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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하나가 놓이기까지

: 해피‘엔딩’ 이야기

리뷰 총점10.0 리뷰 10건 | 판매지수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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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20*188*20mm
ISBN13 9791187789420
ISBN10 1187789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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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산타는 한파 속 멀고 먼 여정을 마다하지 않고 선물을 건넸고 그를 돕기 위하여 많은 이들이 희생을 감내하였다. 하지만 선물이 도착하기까지의 그러한 사정은 정작 그 혜택을 받게 될 아이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영원한 비밀로 남는다. 방금 하비 슬럼펜버거는 아무런 부채감 없이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아이는 유독 빛나는 태양을 바라보며 거리낌 없이 행복할 수 있었다.
--- pp.16~17

어른인 나를 불편하게 만든 건 《헨젤과 그레텔》과 같은 부류의 결말이다. 다양한 판본의 《헨젤과 그레텔》 그림책을 접하며 내게 떠오른 근본적인 의문은 ‘악인에 대한 적절한 처벌 없이 해피엔딩은 가능한가?’였다.
--- p.30

결국은 평생 다른 일은 다 싫고 시만 쓰고 살겠다고 결심해버린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내가 돈에 연연하지 않는 건 시인이기 때문이지, 글을 쓰는 게 돈을 버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야. 그런 식의 궁색한 기만이 내게는 필요했다. 그럼에도 시 쓰기는 내가 손에 쥐고 싶었던 가장 특별한 빛이었다.
--- pp.54~55

인생의 99%를 실험실도 전쟁터도 아닌 일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부모들이 진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란 아이를 위하여 기꺼이 목숨도 버릴 수 있는지와 같은 물음이 아니다. 식탁 건너편에 앉은 아이가 말을 걸어올 때 당신은 스마트폰 대신 아이 얼굴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어줄 수 있는가? … 새로 산 니트 위에 실수로 토마토소스를 쏟은 아이에게 화내지 않을 수 있는가? … 부모의 사랑에 관하여 우리가 받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란 실은 이런 것들이다.
--- pp.64~65

10년 전 아르네이즈는 노예 농장 근처에 매장되었으며 동시에 그를 사랑했던 에이널의 가슴에 묻혔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은 에이널과 토르핀의 삶을 폐허로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두 인물이 망자를 가슴에 품고도 씩씩하게 살아남았기에, 먼 훗날 그들은 아르네이즈를 전혀 모르는 개척지 주민들에게까지 아르네이즈라는 의미를 전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방식이 죽음을 다루는 가장 나은 엔딩 중 하나라 믿는다.
--- pp.87~88

타자를 향한 윤리적 행위와 접속을 가능하게 만드는,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 부르는 기적은 가장 선정적인 얼굴로 처음 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현실 속 좋은 결말이 전적으로 윤리적이었던 적은 없다. 저기 화면 속에 억울하게 죽고 부서진 타자들이 존재한다면, 저들을 홀로 죽게, 혹은 죽은 채로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사회에 지금 필요한 좋은 결말이다.
--- p.95

좋은 복수극은 내러티브의 전반부를 통해 주인공을 죽도록 괴롭힐 수밖에 없다. 더욱 통쾌하고 짜릿한 해피엔딩을 보여주기 위하여, 복수극 속 우리가 사랑하는 주인공은 밟히고 찢겨야 한다. … 주인공의 삶이 나락 깊숙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그가 기어서 올라가야 할 높이─이 높이는 극의 초반, 완전한 승리를 거둔 듯 보이는 가해자가 서 있는 어떤 꼭대기의 높이기도 하다─도 비례해 늘어난다. 극의 엔딩은 언제나 그 나락과 꼭대기의 격차만큼 짜릿한 것이다.
--- pp.126~127

집으로 돌아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저 비밀은 그래서 어떤 결말로 이어졌을까? 그날의 별이 무척 크고 아름다웠다는 결말. 그런 비밀스러운 별이 나를 조금은 더 조심스럽고 신중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는 결말.
--- pp.153~154

문학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따지는 효용론의 측면에서 볼 때 인간에게 인간적인 것을 돌아보게 하는 결말보다 더 아름다운 결말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사 장르의 개연성은 기만적인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관철해낸다. 우리는 어떤 슬픈 서사가 헛것임을 알더라도 그것이 충분히 아름답다면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그러나 또 그러한 슬픔이 결국 헛것의 산물임을 알고 있기에 독자는 거기서 감동과 교훈을 얻는다.
--- pp.16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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