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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의 질문

밤 10시의 질문

꿈꾸는 돌-0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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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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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18g | 140*210*30mm
ISBN13 9788971995891
ISBN10 8971995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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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와 긱스는 지그재그 길을 지날 때마다 꼭 하는 일들이 있었다.
세 번째 모퉁이에서 늘 편지함 위에 올라앉아 있는 로완 아줌마네 고양이 마멀레이드를 재빨리 쓰다듬어 주었다. 마멀레이드는 털 뭉치 같은 늙은 고양이였고 아주 순했다.(긱스는 꼭 로완 아줌마 같다고 했다. “로완 아줌마도 늙고 친절하고 수염 비슷한 것도 있잖아.”)
다섯 번째 모퉁이에서는 둘이 번갈아 41번지 편지함 뚜껑을 탕 닫았다. 그 편지함은 불가사의하게도 날씨에 관계없이 늘 하늘을 향해 열려 있었다. 긱스가 이 동네에 이사 와서 버스 정류장까지 함께 걷기 시작한 뒤로 5년 동안 둘이서 이 일을 해 왔다. 오후마다 뚜껑이 다시 열려 있었고, 오후마다 다시 뚜껑을 닫았다. 41번지에 사는 다프리니 아줌마와 소년들 사이의 재미있는 작은 놀이였다. 어쨌든 프랭키는 다프리니 아줌마가 재미있어한다고 생각했다. 프랭키와 긱스는 그 놀이를 지극히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열 번째 모퉁이 바로 앞에서는 성질 나쁜 닥스훈트 로널드를 기습할 준비를 했다. 로널드는 주인집 말뚝 울타리 옆에 숨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짖어 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로널드의 주인은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애완동물 쪽은 망나니라 백번 골탕을 먹어도 쌌다.
--- p.15

“여자아이는 투수를 못 해. 팔꿈치가 둔하거든.”
얼마 전 프랭키와 긱스는 남몰래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지금 프랭키는 그렇지 않기를 바랐다.
데이비드 로빈슨이 나섰다.
“우리 누나는 투수를 할 수 있어. 동작도 빠르고.”
프랭키와 긱스는 또한 남몰래 데이비드 로빈슨의 누나 줄리만은 예외라고 인정했다. 줄리만 아니었으면 여자아이는 투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불변의 법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긱스는 줄리 로빈슨이 실질적으로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옳은 말을 했다. 줄리는 덩치가 크고 사나웠고 다른 여자애들은 가슴이 있는 곳에 잘 단련된 근육이 있었다.
“나도 빨라.”
시드니는 그 말과 함께 쏜살같이 옆으로 빠지며 껑충 뛰어올라 낙하 중이던 긱스의 공을 능숙하게 가로챘다. 그러고는 경기장 반대쪽 끝까지 달려가 멋진 궤적과 거리로 공을 도로 던졌다. 프랭키는 숙련된 눈으로 시속 70킬로미터라고 가늠했다.
“이야!”
--- p.59~60

고다나와 함께 도서관에 가던 일이 그리웠다. 물론 고다나는 그때도 지금처럼 두목 행세를 했고 지금처럼 심술궂고 종잡을 수 없었지만 도서관에 가면 잠시 사근사근해졌다. 시내로 가는 길에는 프랭키와 함께 버스에서 할 수 있는 ‘유모차 숙녀’ 같은 게임을 했다. 눈깔사탕이나 스페이스맨 캔디를 나눠 먹고 다른 승객들의 대화를 훔쳐 들었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프랭키가 고다나 옆으로 빈백 의자를 끌고 가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림책을 읽어도 절대로 비웃지 않았다.
둘이 도서관에 가는 날은 늘 토요일이었다. 오는 길에는 책이 든 가방을 끌고 비둘기 공원으로 갔다.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아 감자튀김을 먹었고, 프랭키가 비둘기를 스케치하든 말든 고다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고다나는 지나가는 퍼레이드를 구경하며 사람들의 특이한 행동을 끊임없이 해설했다. 프랭키를 웃겼다. 하지만 이제 고다나는 토요일마다 컵케이크 카페에서 일했고 프랭키와 긱스의 얼굴이 보이면 셋 셀 동안 은하 저편으로 꺼지라고 했다.
--- p.142~143

프랭키와 엄마는 그대로 말없이 누워서 창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따금 지나가는 차 소리, 문이 쾅 닫히는 소리, 뚱보 역장이 옆집 고양이 콜린과 아옹다옹하는 소리.
“볼쇼이 발레 본 적 있어요?”
“비디오로.”
(……)
“정말 가고 싶지 않아요?”
엄마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대답했다.
“가고 싶어. 하지만 알잖니.”
두 고양이는 창밖에서 소름 끼치는 이중창을 계속 뽑아 댔다. 러시아어보다 더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할 수 없었다. 격분한 듯한 뚱보 역장의 마지막 새된 소리만 예외였다. 프랭키는 그 소리를 꺼지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쿵쿵 소리와 스치는 소리가 조금 더 난 다음, 긴 정적이 이어졌다.
프랭키가 말했다.
“엄마가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생일 선물로 표를 사 드릴 수 있어요.”
그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한테 직접 만든 생일 상품권을 주면서 맥컬로 보호 지구에서 자신이 찾아낸 아기 노랑촉새 둥지를 보러 오라고 초대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때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다. 작업대의 전기 믹서 앞에 서서 부들부들 떨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케이크 반죽 속으로 퐁퐁 떨어졌다.
“혹시 알아요? 이번에는 괜찮을지도 몰라요.”
그것은 오래된 희망이었다. 프랭키도 거의 잊은 희망이었다. 이제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고 결심한 지 오래였다.
“프랭키, 미안하다.”
엄마 목소리는 속삭임에 지나지 않았다.
--- p.166~167

“다 잘될 거야.”
알마 이모는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리는 프랭키에게 말했다.
“다 잘될 거야.”
그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프랭키를 꽉 껴안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어렴풋이 틴 이모와 넬리 이모도 베란다로 나와서 등을 두드려 준 다음 도로 집 안으로 들어가 긴 복도를 따라 각자 하던 일로 되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넘어지거나 나쁜 꿈을 꾸었다고 울거나, 집에 가고 싶어 하거나, 고다나나 루이를 보고 싶어 하던 네 살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마침내 울음을 그치고 알마 이모의 품에서 빠져나와, 이모와 나란히 베란다 맨 위 계단에 앉았다. 돌길을 뚫고 올라오는 식물의 덩굴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또다시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알마 이모가 말했다.
“이런 때야말로 담배를 피울 줄 알아야 해. 담배는 생각을 모으는 데는 그만이거든. 하지만 어린아이를 망칠 수야 없지.”
축 처진 카디건 주머니에서 시가 갑을 꺼내 시가에 불을 붙였다.
“나는 담배를 피울 테니 너는 생각을 모으렴.”
프랭키는 시가의 나무 향을 들이마시자 숨이 딸꾹질로 변했다. 울었더니 얼굴이 아팠다. 온몸 여기저기를, 광대뼈며 허파며 다리를 흠씬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다. 알마 이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참을성 있게 담배만 피웠다.
--- p.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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