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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ook 신경옥이 사는 법

F·book 신경옥이 사는 법

: 「작은 집이 좋아」에서 못다 한 이야기

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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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894g | 215*275*20mm
ISBN13 9788993418767
ISBN10 8993418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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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신경옥
신경옥이라는 여자에게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한정된 타이틀을 붙이기는 어렵다. 그녀는 집을 고치는 여자이지만, 동시에 옷을 만드는 여자이기도 하고, 특유의 감각으로 살림살이들을 리폼하는 재주가 명불허전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신경옥의 막 바느질은 명품 브랜드의 그것을 웃도는 묘한 마력을 풍기고, 시골밥상 하나쯤 뚝딱 차려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게다가 수십 년 동안 구제시장과 도매시장에서 배우고 익힌 물건 건지는 안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 일단, 여기까지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하지만 그 여자의 진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사는 법’이다. 정말이지 닮고 싶은 것은 스스로의 인생을 대하는 그녀의 마음가짐과 실천이다. 엄마로, 아내로 최선을 다하지만 그 무엇보다 나, 신경옥으로 살아가는 일에 결코 인색하지 않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이상한 여유가 있다. 교육관도, 인생관도 그래서 참 독특하다.

아무 것도 교육하지 않았지만 딸 아들 번듯하게 키워내고, 절절 끓게 사랑하기보다는 뭉근하게 익혀가며 친구 같은 부부로 나이 들어간다. 그리고 60세라는 나이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미래를 꿈꾼다. 바로 이것,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경옥만의 별난 인생 이야기는 사느라 고단하고, 가족에게 희생하느라 ‘나’를 다 내어주는 이 시대의 엄마여자들에게 소소한 꽃씨 같은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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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면 하나 새롭게 페인팅을 하고 기뻐했던 시절이 있었다. 낡은 의자 위에 커버 하나 만들어 입히고는 행복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수수한 집과의 놀이들이 나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그러고 산다. 그렇게 내 감각대로 집을 바꿔가며 사는 즐거움을 버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망치면 어쩌나, 벌벌 떨지 말고 기분 내키는 대로 단장해보라고 권하는 것도 경험으로 얻은 즐거움들을 잘 아는 까닭이다. 망치면 다시 하면 되지. 그동안 잘못 살았으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살아보면 그만이다.

- 지나고 보니 파랗게 젊었던 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같은 건 없는데 딱 하나, 부엌에다 추억을 많이 남기지 못했던 것이 영 아쉽다. 그러니 눈 뜨면 부엌으로 달려가야 하는 날들을 한껏 기쁘게 맞이하라고 넌지시 말 건네고 싶다. 부엌 하나 만큼은 여자 감각대로, 기분 나는 대로 한껏 단장해보라고도 말하고 싶다.
그래야 살지. 그래야 매일 똑같은 살림만 하면서도 기쁘게 살지. 멀쩡한 새 싱크대를 갈아엎으며 남편에게 또 세상에게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 10년이 넘게 싱크대 앞에만 서면 ‘잘했다’ 싶다. 그럼 된 거다.

- 기다리는 것보다 더 큰 해답이 없을 때가 많다. 자식을 키우는 일이 꼭 그렇다. 눈비 오고, 바람 드는 날이 참 많지만 흔들리지 않고 기다려주면 볕이 든다. 분명히, 반드시. 그러니까 엄마는 절대로 흔들리면 안 된다. 그러니 언제나 그 자리에서 똑같이 팔 벌린 채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언제라도 안아주고, 손잡아줄 수 있도록.

- 살다 보면 화려한 옷이 필요한 날이 있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괜히 화려해 보이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럴 때 옷장을 열어보면 부아가 난다. 뭐 이렇게 옷이 없나. 쥐색, 검정색, 갈색… 죄 칙칙하고 무난한 옷들만 모여 있는 걸 보다가는 느닷없이 신세 한탄이 나오기도 한다. 변변한 옷 한 벌 없이 뭐했나, 싶은 거다. 하기는 펑펑 사 입을 여유 있는 여자가 몇이나 되겠나. 그런 날, 나는 재봉틀을 꺼낸다.
만들어 입으면 그만이다. 내 멋대로 한껏 화려하게! 만들지 못하는 여자는? 리폼이라도!

- 아줌마로 산다는 게 무겁다 그러지만 아저씨로 사는 것도, 아가씨로 사는 것도, 영 가볍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씩 술잔을 기울이는가보다. 어쩌면 술잔이 아니라, 마음 기울어가는 소리가 듣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꼿꼿하던 마음자락 기울여 보겠다고 오늘 우리 집에 술손님 오신단다.
반가이 맞아줘야지. 얘기 들어줘야지.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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