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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예들

심아진 | | 2023년 09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38건 | 판매지수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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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135*200*30mm
ISBN13 9791160201901
ISBN10 11602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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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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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생에 예의를 갖추지도 않고 배려심이 깊지도 않은 채찍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다.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그저 어떤 종류의 채찍이냐 하는 것뿐. 아홉 가닥 채찍이라 해서 덜 아픈 게 아니고 서른아홉 가닥 채찍이라 해서 더 아픈 게 아니었다. (…) 채찍의 끝에 날카로운 뼛조각이 달렸든 가시, 쇳조각, 쇠구슬이 달렸든, 임계점을 벗어난 고통의 소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 p.12

여자는 지나치게 건조해 보였다. 어설프게 살아 있느니 차라리 바싹 말라 죽어버리고 말겠다며 꼿꼿하게 수분을 빼고 있는 드라이플라워 같았다. 효령은 사진을 들고 엄마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치매가 오고서도 엄마는 속마음을 열지 않았다. 아니, 치매가 왔으니 더 어찌할 수가 없는 건가. 효령이 사진 속 여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엄마는 딴청을 피웠다. 마치 징그러운 그리마라도 본 것처럼 미간을 찌푸리다가 곧 건강할 때처럼 푸닥거리라도 할 태세로 자신의 방울을 찾아 헤맸다. 효령이 부르짖었다. “날 위해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뭔가를 할 수 없어? 제발 딱 한 번만이라도…….” 하지만 엄마는 눈을 꼭 감은 채, 여전히 찾지 못했고 앞으로도 찾지 못할 방울을 맹렬히 흔들어댔을 뿐이다.
--- p.42

아이의 인생이 펜의 분홍색처럼 곱게 빛났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 해도 대신 그 이해로 인해 무언가를 잃는 일 없이, 그저 주어지는 것은 기꺼이 누리되 가질 수 없는 것은 조금만 애태우면서, 가만히 살아가면 좋겠다. 자기를 파괴하고 주변을 망치고서야 이르게 되는 헤아림이 있다면, 그 헤아림이 어떤 경지든 효령은 윤지가 그것을 향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무모하게 도전하기보다 안전하게 포기하게 할 것이다. 실쌈스레 타협하도록 가르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윤지가 부득이 생의 채찍을 맞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효령은 기꺼이 몸을 던져 대신 채찍을 맞을 것이다. 좌절의 채찍이든 배신의 채찍이든 실연의 채찍이든, 그 어떤 채찍이라 해도 아이의 무고한 피부에 상처 내지 못하게 하리라.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리라.
--- p.70

남자는 쓰러져 있기보다 해야 할 일을 찾아 일어서는 귀연이 대견하다. 한편, 그녀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당사자가 자신일지 몰라 미안하다. 남자가 부다페스트에 도착하고 서도 내내 거리를 두다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건, 관광이 지겨워져서거나 혼자 있는 게 외로워져서가 아니다. 진짜로 귀연에게 살짝 미안해져서다. 그러니까 그 남자는 나다.
--- p.101

나만 생각하고 살 거야, 나만. 스물두 살에 한국을 떠나면서 귀연이 스스로에게 한 말이었다. 쉽지 않았다. 매몰차게 자신만을 바라보기로 작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타인에게 눈을 돌렸으며, 그 때문에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고단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자신만 생각하며 살겠다고 이를 악물었지만, 번번이 그 결심이 실수인 척, 우연인 척 느슨한 틈을 찾아 빠져나갔다. (…) 나만 생각하고 살 거야, 나만. 귀연에게 그 ‘나만’은 언제나 그림을 의미했다. 그림은 귀연의 모든 감각이었고 신체였으며, 영혼 자체였다. 죽음과만 맞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삶이었다.
--- p.120~121

가자, 계속 산책하는 거야. 요세핀이 검은 앵클부츠를 성큼 내밀며 걷기 시작하자, 마태도 난도도 씨엉씨엉 따라나선다. 음악에 따라 춤을 추는 물 분수의 하얀 날개가 세상을 관조하며 퍼덕이고 있다. 지나치게 초록인 나뭇잎도, 너무 부드러운 풀잎도, 심하게 단단한 자갈들도 모두 빛난다. 요컨대, 햇빛 아래 반짝이지 않는 것이 없다.
--- p.131

효령은 서랍 아래에서 여자의 사진을 발견한 이래, 부적이라도 되는 양 그걸 꺼내 보곤 했다. 배가 아픈지 고픈지 분간할 수 없었을 때, ‘장하다’는 말 뒤에 ‘징하다’는 의미를 감춰둔 친구와 헤어졌을 때, 내일을 이미 짓밟은 오늘이 영원히 반복되리라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깨달았을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상처를 자신을 학대해서라도 되갚고 싶었을 때 사진을 들여다보곤 했다. 기도를 하고 싶은 기분인지 저주를 퍼붓고 싶은 기분인지 스스로도 분간할 수 없었다.
--- p.165

내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네. 대충 살지 그럼, 죽을 둥 살 둥 아등거리며 사나?
매일 밤 홀로 누워 주무시는 거는요? 그건 어때요? 너무 외롭잖아요. 들러붙어 사는 자들이나 외롭다고 투덜대지. 난 안 그래. 혼어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복숭아색으로 물드나 싶더니, 목소리 못잖게 젊어진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모두를 사랑할 수 있었고, 온전히 혼자여서 모두와 함께일 수 있었던 자의 얼굴. 내가 감탄하는 걸 눈치챈 합죽한 얼굴이 길게 웃는다. 나도 모르게 또 그녀를 따라 웃는다. 부럽습니다. 그래, 그래. 많이 부러워하게.
--- p.257

먼 훗날, 홀로여서 더 탄탄해진 사람들은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쓰윽, 한번 문지르고는 다시 길을 떠났다. 피부가 갈라지고, 고름이 쏟아지고, 때로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서도, 그렇게 많은 걸 잃고서도 여전히 남은 ‘혼자’를 추슬러 걸음을 옮겼다. 경계도 없고 한계도 없고 따라서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을, 머무르지 않는 사람들의 자리를 향해서였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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