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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구를 죽이려고

ON 시리즈-1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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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564g | 138*203*22mm
ISBN13 979115740378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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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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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매구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호한 존재는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물이다. 그러므로 여기 이 스케치에 등장하는 동네와 사람들 사이 어디쯤에 반드시 있어야만 말이, 아니,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매구는 소문이라 영원히 그려 넣을 수 없다.
--- p.135

지목을 당하는 순간 수많은 얼굴들 속에 숨어 있던 그 기이한 얼굴이 눈을 떴다. 이하는 흠칫 놀랐다. 어린 시절 매구호수에 빠졌을 때 빗속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그 모호한 얼굴과 너무도 흡사했다. 보는 순간 바로 알아보았다. 뭉뚱그려져 있던 기억이 순식간에 완벽한 형상을 갖췄다. 마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던 말이 실재가 된 것처럼.
--- p.236

두산의 말대로 이 동네에서 매구는 훌륭한 핑곗거리였고 상처를 덮는 말이었으며 의지할 무언가였다. 이 사람 저 사람 연결된 소문들을 매구가 가리고 있었다. 매구는 모호하고 두려운 존재로 진실을 감추며 스스로 실재가 되었다.
--- p.249

세상엔 늘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집게손가락이 멋대로 떨고 있는데 아무도 그 원인을 설명해주지 못했다. 마시지도 않은 알코올이 몸속을 떠도는데 누구도 그 이유를 몰랐다. 이상하지만 이제 더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려니 여긴다. 대숲이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그런 것이다. 그냥 그런 것이다.
--- pp.249~250

딱히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뭐 어쩌겠어. 그냥 운이 나빴던 거야. 아, 날 원망하면 안 돼. 전적으로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는 건 존재하기 위해서야. 모든 생명의 본능이지. 그 시간에 뭔가 물에서 나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갔어야지. 날 보자고든 건 그 아이야.
--- p.426

괜찮아. 우린 다시 보게 될 거야. 언젠가 어디선가 다른 모습으로 말이지. 말했잖아. 난 네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늙어 죽는 것까지 모두 지켜볼 거라고. 난 죽일 수도 없고 죽여지지도 않아.
이상한 것은 언제나 이 세상에 있어왔고 모두가 있기를 바라지.
--- p.439

아리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양쪽 팔을 벌렸다. 두 발도 페달에서 뗐다. 이하도 따라 했다. 내친 김에 눈도 감았다. 아무려면 어때. 이대로 달리다가 어딘가에 처박히든 말든. 바퀴들끼리 신나게 질주했다. 서늘한 바람이 뺨을 훑고 지나갔다. 자전거는 흔들흔들 춤을 추며 제멋대로 달렸다. 그러다 결국 대나무들 사이에 걸려 멈췄다. 심장이 뜨거워지면서 머리 위가 아득해졌다.
--- p.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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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매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알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여주는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활자로 펼쳐진 장면들이 영상처럼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어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금세 읽어낼 수 있다. 『매구를 죽이려고』는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미스터리 추리·스릴러·드라마·코미디까지 흥미로운 것들의 면면을 다양하게 품고 있는 작품이다. ‘매구’가 올여름 흥미로운 납량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민규동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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