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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 개정판 ] 페이지터너스 -00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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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36g | 120*202*13mm
ISBN13 9791198088567
ISBN10 1198088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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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나를 짓누른다. 친구가 그립다. 진실한 친구가…….
이런 나의 탄식을 곁에서 들어줄 사람이라면 아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그 누구하고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거리를 헤매다 밤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손톱만큼밖에 안 되는 우정과 사랑이라도 얻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을 것이다.
--- p.37

나는 좀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과, 그의 주소도 모른 채 기약도 없이 헤어진다는 사실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 처하면 몇 시간이고 우울해져 죽음이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 보통은 죽음에 대해 곧 잊어버리지만, 누군가와 기약 없이 헤어진다거나 하면 나도 모르게 ‘나는 외톨이로 살다가 이대로 죽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다.
--- p.45

분 정도 시간이 흘렀다. 나는 완전히 맥이 풀린 채로 그 자리를 떠났다. 억지로 기운을 내 보려고도 하지 않고, 오히려 가능한 한 슬픔을 지속시키기 위해 애를 쓰며 걸었다. 마음을 꽁꽁 닫아걸고, 내가 정말로 보잘것없고 비참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부러 더 각인시키려 애쓰며 걸었다.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찾고 있었다.
--- p.50

비야르 씨, 당신이 만약 제 친구가 되어 준다면 정말 행복할 겁니다. 마음속 끝까지 행복할 겁니다. 고독이나 빈곤은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저는 친구를 갖고 싶습니다. 일도 하고 싶고요. 한마디로, 저는 살고 싶습니다.”
--- p.60

내가 원하는 건 불행한 친구다. 나처럼 있을 곳이 없는 사람, 같이 있어도 의리나 은혜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가난하고 착한 사람. 내가 찾는 건 오직 그런 사람이다.
--- p.61

사랑을 나누는 모든 커플은 천하의 이기주의자들이다. 자신들 생각만 하고 예절이 뭔지도 모르는 작자들이다.
--- p.62

전단지를 배포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꼭 받아 준다. 이 사람들이 몇천 장씩 전단지를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뭔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뭔가를 주려는 그 손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인간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 p.76

나에게도 애인이 생긴다. 나를 사랑하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몸을 맡기는 연인이 말이다. 나는 일부러 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해야 긴긴밤이 조금이라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 p.85

나는 ‘미래’라든가 ‘희망’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동안에는 괜찮지만, 일단 입 밖으로 뱉고 나면 무의미하게 들리고 만다.
--- p.93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와 비슷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 원인은 언제나 나의 고독에서 비롯되었다.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갈망한다. 다만 아는 사람이 없으니,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리로 나가지 않으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기회가 없다. 그렇게 하다 보니 결국 이런 꼴이 되고 만 것이다.
--- p.97

나는 이제 내가 가진 것을 느뵈와 나눠 갖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나눠 갖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그에게 주고 싶었다. 가난하다고는 해도, 나는 아직 너무나 여유로운 편인지도 모른다. 타인에게 모든 것을 주고 자신은 빈털터리가 되어, 그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해하는, 이처럼 고귀한 환희가 또 있겠는가! 느뵈에게 ‘모든 걸 자네에게 주겠네’라고 말하려던 그 순간,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 걸음을 멈췄다. 어쩌면 이 남자는 그럴 가치가 없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 p.105

역을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는 밤낮없이 활기가 넘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역처럼 잠을 자지 않고도 생생할 수만 있다면 지금처럼 고독하지는 않을 것이다.
--- p.111

내가 바라는 건,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며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이것이 당치 않은 소망은 아닐 것이다. 오열을 참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억지로 계속해서 울려고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일어섰다. 볼에 눈물이 말라붙어 있어 세수하고 타월로 닦지 않았을 때처럼 불쾌해졌다.
--- p.155

그녀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자는 아니었다. 특히 발이 예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한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데는, 그 여자가 나를 바라봐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p.158

가끔 하는 생각인데, 어쩌면 나는 머리가 좀 이상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늘 행복을 손에 넣으려 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 모든 걸 망쳐 버리고 만다.
--- p.163

내 몸이 따뜻하다. 틀림없이 살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심이 된다. 애정을 담아 나의 피부를 만지며, 심장의 박동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대지는 않는다. 사실 아무리 무섭다 해도, 심장 박동 소리만큼 무서운 건 없다. 명령도 하지 않았는데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이 기관은, 언젠가는 분명 허망할 정도로 간단히 멈춰 버릴 것이다.
--- p.174

고독, 얼마나 아름답고 또 슬픈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하지만, 내 뜻과 상관없는 오랜 세월의 고독은 한없이 서글프다. 강한 사람은 고독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친구가 없으면 외롭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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