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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벽

: 도련님, 히입니다

토마토문학팩토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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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436g | 142*207*30mm
ISBN13 9791192603391
ISBN10 119260339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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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서재는 나의 상상을 넘어선 영역이었다. 도련님이 가져오는 무수한 책들을 보며, 그것들이 빼곡히 쌓인 어떤 공간이라는 추상적인 상상만 했을 뿐이었다. 종이 뭉치가 모여 이뤄내는 화음이 있다는 건, 나란히 놓인 그 배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함과 경외감이 있다는 건, 정말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 p.19

나는 고아에다 하인이고, 여자이며, 장작을 팰 수 있다는 것 따위를 빼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인간이었다. 이대로 사는 것이 맞는가? 그게 정말 맞는가?
아름다운 도련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도련님과 같은 선상에 설 수 없으리라.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나는 장난감, 그 이상은 되지 못하리라.
--- pp.50~51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하고 있을 도련님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날이 갈수록 길게 뻗어 나가는 팔과 다리. 점점 샤프해지는 얼굴의 윤곽선. 깊어지는 눈동자와 죽음을 경험하며 한껏 성숙해진 모습. 나는 도련님을 관찰하는 데 아주 최적화된 인간이었다. 그를 동경했고 그처럼 되고 싶었다.

앞으로는 보지 못하겠구나. 거기까지 생각하니 목이 살짝 멨다. 로자 아줌마의 썩어가는 얼굴이 아직도 도련님 얼굴 위로 어른거렸다. 다른 이들의 모든 삶보다 도련님의 삶이 더 존귀하다는 말을, 나는 이제 믿지 않는다.
--- p.53

“세상이 갑자기 사라진 느낌이었겠네.”
주원의 말이 폐부를 찔렀다. 정확했다.
나를 죽이러 오세요.
그 말이 션을 살렸다. 히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션은 자신이 만나러 가기 전까지 히가 죽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니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힘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 p.135

션은 항상 어딘가에 속해 있었고, 그에 휘둘렸다. 세상의 안과 밖. 뒤집으면 밖이 안이 되고 안이 밖이 되는 곳. 문득 자신의 본성은 어디 있는지 궁금해졌다.
--- p.137

호수의 주인을 물어보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말해서도, 어떤 행동을 취해서도 안 된다.
아주 어릴 적부터 당연하게 들어온 이야기였다. 밥 먹기 전엔 손을 씻어야 한다. 자기 전엔 양치를 해야 한다. 집에 들어오면 부모님께 인사를 해야 한다. 그런 기본 행동 범위에 들어가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
하지만 제시는 가끔 궁금했다. 왜 당연한 걸까.
--- p.161

“너희들이 납득하는 범위를 넘어선 명령은 다시 생각해봐야 해. 대의와 명분은 중요하지 않아. 그 명령이 정말 필요한 거라면, 나아가 너희들 자신을 위한 거라면, 그게 무엇이든 누구든 제대로 충분히 설명해주는 게 맞아.”
--- p.173

“저는 국적도, 출신도 없어요. 저택에서 도련님이랑 살 때가 나았다고 생각한 적, 한두 번이 아니에요.”
--- p.187

히, 내게는 네가 바다보다 더 큰 존재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 p.276

히를 처음 봤을 때, 분명 반했던 게 틀림없다.
히의 까만 눈을 마주한 순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던 션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그저 신기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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