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할 수 있는 사람들은 종종 “어렸을 때 물에 강제로 빠트려지는 바람에 수영할 수 있게 됐다”라고 하면서 마치 절벽에서 새끼를 떨어뜨리는 사자 같은 소리를 하는데, 이건 좀 의심스럽다. 예를 들면, 내가 아는 어떤 의사는 부모님이 작은 배를 타고 바다 멀리까지 데려가서 그대로 물에 빠트렸다고 한다. 그는 수영할 수 있게 되기는커녕 “이 살인마들!”이라고 절규하면서 물에 빠졌고, 이후 평생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또 어떤 회사원도 초등학교 수영 수업 때 선생님이 “모두 물에서 나오고, 너, 넌 혼자서 헤엄쳐봐”라고 혼내는 통에 주위 학생들의 비웃음을 받았으며, 그 후로 두 번 다시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은 ‘궁지에 몰려서 수영을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 pp.13~14
-기본적으로 수영할 수 있는 사람들은 냉정한 편인가요?
내가 말하자, 기무라 씨가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놈들은 눈매도 나쁘다니까요. 뭔가 치켜올라갔어요.”
단순히 수경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지만, 말하려는 바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 다 큰 어른이 수영도 못한다고. 참고로 기무라 씨는 자녀가 셋 있다. 어렸을 때부터 수영 교실에 다녀서, 자유형은 물론이고 접영까지 가능하다. 우리와는 달리 ‘온수 속의 화초’처럼 자랐는데, 부모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무라 씨는 수영할 수 있다고 우겨야 하는 상황이다.
--- p.22
“수영할 수 있게 되면 인생이 바뀌어요. 세계가 바뀐다고요.”
그녀도 줄곧 수영을 못했지만, 몇 년 전에 ‘수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수영할 수 있게 되자,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즐겁다고 한다.
“다카하시 씨는 도대체 여기 뭐 하러 왔어요?”
그녀의 매서운 질문에, 분명 땅에 발이 닿아 있는데도 나는 물에 빠질 것만 같았다. 잘 생각해보면, 나는 아직 머리까지 물에 들어간 적도 없었다. 분명 도망만 치니까 무서운 것이다. 그녀의 권유에 따라 나는 수영 강습을 받기로 결심했다.
흔들리는 ‘나’를 바꾸기 위해서.
--- p.37
“시체랑 똑같습니다. 힘을 빼면 떠올라요.”
일단 죽어야 한다는 말이군. 나는 시체, 시체 하고 생각하면서 몸을 눕힌다. 확실히 처음에는 떠 있지만, 조금 지나면 발부터 가라앉는다. 도무지 제대로 죽을 수가 없다. 떠오른다기보다는 가라앉는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죽어본 적이 없어서, 이런 요령은 잘 모르겠다.
--- p.50
“왜 일어서는 거죠?”
가쓰라 코치는 여전히 엄격했다. 물속에 가로놓인 내 손발을 붙잡고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겁니다”라고 가르쳐주는데, 내가 어떤 모습인지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탓에, 무엇을 지적받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게다가 귀가 물로 막혀 있어서, 코치의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저 내 이마 근처에 닿아 있는 코치의 배가 격렬하게 움직이기에, ‘꽤 화난 모양이군’ 하고 감을 잡는 것뿐이다.
그러고 보니 물가에서 기다리는 수강생들의 시선에도 점차 경멸이 스미는 듯한 기분이다.
“일어서고 싶으니까 서는 거야.”
후지타 씨가 분석했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되받아치려고 했는데, 듣고 보니 일어서기 전에 ‘일어서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해서 그대로 말을 삼켰다.
--- p.66
“나는 지금 다카하시 씨를 대변하는 거예요. 절대로 안 뱉고 있다니까. 그래서 힘든 거야.”
나는 뱉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매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어, 공기를 내뱉는 거였어요?”
숨이 막혀서 고민하던 아사쿠라 씨가 깜짝 놀란 듯이 말했다.
가쓰라 코치를 비롯한 전원이 경악했다. 아사쿠라 씨는 공기를 내뱉지 않고 줄곧 헤엄쳤던 것이다. 심지어 일어서지도 않고. 내내 공기를 삼키고 있었던 걸까?
“왜 안 뱉으세요?”
가쓰라 코치가 묻자, 아사쿠라 씨가 의연하게 대답했다.
“모처럼 들이마셨는데, 아깝잖아요.”
수영장이 일순 정적에 휩싸였다. 전후 식량난에서 살아남은 아사쿠라 씨에게 그 누구도 반론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깝긴 하다. 들이마신 공기는 소중히 쓰고 싶다. 낭비하고 싶지 않다. 호흡이란 들이마신 양과 내뱉은 양의 수지 결산이고, 아사쿠라 씨와 나는 이를 흑자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미래를 대비해서 저축하고 싶을 정도였다.
--- pp.8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