할수록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청취자들에게 저는 단지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나 DJ가 아니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친구 또는 가족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요.
---「1장 결국,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긴다」중에서
하루를 조금 더 일찍 시작하고, 꼼꼼하게 오늘의 계획을 세우고, 좋은 습관을 들이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기. 황량해진 마음밭을 차근차근 일궈나갔습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마음을 소중하게 돌보는 시간을 갖다 보니 바닥을 쳤던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하루를 정직하게 쌓아 올리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겼죠. 전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세상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제 모습이 아니라 제가 바라고 제가 좋아하는 저의 모습에 집중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으면 그 누구도, 그 어떤 말도 내게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2장 소통의 기초체력, 자존감」중에서
우리는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친구, 동료,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문득 공허한 마음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 누구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있죠. ‘사람’으로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 마음입니다. 그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내가 나로 오롯이 있을 수 있는 곳에서 나를 위한 것들로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는 저의 두 가지 방법을 공개할게요. 먼저 저는 ‘하늘 보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업무하기, 공부하기, 집안일하기 등 우리는 똑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개를 조금만 들어 하늘을 본다면 그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날씨와 하늘은 매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요. 유난히 파란 날, 구름이 조금 드리운 날, 바람이 센 날…. 그날의 하늘을 보면 덩달아 내 마음의 온도도 변합니다. 더 이상 똑같은 하루가 아닌 것이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다음으로는 ‘좋은 글귀’를 써보는 것입니다. 새벽에 읽었던 책에서 나온 글귀, 출근하다 본 광고판에 있던 재미있는 표현, TV에서 눈길을 끌었던 말 등을 직접 써보는 겁니다. 반드시 노트에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익숙한 펜을 들고 근처에 있는 메모지에 써서 책상에 붙여보세요. 혹은 SNS에 업로드해도 좋습니다.
---「2장 조용히 마음을 비워내는 시간」중에서
타인의 말에 공감하고 경청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합니다. 바로 표정, 몸짓, 리액션 등 세 가지인데요. 언뜻 사소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매우 강력한 기술입니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은 대화에서 정말 중요합니다. 내가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상대의 마음이 열리고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지거든요. 자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면서 뜨겁게 반응할수록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사실은 대화 중에 맞장구만 잘 쳐도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다고 합니다. 짧은 말 한마디로도 상대에게 공감의 마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혹시 ‘123 대화법’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1번 말하고, 2번 듣고, 3번 맞장구를 치는 대화법’인데요. ‘3번’이라는 횟수만큼 맞장구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방법입니다. 맞장구는 닫힌 상대의 마음을 여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3장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중에서
상황에 딱 맞는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으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을 언급해보세요. 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났다면, “몇 번 버스를 타세요?”, “지하철보다는 버스가 편하죠?”하는 식으로요. 서로에게 공통된 상황이 있으니 훨씬 편하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혹은 한 박자 쉬어간다는 느낌으로 잠깐 침묵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순간을 참아내는 것도 용기입니다. 정적의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아무 말’이 튀어나오려 한다면 속으로 셋까지만 세어보세요. 그리고 지금 이 말이 꼭 필요한 말인지 생각해보세요. 정적을 힘든 것이라 생각해 애써 견디려 하지 말고 즐겨보세요.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말을 하기 위해 침묵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3장 침묵할 줄 아는 용기」중에서
뉴스뿐 아니라 어떤 방송을 하든지 간에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움입니다. 인위적이거나 가식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하죠. 평소 대화할 때도 누군가 억지로 말을 이어가려고 하면 더 어색해지고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하게 되듯이 방송도 마찬가집니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이어갈 줄 아는 사람이 진짜 고수인 거죠. 여기서 핵심은 ‘이어주는 말 적절히 사용하기’입니다. ‘예를 들면’, ‘그러니까’, ‘그리고’, ‘게다가’, ‘즉’, ‘하지만’, ‘반면에’ 같은 접속사를 사용하는 거예요. 이렇게 이어주는 말을 사용하면 듣는 사람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대화가 자연스러워집니다.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신호를 주기도 하죠. ‘왜 그럴까요?’, ‘무슨 일인가요?’, ‘어떻게 된 걸까요?’, ‘그 이유가 뭘까요?’ 등 호기심이 생기도록 물음표를 던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3장 [뉴스데스크] 앵커의 ‘후회 없는 말하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