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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

문학동네시인선-19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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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76g | 130*224*20mm
ISBN13 9788954694506
ISBN10 895469450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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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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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픔의 가장 안쪽에 성 가족공장이 있다

아침이면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 도로 쪽으로 걸어나갔고

도로로 나간 아이들은 누구도 이 골목으로 되돌아오지 못했다

아이들의 얼굴은 생각나지 않는 죽은 이복동생을 닮았다

오늘은 성 가족공장 공장장인 삼촌의 서른번째 기일이다

공장의 굴뚝은 조금씩 자라 어느새 이 골목의 상징이 되었다

잡설을 불러 저녁 식탁에 앉으면 삼촌의 수염 같은 분진들이 밥상 위에 조용히 내려앉곤 했다
---「닫히지 않는 골목─性 가족공장」중에서

모든 예보에선 불명열(不明熱)이 빠져 있고 당신과 나 사이의 등고선은 이제 없다 이 정도면 슬프지 않을 것도 없지만 슬플 것도 없다 바람이 잠든 후 아무것도 잠들지 못했다
---「닫히지 않는 골목─O」중에서

저녁 속으로 문병 다녀갑니다 한발 다가서면
또 한발 도망간다던 당신 걱정처럼 참 새카맣게
저녁은 어두워지고 뒤를 따라 어두워진 우리가
나와 당신을 조금씩 착오할 때 세상에는
바꾸고 싶지 않은 슬픔도 있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플라시보 당신」중에서

그해 겨울엔 속죄하듯 폭설 내렸고 별처럼 나는 여러 번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밤거리, 고깔모자의 가로등을 쓰고 걷다가 어느새 내가 어두워졌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평생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그때마다 한 겹의 옷을 더 껴입었던 셈입니다

하루는 따뜻한 걱정들을 불러다 거한 저녁을 먹이느라 나는 한 숟가락도 뜨지 못했습니다

길을 잃은 문자들을 수소문하다가 내 마음에도 골목의 무늬 같은 더딘 손금이 여럿 생겼습니다
---「과잉들」중에서

내가 당신에게 못 가던 발작의 시간들을
간단하게 나비라 쓰자
봄의 이곽을 떠도는 추억의 고요를 나비라 읽자
용서는 바라지도 않을 이번 생엔
영원히 마음의 정처를 얻지 못할 것이므로

그러니 나비라 부르자 당신과 나 사이

창궐하던 층계를, 찬란히 피던 실패의 전부를
---「나비 운용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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