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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귀도 살인사건

전건우 | 북다 | 2023년 08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1건 | 판매지수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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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376g | 133*200*30mm
ISBN13 9791170610168
ISBN10 117061016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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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초를 거머쥐고 당겼다. 손가락이 아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빨리 벗어나야 했다. 온 힘을 다해 몇 번 더 잡아당기자 비로소 뜯어지며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유선은 끊어낸 그것을 한 움큼 쥐고 손을 빼냈다. 길고 시커먼 뭉치가 딸려 나왔다. 순간 파래인가 싶었다. 아니었다.
그것은…… 길고 긴 머리카락이었다.
“꺄악!”
--- p.57

“맞네. 그 여자네, 그 여자.”
“쯧쯧. 안 그래도 속 시끄러운데 이런 일이 생길 게 뭐람.”
“이장님이 또 한 소리 하시겠네.”
“하여간 뭍의 것들은…….”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다들 너무 태연했다. 조금이라도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성가시다. 짜증 난다. 모두 그렇게 여기는 것 같았다.
--- pp.71~72

“내가 무서운 이야기 해줄까?”
황 무당의 목소리와 말투가 어린아이처럼 바뀌었다. 유선은 주위를 살폈다. 사람들 표정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황 무당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것 같았다.
“산발귀가 왔어.”
황 무당은 웃었다. 키득키득.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던 황 무당이 다시 돌변한 것은 찰나였다.
“산발귀가 왔다!
--- p.98

김 목사의 우렁찬 기도가 끝나자 산발적으로 “아멘”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김 목사의 행동이 익숙한 듯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굿판에 있던 사람들이 오늘은 또 목사의 기도에 호응하다니, 유선으로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유선의 그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정우가 조용히 말했다.
“섬사람들은 뭐든 다 믿습니다. 아니, 믿으려고 합니다. 이왕이면 둘 이상의 신에게 안전을 비는 게 더 든든하니까요.”
--- pp.133~134

“컥!”
사이다를 마신 노파가 사레에 들린 듯 기침을 쏟아냈다.
“컥, 커억!”
격렬하게 기침하던 노파가 시뻘건 피를 내뿜는 순간 주위가 얼어붙었다. 노파는 모로 쓰러져 버둥거렸다. 밖으로 비죽 튀어나온 혀는 검푸르게 변한 채 꿈틀거렸고 입과 코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으아악!”
노파는 목을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바닥은 곧 피범벅이 되었다.
--- p.140

“두만 할아버지는 말이야.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였다고 했어.”
“그게 무슨 소리죠?”
유선이 물었다.
“언니는 알잖아.”
황 무당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언니도 그랬잖아.”
“무슨…….”
“언니도 어쩔 수 없이 사람 죽여봤잖아, 크크크.”
--- p.177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아니, 혼자가 아니었다.
산발귀가 뒤에 서서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유선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돌아보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돌아봐야 했다. 확인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어둠에 삼켜질 것 같았다. 유선의 두려움을 산발귀가 파고들어 영영 지배할 게 확실했다. 그리고…… 피를 토하고 죽을 것이다. 틀림없이.
--- p.215

이제 와서 더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자신하며 동주 곁에 선 유선은 순간 너무 놀라 숨을 멈췄다.
“헉.”
누군가가 변기에 앉아 있었는데 머리가 없었다. 잘린 목 부위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잘린 머리는 바로 그 피바다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유선은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은 그 머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봤다.
--- p.218

“공포에 빈틈이 생기면 그 감정은 곧 분노로 바뀝니다. 공포와 분노는 동전의 양면과 같으니까요. 공포가 분노로 뒤집힐 때 날 선 감정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뻔합니다. 바로 우리들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우리를 범인으로 몰아갈 겁니다. 내부에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내 다 같이 공격하는 게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는 훨씬 더 효과적이니까요. 이런 섬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합니다.”
--- pp.22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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