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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예수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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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08g | 128*189*24mm
ISBN13 9788932118628
ISBN10 8932118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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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가톨릭이라는 위대한 나무는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나무는 실제로 살아 있고, 죽은 가지가 많기는 하지만 수액이 끓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피가 가장 작은 가지와 맨 끝에 있는 잎사귀까지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다. 그리스도가 없는 가톨릭은 정교하게 세공한 빈 조개껍데기일 것이다. 해일이 성전과 수도원, 궁전과 모든 것들 파괴한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의 어린양은 남기 때문이다.
---「23p ‘새 판에 대한 서문’」중에서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입니다.”(루카 2,35 참조)
칼이라는 이 단어는 마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그 순간, 그 칼은 마리아의 가슴을 찌른 채 그대로 박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고통이나 기쁨이 오로지 아들에게서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리아에게 남아 있던 인간적인 나약함은 가난한 살림과 비천한 삶을 감싼 어둠을 펼쳐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고 세월이 흘러가고 있음에 기뻐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마리아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 존재, 육체에 감춰진 하느님이 세상을 구원하는 데 필요한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피조물 가운데 이 엄청난 사랑의 유일한 증인으로 존재하는 고통 외에 두려워할 다른 칼은 없다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42p ‘제1장’」중에서

니코데모는 동이 트기 전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물러갔다. 그러나 빛이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니코데모는 본래 내성 적이고 겁이 많았으며 자신의 지위 때문에 보수적이었다. 그랬던 그가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몇 년 동안 천천히 니코데모에게 은총이 내릴 것이다. 소심한 니코데모가 최고 의회에서 감히 나자렛 사람의 변호를 할 그날까지, 마침내 자신을 발견하게 될 어둠의 시간까지 말이다. 그는 더 이상 유다인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리아 막달레나가 살아 계신 주님의 발에 바르려 했던 그 향유를 자신의 하느님의 시신 위에 바를 것이다. 예수는 그 은밀한 밤에 니코데모와 함께 있었을 때, 이미 몰약과 침향의 냄새를 맡았던 것이다.
---「78p ‘제6장’」중에서

예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다. 예루살렘에서 비밀 집회가 열렸지만 허비할 시간이 없었 다. 씨를 뿌릴 시간이 짧기 때문이었다. 예수는 자신이 살아 있을 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헤아려 보았다. 예수가 사용하기로 결정한 가난한 이들과, 이 땅의 모습을 새롭게 해야 할 이들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은 예수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다.
---「100p ‘제9장’」중에서

예수는 곧 다가올 날에 엄청난 무리가 작은 성체 앞에 엎드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쳐 버린 예수, 겉으로 보이는 세상 아래 사는 예수가 지상의 모든 나라에서 수많은 군중을 일으킬 것이다. 미래에 한곳에 모일 군중, 예루살렘, 그리고 카파르나움에서 예수의 주위를 둘러싼 이 유다인 무리와 비교할 수 있을까? 이제 상상할 수 없는 비밀을 드러내는 첫 번째 말씀이 나타날 때가 왔다.
---「165p ‘제14장’」중에서

예수는 여인을 보고 있지 않았다. 대신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무언가 쓰고 있었다. 예로니모 성인은 이것이 예수가 고발인들의 죄를 헤아리는 행동이었다고 단언했다. 단순한 진리가 실제로는 훨씬 더 아름답다! 사람의 아들은 이 불행한 여인이 두려움보다는 수치심 때문에 실신하기 직전임을 알고서 그를 쳐다보지 않았던 것이다. 피조물의 삶에서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위대한 자비인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죄인을 향한 그리스도의 모든 사랑은 이 감춰진 시선 안에 담겨 있다. 그리고 예수가 땅에 적은 숫자들은 이 불쌍한 육신을 올려다보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210~211p ‘제17장’」중에서

유다는 그를 사랑했다. 그리고 아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실망과 원한, 가장 약한 이들과 관계 맺고 싶지 않은 그의 바람에도 말이다. 은돈 서른 닢은 특히 유다가 정치가들과 동맹을 맺었다는 표시로 가치가 있었다. 어떻든 간에 가련한 예수는 패배했다. 유다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마태 26,25) 이렇게 물었을 때 보였던 그의 불안은 꾸며진 것이 아니었다. 오직 유다만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영원히 묶어 버릴 대답을 들었을 것이다.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마태 26,25)
---「308~309p ‘제25장’」중에서

몇 주 후, 예수는 제자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 빛 가운데로 사라졌다. 그렇지만 완전히 떠나 버린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미 예수는 예루살렘에서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 모퉁이에 숨어 자신을 박해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울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 이후로 모든 인간의 운명에는 그 속에 숨어 그 사람을 지켜보고 그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리라.
---「373p ‘제27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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