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공에서 핵폭탄이 터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2년 9월의 어느날 국내 일간지에서 버젓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상공 500m에서 10kt급 위력의 핵무기가 폭발하면 벌어질 피해를 자세하게 분석한 결과를 담은 기사를 실었다. 그 참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북한은 2023년 3월 19일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한 전술탄도미사일을 동해 목표 상공 800m에서 폭발시키는 실허을 했다. 서울 용산 상공 800m 높이에서 핵무기가 폭발할 경우를 상정한 실험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사실만을 가지고서는 전쟁을 억제할 수 없다. (중략) 언제든 적이 두려워하게 신속 정확히 가동할 수 있는 핵 공격 태세를 완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상과 공중, 나아가 수중에서도 불시에 핵 공격을 할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상공은 물론이고 남한 전역이 북한 핵공격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지난 30년간 세계 최강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북한은 끝내 핵무력 완성이라는 목표를 사실상 달성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막지 않은 것일까. 북한은 사실상 세계에서 9번째 핵무기 보유국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2022년 9월 8일 드디어 핵무기 법제화를 통해 남한을 향해, 그리고 미국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한국이 지난 30년간 추진했던 한반도 비핵화 시대는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이제 남한은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살아가야 하는 공포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저들이 실제로 제일 두려워하는 절대병기를 보유하고있는 우리 국가를 상대로 군사적행동을 운운한다는것은 가당치도 않은것이며 매우 위험한 자멸적인 행위입니다” (김정은의 2022년 7월 27일 전숭절 기념 연설문)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실현할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과 중국 관계의 역동성에서 찾았다. 미 · 중 패권경쟁은 북한의 핵보유국화를 현실화하는 ‘구조적 환경’을 제공했다. 이를 세력전이론과 전략적 삼각관계라는 이론적 틀로 검증해보면 체감적으로 확인된다.
미국은 세계 지배국의 위상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을 견제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데, 북한 핵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북한핵의 위협을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는 새로운 경향을 노출한다. 패권도전국인 중국에게 미국의 새로운 북핵 접근은 큰 도전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세력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동맹인 북한과의 관계가 약화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완성된 북한의 핵무기를 문제 삼기보다는 미국에 대항하는데 북한과 연대하는 것이 중국에게 급선무가 되는 것이다. 이제 북한 핵문제는 중국에게 전통적인 비확산 이슈가 아닌 세력균형의 이슈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과거 제1, 2차 북핵 위기 때에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양상이다. 이런 국면에서 북한은 ‘핵보유국화’의 길로 나아가는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고, 과감한 핵전략을 구사했다. 바로 핵무력 완성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는 길로 나아간 것이다. 대미 편승 가능성을 제기하며 중국을 더욱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미중관계의 속성 속에서 핵무력 완성을 마음놓고 밀고 나간 것이다. 어차피 유엔 안보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제재 결의안에도 반대하는 상황이 됐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북한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에 이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 각인되려 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장국,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존재하게 된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이제부터 한국인들이 걸어야할 ‘고난의 행군’의 길을 열어보려 한다. 그러자면 냉철한 현실인식부터 해야 한다. 인류는 왜 공포의 핵무기를 개발하게 됐으며, 핵무기 이후의 세계는 어찌 변화했는지, 그리고 핵무기는 왜 강대국만이 갖고 있는지, 아울러 북한은 어떻게 세계 최강 미국의 압박과 견제를 뚫고 사실상핵보유국이 됐는지, 이를 가능케 한 국제정치적인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그것이 이 나라, 이 민족의 생존에 절실한 수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북한과 숙명의 대결을 해야 하는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고민해야 하는 중대국면이 열린 것이다. 북한이 그러했던 것처럼 미중 전략경쟁의 구조와 환경을 한국도 잘 활용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추구해야할 새로운 긴급 국가 프로젝트, ‘한반도형 핵균형’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한반도형 핵균형 제안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이 한반도내에서 핵균형 상태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한국에 비해 전략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고, 핵심 목표는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 정부가 강구하고 있는 확장억제 방안도 위의 목표 실현에 한치의 오차가 있어서는 안된다. 미국의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핵공격시 정권 종말”의 메시지를 던진 만큼 확장억제는 북한의 변화하는 핵전략에 맞춰 실효성있게 전개돼야 한다. 워싱턴 선언에 포함된 한미 NCG의 향후 운용에서 이 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논의사항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내부적으로는 또다른 준비도 차질없이 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다양한 핵공격 카드를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1961년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습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이제 “서울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 뉴욕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에 핵응징을 할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물음을 바탕으로 한국이 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강구해야 한다. 그 방안은 핵잠재력 확보는 물론이고, 앞서 살펴본 전술핵 재배치 방안, 나아가 독자 핵개발 방안 등이 모두 망라돼야 하며, 이는 철저하게 비밀리에 준비해야하는 작업이다. 이것이 한반도 핵균형이라는 긴급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이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축은 무엇이 돼야 할까. ‘현재의 지배국’ 미국의 향후 행보는 철저하게 중국을 어떻게 압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따라서 미중전략경쟁의 양상에 따라 미국의 선택지가 결정될 것이다. 이런 속성을 축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이 미중전략경쟁의 틈새를 파고든 것처럼 한국도 미국과 중국 관계의 변화를 잘 활용하는 안보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를 잘 분석하면서 한국민의 생존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결국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에 한국은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북한이 그러했던 것처럼 한국도 미중패권경쟁의 구도에 행위자로 가세하는 것이다.
만일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해야할 절박한 상황이 된다면 한국의 핵무장이 북한을 압박하는 ‘비핵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비핵화 협상의 설계도를 이제는 사실상 ‘핵군축 협상’ 설계도로 확장하는 것이다.
북 · 미 · 중 전략적 삼각관계에 한국이 적극 개입하려면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가 강화돼야한다. 남북 간의 협상공간이 존재할 경우 한국의 입지는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최종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한반도형 핵균형’ 정책의 목표 시한을 ‘2045년이나 2050년’으로 제시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2045년과 2050년은 한반도의 해방과 한국전쟁의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는 남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염두에 둔 정책 시간표라 할 수 있는데, 남북한이 함께 핵폐기에 나서든, 아니면 제4의 사실상의 핵보유국으
로 존재하든 한반도의 특수한 지정학적 가치를 상정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넓게 보면 미국이 한국전쟁이후 전술핵을 한반도 배치했던 1957년부터 전술핵을 철수했던 1991년이라는 30여 년간의 역사,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과 이를 저지하려했던 지난 3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북한의 핵무력 완성(2017년) 이후 향후 30년의 시간을 다시 한반도 비핵화로 돌아가는 목표를 실현하는 기간으로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한반도형 핵균형’ 패러다임에는 과거 한반도(북한) 비핵화 정책 때와 마찬가지로 ‘협상 목표와 전략’, 그리고 ‘기본 접근법’ ‘단기 → 중기 → 장기 시간표’ 등이 망라해서 정리돼야 한다. 한반도내 무너진 핵균형에 실효적으로 대응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도모하는 시대적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