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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25*204*20mm
ISBN13 9791158965990
ISBN10 1158965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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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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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금강의 그 푸른 벼랑 위에서
뛰어내리는 연습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아래를 모를 것이다
안팎이 없는 강물
때때로 제 몸을 뒤집어 새것으로 흐르는
그 강가에서
볕 더운 여름을 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심하게 헌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모난 돌에 살점을 뜯기며
휘어져 흐르는 듯해도 가장 빠른 직선의 길이
물길이란 걸 알지 못했더라면
나는 아직도
꽃잎처럼 피고 싶다는 생각이나 하며 살았을 것이다
천생 덩굴식물처럼
남의 생이나 감으며 살았을 것이다
---「추억의 힘」중에서

닷새장이 서는 날이면
생각도 허름해져서 아무나 불러
막걸리나 한 잔 어떠냐고 싱거운 소리를 하고 싶어지는데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
두툼한 여백이란 걸 아는 이 있으면 맘 놓고 헐거워지는 것이다
여기서는
저물어가는 일도 흠이 되지 않는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참 이상하게도 장은 저문 사람들이 더 어울린다
나는 지는 것들을 좋아한다
저물녘 노을이 그렇고 늙어가는 조용한 마음이 그렇고
물간 생선의 눈빛이 그렇다
전생이 여러해살이풀이었지 싶은
할머니를 중심으로
쑥갓이며 아욱이며 깻순다발 같은 푸성귀들이
순하게 둘러앉아 있다
애당초 한 뿌리였던 것처럼
무언가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연신 더덕 껍질을 벗긴다
온종일 장마당에 풀포기처럼 꽂혀서 지나온 날을 사포질하는 저 손
돌아서려는데 자꾸만 뻗어 오는 넝쿨손
큰맘 먹고 떨이를 해왔다
그녀도 함께
---「김포 장날」중에서

한강 하구에서 이름을 잃어야 할 강물이
별일 없냐는 듯
내가 사는 마을을 둘러봅니다
물에 발목을 내린 갯버들 엉덩이도 토닥토닥
선잠에 든 어리연을 슬쩍 건드려보기도
꽃잎만 한 우리의 창문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수문 옆 기슭
가파르지만 낮은 지붕을 이고 사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은
물결 같은 저녁을 지니고 삽니다
상수리나무에 세 든 까치집에 신방이 차려지지 않는다고 걱정도 해주고
잣나무 일생을 훔치는 청설모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합니다
수문을 지나가는 물들은
천 갈래 만 갈래로 몸을 나누며 가죠
젖 먹이러 가는 엄마처럼 바쁜 걸음이거든요
봄이면 물 대러 가는 느린 노인들 논둑에 핀 버섯 같아
볕 좋은 언덕에 대추나무나 심어볼까
올봄에는 물빛 닮은 아이 하나 덜컥 낳아 줄
젊은 부부가 이사 왔으면 하는데
그럴 리 없겠지요 낮은 마음으로 흘러와서
강물처럼 출렁이며 살았으면 하는데
그럴 리 없겠지요
---「그럴 리 없겠지요」중에서

날 세우는 데
한 생을 다 써 버렸다

녹슨 시간들이 붉게 다녀갔다

맘 벼르고 사는 데
생떼 같은 젊음도 다 써 버렸다

몸 축내며 시퍼렇게 살아온
몹쓸 세월이었다
---「숫돌의 고백」중에서

참 우습게도 생은
주름이 풀려가는 주름치마 되어가네
정말이지 쌈박하게 살고 싶거나
칼칼하게 살고 싶었네
세월은 올 때마다 빼갈, 그 뜨겁고 독한 것으로 와서
불을 질러대는 거지
음, 그야말로 뒤끝이 깨끗하다고?
정신이 자주 아픈 나는 그렇지도 못했네
검불 같은 시간만 축내고 있을 뿐

여름 땡볕에 나가 상처를 마주했네
푸른 잔디를 깎는 노인들
깎을수록 풀들은 더 단단한 안쪽으로 날을 세우고
흔들리는 것은 오래된 사람들이었네
상처가 상처를 만들고 있네
뭉텅뭉텅 잘려 나오는 여름
풀들의 상처 위에 볕을 발랐네

고요히 향기로웠네
살아야겠네
---「상처」중에서

동짓달 초사흗날
삼일월(三日月)은 뜨지 않고 겨울비가 내렸다고 했다
그 이후
세상의 모든 물들은 내게로 뿌리를 두는 듯했다
금강에서 한강 하구까지 흘러왔다
물길은 자주 꺾이고
읽히지 않는 시처럼 아무도 나를 읽으려 하지 않았다

민통선의 칠월은 우기의 나날이었고
철책들은 게거품처럼 쇳물을 뿜어냈다
나의 폐허를 파 보면 녹물이 솟을 것이다
빗줄기를 견디지 못하고 등골이 무너진 집
살다가 살아내다가 물을 버리고 떠나온 길
다시 물 같은 세월을 만나 또 엎지르고 말았지
아아, 맹물의 계보여
팔월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먼 기억에서 깨어난 물들은 바다로 가겠지

물든다거나
물이 오른다는 말
나뭇잎이 물들어 단풍이 되는 일처럼
누군가에게 물들어
한 잎 고운 단풍으로 살아도 좋으련만
이름 아래 붉은 밑줄 하나 그어줘도 좋으련만
---「누가 내 슬픔에 붉은 밑줄을 그었을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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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송자는 ‘진짜 시인’이다. 아까운 시가 생활의 뒷전으로 밀려나 빛을 못 보나 안타까웠는데 그녀가 묵직한 시집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녀가 쏟아낸 시들은 마치 자신의 지난 생을 꾸짖기라도 하듯 촌철살인의 문구들로 가득 차 있다. 반어의 묘미란 이런 것이라고 『허술한 마음』을 통해 진짜 시인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세상에서 밀려난 상처들을 다독여 아름다운 꽃밭으로 옮겨 놓았다. “울타리 없는허술한 마음이어서/바람이 들락거렸고/흐뭇한 달빛도 자주 다녀”(「허술한 마음」)가는 그녀의 집엔 온갖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시 또한 그녀의 품성을 닮아서 넉넉하고 온화하며 세상 이치와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 없다. 슬픔도 꽃이 된다는 것을 아는 임송자의 온갖 씨앗들이 거름 속에서 발아되었으니 흔전만전이면 어떤가. 이제라도 시를 앞세워 살겠다는 임송자의 확고한 다짐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 김찬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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