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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드 퀸시-예술 분과로서의 살인

토머스 드 퀸시-예술 분과로서의 살인

[ 양장 ] 제안들-03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10건 | 판매지수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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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1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295g | 110*175*20mm
ISBN13 9788994207360
ISBN10 8994207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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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러 해 전 살인 ‘애호가(dilettante)’로서 세상에 나왔던 것을 박사님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어쩌면 애호가는 너무 강한 단어인지도 모릅니다. 소심하고 유약한 대중의 취향에는 ‘감정가(connoisseur)’가 더 적합합니다. 적어도 이 말에는 유해한 구석이 없습니다. 누군가 살인을 마주했을 때 그의 눈과 귀와 이해력을 무조건 주머니 속에 쑤셔넣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완전히 혼수상태가 아니라면, 취향의 관점에서 어떤 살인이 다른 살인에 비해 더 좋거나 나쁜지를 반드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각상, 회화, 오라토리오, 음각 및 양각 세공 등이 그렇듯 살인에도 그 가치의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누가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너무 공공연히 떠든다는 이유로 화를 낼 수는 있지만(지나치다는 표현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취향은 아무리 수준 높게 다듬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생각하는 것만은 허락되어야 합니다.---pp.89~90

일단 사람이 살인에 경도되면 이내 절도쯤은 우습게 생각하게 되고, 절도 다음에는 음주와 안식일 위반으로, 그다음에는 무례와 게으름으로 옮아가기 때문이지. 한번 이런 내리막길을 타게 되면 어디서 멈추게 될지 알 길이 없다네. 많은 이들의 타락이, 그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그런저런 살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네.---p.96

무뚝뚝하고 음울하여 그 어떤 발랄한 글에도 싹싹하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류의 독자들을 회유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그 발랄함이 도발의 영역으로 침범했을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곧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며, 아무도 즐기지 않는 농담은 김이 빠지고 무미건조해지거나 완전히 무의미해진다. 다행히도, 이런 촌스런 독자들이 큰 불쾌감을 품은 채 전부 빠져나간 뒤 그 자리에 남은 대다수 독자들은 이 보잘것없는 글에서 흥미를 이끌어내고 이를 소리 높여 인정했으며, 그와 동시에 조심스러운 질책을 표현함으로써 그들의 칭찬이 진실함을 입증해주었다. 그들은 이 글의 도발이 분명히 의도적이며 글의 전체적인 발랄함을 완성하는 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을 거듭 전했다. 나는 이 견해에 찬동하지 않는다. 이 졸고의 직접적 목표와 의도는 바로 공포의 순간을 건드리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현실에서 맞닥뜨렸을 때 가장 불편한 부분임을 우호적인 검열관들에게 알려드리는 바이다.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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