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당신은 누구신가요?” 유로파가 울음을 터트리며 물었다. 그러자 제우스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신들의 왕 제우스라오.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 수 있지. 난 타오르는 욕망을 참지 못해 초원으로 당신을 만나러 왔소. 내가 당신을 크레타로 데려가 내 침대에 눕힐 테니 당신은 이제 처녀가 아니오.”
불쌍한 소녀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먼 섬나라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뿔만 꼭 붙잡고 있었다. 크레타 섬에서 제우스는 본 모습을 드러내고 유로파의 옷을 벗겼다. 그는 만족할 때까지 그녀를 취한 다음 임신한 유로파를 홀로 외딴 섬에 남겨두었다. ---「PART 1 신」

여신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위험한 비즈니스다. 젊은 트로이의 귀족 안키세스Anchises는 어느 날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다 산에서 홀로 소떼를 몰다가 이 같은 교훈을 얻었다.
아프로디테의 교묘한 유혹에 빠지는 것이 지겨워진 신들의 요청으로 제우스는 그녀가 인간 남성과의 사랑을 갈망하도록 만들었다. 한눈에도 젊은 안키세스가 제격이었다. 예상대로 여신은 안키세스에게 홀딱 반해서 한때 자신을 바다 포말에서 태어나게 한, 키프로스 섬에 있는 파포스Paphos 신전으로 내려갔다. 사제들이 그녀를 목욕시키고 달콤한 향수를 몸에 발라준 다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혔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그녀는 안키세스가 리라를 연주하고 있는 이다 산으로 날아갔다. 여신이 숲과 초원 사이를 거닐자 야생동물들이 그녀의 향기를 맡고 모두 발정이 났다. ---「PART 2 여신」

아르고스의 광활하고 비옥한 초원은 한때 소가 되어 헤라의 분노를 피해 도망 다녔던 이오의 고향이었다. 이오에게서 많은 후손이 나왔고 그중에는 황소로 변장한 제우스에게 납치를 당한 유로파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자손은 페르세우스다. 페르세우스는 다나에의 아들이자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우스Acrisius의 손자였다. 아크리시우스는 항상 아들을 갖기를 원했고 신탁을 통해 아들이 생기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예언은 좋지 않았다.
“아들을 얻지 못할뿐더러 설령 생기더라도 네 딸 다나에가 죽일 것이다.” ---「PART 3 영웅」

테베의 티레시아스는 그리스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예언자였다. 멀리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그에게 자신과 자식의 미래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다. 그중 한 명이 님프 리리오페Liriope였다. 그녀는 강의 신 케피소스Cephisus에게 강간을 당해 임신한 상태였다. 리리오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주 어여쁜 사내아이 나르키소스Narcissus를 낳았다. 리리오페는 이 특별한 아이의 운명이 걱정되어 티레시아스에게 아이가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예언가는 수수께끼와 같은 말을 남겼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야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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