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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다른 얼굴로 되돌아온다

: 네오 클래식 무비 199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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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54g | 128*188*14mm
ISBN13 9788954694674
ISBN10 8954694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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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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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일까? 영화를 만든다는 것,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늘 질문뿐이었고 답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영화 〈리스본 스토리〉에서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가 들려주었던 소박한 독백이 떠올랐다. 영화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이자 그 시간의 그림자라는 것. 지나간 현재에 대해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기억뿐 아니라 떠올릴 수 없는 기억까지 담아서 보여준다는 것.
--- p.9

죽음은 그렇게 갑작스럽고 낯선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삶에 보이지 않게 겹쳐져 있는 또하나의 세계 혹은 현실인지도 모른다. 영화 내내 화면을 장악하고 있는 수많은 작은 틀들, 즉 문, 창문, 통로 들은 우리 삶에 내재되어 있는 죽음의 표지들이다.
--- p.46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사랑의 가능성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파스빈더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삶의 의미를 잃고 감정마저 잃어가는 독일의 전후 세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차이밍량의 영화 〈애정만세〉(1994)에는 그 사랑의 가능성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감정의 미세한 파동만 있을 뿐이다.
--- p.59

“바다를 떠돌 때만 마음이 놓여.” 영화 중간 지중해의 섬들을 옮겨다니다 지친 모레티가 선상에서 혼자 내뱉는 말이다. 어쩌면 이 짧은 독백은 그가 살아온 인생을 압축해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 p.71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의 한 장면은 영화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키아로스타미의 깊은 사유를 잘 드러내준다. 영화 중반, 주인공-감독은 어느 집 입구에 앉아 있다가 허물어진 벽의 창문 너머로 바람에 흔들리는 올리브 나무를 발견한다. 그리고 무엇엔가 홀린 듯 다가가 한참을 바라본다. 마치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처럼, 올리브 나무의 나뭇잎들이 무너진 마을 구석 어딘가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고요히 시간 속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 p.112

쇠락은 곧 ‘자기소외’로 이어진다. 장 아메리가 『늙어감에 대하여』에서 말한 것처럼, 노년의 진실은 내가 ‘나 아닌 나’가 되는 깊은 충격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지녀온 젊은 나와 거울에 비친 늙어가는 나 사이의 불일치를 견딜 수 없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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