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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뻐진 그 여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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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62g | 148*210*20mm
ISBN13 9788950938833
ISBN10 8950938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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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는 내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나를 무장 해제시켰다. 그의 미소는 항상 그렇다.
--- p.16

“벨리, 정말 예쁘구나. 정말 예뻐졌어. 올해는 굉장한 여름을 보내게 될 거야. 절대 잊지 못할 여름을.” 아줌마는 늘 그렇게 확고하게 말했다. 수재나 아줌마가 그렇게 말하면, 현실이 될 것 같았다.
--- p.28

그해 여름을 나는 결코, 절대 잊지 못했다. 모든 것이 시작된 여름, 내가 예뻐진 여름을. 처음으로 내가 예쁘다고 느꼈던 여름이었다. 매년 여름이면 나는 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그리고 그해 여름, 드디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도 달라졌다.
--- p.28

그때 수재나 아줌마는 항암 치료 때문에 늘 가발을 썼다. 엄마도 아줌마가 가발을 벗은 모습은 보지 못했다. 아줌마는 정말 예쁜 머리카락을 가졌었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캐러멜 빛깔의 긴 머리카락이었다.
--- p.42

그때 나는 그에게 키스하고 싶었다. 콘래드의 존재를 잊고서 모든 것을 차단해 버린 채 그 순간 속에 존재하고 싶었다. 우리 위 하늘 어딘가에서 첫 폭죽이 터졌다. 찻주전자가 크고 당당하게 쉬이익거리는 소리 같았다. 불꽃은 금빛이었고 수백만 개 금가루가 색종이 조각처럼 공중에서 퍼져 나갔다.
--- p.118

“벨리.” 콘래드가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내 온몸이 각성했다. 졸음이 싹 사라졌다. 몸 구석구석이 일제히 깨어났다. 숨을 참고, 그가 할 말을 기다렸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의 마법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 p.147

콘래드를 사랑하지 않기는 너무 힘들었다. 그가 그렇게 다정하게 굴면, 왜 그랬는지 기억났다. 왜 그를 사랑했는지.
--- p.183

제러마이아는 또 심호흡을 했다. “넌 항상 나랑 가장 친한 친구였어. 하지만 이제 그 이상이야. 네가 그 이상으로 보여.” 제러마이아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넌 내가 만나 본 여자애들 중에서 가장 멋지고, 내가 힘들 때 언제나 함께해 줬어. 늘 의지가 되어 줬지. 난…… 네게 의지할 수 있어. 그리고 너도 내게 의지할 수 있고. 너도 알잖아.”
--- p.223

콘래드가 내게 다가왔다. 너무 가까워서 얼굴이 닿을 정도였다. 날 치거나 키스할 만큼 가까웠다. 내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화가 나서 그가 날 치길 바랄 정도였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내 팔을 잡고 흔들다가 갑자기 놓았다. 나는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한순간, 그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가 내게 키스할 것이라고.
--- p.232

“수재나 아줌마가 아파. 오래됐어. 암이 재발했단다. 그리고 전이됐어. 간으로 퍼졌대.”
나는 눈을 뜨고 엄마 손을 뿌리쳤다. “그만해. 아줌마는 안 아파. 멀쩡해. 변한 건 없어.” 얼굴이 젖었지만, 언제부터 울었는지 알 수 없었다.
--- p.236

엄마가 그 드레스를 사 주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네 엄마는 말 안 하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아줌마가 식탁 위로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그런 엄마를 둔 너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딸이란다. 그걸 알아줘.”
--- p.245

콘래드는 수줍은 말투로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더니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나랑 같이 갈 거야?” 그것을 물어봐야 안다니 어이없었다. 어디라도 갈 수 있었다. “응.” 내가 말했다. 그 말, 그 순간 말고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온 세상에 우리뿐이었다. 지난여름과 그 전의 모든 여름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모여 이 순간이 됐다. 지금이 됐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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