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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송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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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24g | 130*200*15mm
ISBN13 979119296853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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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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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재생할 기기가 없어서 아무 소용이 없지만 어떤 물건은 간직하는 행위 자체가 쓸모이기도 하지.
--- p.37

영원히라는 말은 언제까지 유효한 것일까? 영원할 거라 믿은 네 사람이 모조리 죽기 전까지는 살아 있는 말일까?
--- p.72

은수는 자신이 과연 늙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늙음이 축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프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교연의 빛나는 머리칼과 보송한 피부를 보면 젊음만큼 아름다운 게 있을까 싶었지만 지금의 은수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인생의 모든 파도를 넘어 한껏 늙은 사람의 몸이었다. 모세혈관이 내비치는 얇고 투명한 피부와 새하얀 머리칼, 맑음을 잃은 눈동자에 서린 세월과 그로 인한 깨침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은수에게는 이제 도달하지 못할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 p.75

명문대에 간 은수가 정말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었다면 별 볼 일 없는 식당 아줌마인 자신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을 텐데 이제 와서 옛 친구랍시고 아는 척을 하면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르지. 왜 그런 생각은 못 했을까. 아니, 아니다. 은수가 그럴 리가 없지. 은수는 그런 아이가 아니야. 하지만 그런 아이가 아니었을지는 몰라도 이젠 그런 어른일지도 모른다. 홍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커피잔만 매만졌다.
--- p.110

미호는 사실 달리기라면 젬병이었다. 대체로 동작이 느렸고, 항상 일정 수준으로 주눅이 든 상태였다. 오직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만 편안해져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넷이 있을 때면 공부 잘하는 은수의 친구, 씩씩한 홍희와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기민의 친구이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든든했고 으쓱해지기까지 했다.
--- p.137

홍희가 높은음자리라면 미호는 낮은음자리랄까, 홍희가 16분음표라면 미호는 4분음표랄까, 그런 차이는 익숙하다 생각했지만 막상 새로운 일에 맞닥뜨리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은수는 뭐랄까, 메트로놈이었다. 정확했고, 지치지 않는 평정심 같은 것이 내장된 완전체 같은 아이였다. 상황이 종료되고 느릿느릿 도착한 기민은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오선지였다.
--- p.139~140

대체로 평온한 일상이었으나 평온하다는 말이 무력하다는 말과 어떻게 다른지 미호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 p.143

생각만으로도 배 속 저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해도 돌아갈 수 없는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의 날들. 그 시절만큼은 미호에게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갈무리되어 있었다. 삭막한 중학교 교정이 아니라 이젠 100년을 훌쩍 넘긴 역사를 가진 여고의, 이름도 모를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던 아름다운 교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친구들. 그들과 함께 열광했던 송골매.
--- p.145

귀에 익은 일렉 기타의 인트로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수십 년의 세월을 지워버렸다. 두 뮤지션의 세월과 관객의 세월을, 그들 모두에게 내려앉았던 시간의 더께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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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평범한 학생이었던 우리가 취미로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을 발표했다. 그런데 아마추어들의 보잘것없는 노래를 사람들이 좋아해주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아니 왜? 라디오 DJ로 전향해 활동하다가 수십 년 만에 송골매로 무대에 다시 섰다. 과연 관객들이 오랜만에 돌아온 송골매를 반갑게 맞아줄까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꽉 찬 객석을 보고 내가 제일 놀랐다. 이분들은 아니 왜? 더 놀랄 일은 이제부터다. 이경란 작가의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분이 송골매가 등장하는 새로운 소설을 쓰셨단다. 아니 아니 왜? 해답을 알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어보자^^
- 배철수 (송골매 리더,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중년 여성 홍희는 여고 시절 송골매의 찐팬이었다. 송골매가 재결합하여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는 단짝 셋을 찾는다. 이경란의 소설은 배경 설정부터 독자를 휘어잡는다. 지붕을 넘나들며 옥탑방 이웃끼리 은밀히 만나질 않나(등단작 「오늘의 루프탑」), 주거난민 청년들이 n빵 하기로 하고 낡은 아파트에 입주한다(장편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실상 이경란은 인물들에 주목하는 작가다. 둘씩, 셋씩, 혹은 넷씩 인물들을 별난 무대에 올려놓고는 무슨 일이 일어나나, 마치 충돌실험을 하듯 지켜본다. 『디어 마이 송골매』는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아니었던 여고 시절을 가장 행복하게 기억하는 중년 여성들의 삶을 모자이크하는 구도를 갖고 있다. 관계의 집요한 탐색이라고 할까. 이경란 소설의 본령인데 인물들의 남루하고 외로운 일상을 부조해가는 솜씨가 어찌나 공감 가는지, 독자는 서로의 삶을 비끄러매는 인물들의 행로를 제 일처럼 응원하게 된다. 관심과 연대, 세대를 잇는 이해의 장을 뻐근하게 체험한다. 돌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시대에 이경란만큼 돌봄의 가치를 확장해가는 소설을 써내는 작가도 흔치 않다.
- 전성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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