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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은 가고 아니 오나니

우리의 사랑은 가고 아니 오나니

: 남자 심리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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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30*190*20mm
ISBN13 9791158544324
ISBN10 115854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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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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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잊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기억에 또렷이 남은, 그 사람과의 인연을 중심으로 유형을 알아봤다. 그동안 만나고 헤어진 사람 중에 남자 33명의 이야기를 골라 엮었다. 그중에도 이성으로 생각했던 남자와의 만남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결혼을 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기억을 되살리고 글로 정리하다 보니 사람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지나쳤지만 기억에 남은 남자도 있고, 나름대로 제법 긴 시간 인연을 이어간 남자도 있었다. 당시에는 감성으로 접근했지만, 되돌아보며 생각하니 감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그들의 심리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을 글로 써보고 싶었다. 부족한 글 솜씨로 자칫 오해를 살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나름 재미가 있었다. 어차피 추억이란 그런 것이 아니던가.

옛 여류시인 송이의 시조 중에서 ‘우리의 사랑은 가고 아니 오나니’를 책 제목으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이 사랑이었든 아니었든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머리말」중에서

손님이 왔는데 대접할 게 없다며 친구와 그 사람은 간단한 먹거리를 사기 위해 잠시 집을 비우게 되었다. 얼떨결에 낯선 집에 혼자 남게 된 나는 조금 서먹했다. 그때 문득 시집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이 시집을 읽고 있었구나! 시집을 읽는 남자라니… 호감이 생겼다. 당시 내 주변에서 시집을 읽는 남자는 없었다.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그들이 돌아왔다. 간단한 다과를 나누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 뒤, 친구를 통해 그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기에 흔쾌히 만났다. 그는 처음 본 그날, 시집을 읽고 있던 내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했다.
---「시를 읽는 남자」중에서

나는 거절을 당하더라도 고백을 한 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일요일에 근무하게 된 날, 식당에서 그 사람을 보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오늘은 꼭 고백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밥을 다 먹고 물을 마시고 있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많이 좋아한다’며 고백을 해버렸다. 아! 그때 그 사람은 너무 놀라서 마시고 있던 물을 확 뿜어냈다. 그리고 한참을 웃었다.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고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몸에 힘이 풀렸다. 회사 식당인데,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고백을 했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할 때마다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 사람을 밖에서 우연히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길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그때 그 사람은 내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면서 전화하라고 했다. 내 친구도 옆에 있었고, 그 사람도 볼일이 있어 급히 가는 중이어서 이야기를 길게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전화번호를 받고는 연락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해가 바뀌고 그 사람이 군대에 가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사람이 군대에 입대하기 하루 전날, 용기를 내어 전화를 했다. 건강히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통화였다. 그때 나는 열일곱 살, 그 사람은 스무 살이었다. 참 풋풋했던 시절이었다. 그냥 얼굴만 봐도 좋은 사람이 있었다.
---「얼굴만 봐도 좋은 남자」중에서

초등학생 때, 나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였다. 그런 학교 생활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남학생이 한 명 있다. 그 남학생과 이상하게 같은 반이 자주 되었다. 그 당시 우리 학교에는 한 학년이 12반까지 있었다. 그렇게 많은 학생 중에 같은 반이 자주 되었으니 보통 인연이 아니었다. 그 친구는 항상 학급 반장을 했다. 공부를 참 잘했고, 글씨도 아주 예쁘게 쓰는 친구였다. (중략)

어떤 예방접종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먼저 팔에 주사를 놓고 항체 반응을 살핀 뒤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어깨에 주사를 놓았다. 나는 팔에 주사를 맞은 후 이상한 물집이 생겼다. 그런 사람이 우리 반에 대여섯 명 정도 있었다. 그래서 물집이 생긴 친구들만 따로 선생님을 따라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던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병원에서 옆에 앉더니 ‘네 팔의 물집이 내 것보다 더 크네’라며 가늘고 약한 자신의 팔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팔에 물집이 크게 부풀어 올라 겁을 내는 내게 물집이 생기는 건 이미 그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거니까 더 좋은 거라며 용기를 줬다. 그렇게 말하는 그 친구의 말이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말 몇 마디 한 것이 고작인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말 한마디에 위로가 되는 남자」중에서

그 남자는 나와 둘만 있는 것을 좋아했고 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싫어했다. 하루는 아무런 약속도 없이 갑자기 우리 집으로 나를 만나러 왔다. 그때 나는 큰언니 집에 있을 때였다. 그날은 비가 엄청나게 내렸는데 우리 집 앞에서 오지 않는 나를 새벽 4시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삐삐에 녹음된 그 남자의 음성을 듣고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남자가 점점 두려워져 만남을 피했다. 그 남자는 내가 자신을 피한다는 것을 알고는 욕을 하면서 협박을 했다. 심지어 길 가다가 만나면 죽일 거라는 말까지 했다. 나는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 무서웠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만 만나왔던 그 남자에게 나는 그저 평범한 여자였다. 그런 내게 자신이 차였다고 생각하니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았다. 살아가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모두 좋은 인연으로 만나기는 힘들다. 쓴 경험이긴 했지만 그 뒤로 그 남자와 다시 마주치지는 않았다. 참 다행이었다. 아직까지 살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협박하는 남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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