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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물질적인 밤

문지 에크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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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08g | 120*188*20mm
ISBN13 9788932042138
ISBN10 893204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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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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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나는 기숙사 룸메이트 안드레이와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중부 러시아의 추바시로 긴 여행을 떠났다. 볼가강 연안의 그 소규모 공화국으로 가는 길은 눈과 겨울과 자작나무와 얼지 않는 강과 낮고 단단한 영하의 길들로 잇닿아 있었다. 기차 안에서 보낸 2박 3일, 그리고 엘렉트리치카라고 불리는 낡은 전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들과 더불어 나는 춥다, 춥다, 춥다고 중얼거렸고 안드레이는 심상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로, 설원은 설원으로 이어져 있었다. 창밖으로 희미하게 흘러가는 볼가강에 인간의 흔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1-1. 자작나무, 일기」중에서

2007. 6. 23
경찰서에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한다. 단기 체류자도 예외가 아니다. 자본주의 러시아는 소비에트 시대의 잔여물을 기묘한 방식으로 이용하고 계승한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로 가서 안나를 찾는다. 그녀는 호텔이 아닌 곳에 묵는 나 같은 외국인들에게 돈을 받고 가짜 거주지 등록증을 만들어준다. 안나는 내일 두 시에 다시 오라고 한다. 나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러 먹을거리를 샀다. 낯선 향료가 든 샐러드, 말보로 라이트, 둥근 일본 쌀과 한국 컵라면, 스탄다르트 보드카 등속이다.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거리를 걸었다. 비가 내렸다. 이런 날에 도시의 뒷골목을 하릴없이 걷고 있으면 몸과 마음을 무언가가 조금씩 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를 흐르는 강물은 평화롭고 정교회 성당들은 오랜 시간만이 줄 수 있는 온화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몸이 조금씩 서늘해지고 심장에서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이것은 감상적인 비유가 아니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그런 느낌이다.
---「1-2. 백야, 일기」중에서

아직 소설이 아닌 무엇
소설을 쓰는 일 자체보다는, 아직 소설이 아닌 무엇을 떠올리는 일을 나는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가령 하루오라는 인물에 대해 쓰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오라는 사람이 머릿속에서 문득 눈을 뜨는 순간을. 눈을 뜬 하루오가 미소를 짓거나 걸어 다니는 순간을. 그러다가 문득 사라져버려서 나를 외롭게 만드는, 그런 순간을.
---「2-1. 산세리프에서 소설 쓰기」중에서

시가 불가능한 밤
더 이상 시를 쓰지 말아야 할 순간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시의 주어와 술어가 거의 일치하는 상태. 하나마나한 말을 반복하는 상태. 또는 시의 주어와 술어가 거의 분리되는 상태. 의미의 무한 속으로 사라지는 상태. 엔트로피가 제로에 도달하거나, 반대로 최대치에 도달하는 상태. 다른 말로 하자면, 죽음 또는 해탈의 상태. 동일한 상태. 그러므로 시는 죽음과 해탈에 반대한다.
---「2-2.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시 쓰기」중에서

문학은 게임이론이 작동하지 않는 해변이라고. 아이스크림 가게가 없는 해변이라고. 문학의 해변에는 진짜 파도가 치고 구름이 떠 있고 수평선이 보인다. 사람들이 웃고 울고 물속을 헤엄치고 파도를 타고 조난을 당하고 구조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 해변은 해먹에 누워 한가로이 책을 읽으며 여가나 휴가를 보낼 만한 곳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폭풍우가 치는 해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2-4. 삶, 자유, 정치」중에서

동물원에 대한 내 유년의 기억은 창경원에서 시작된다. 기억 속에서 창경원의 동물들은 크고 완강하고 격렬했다. 동물들의 벌린 아가리와 무엇이든 찢어발길 수 있는 이빨과 그 이빨에서 떨어지는 길고 굵은 침을 아이는 잊지 못 했다. 이상하게도 아이의 기억 속에는 작고 아담하고 귀여운 동물들은 한 마리도 없었는데, 작고 아담하고 귀여운 동물들에게도 아가리와 이빨과 침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들이 동화나 애니메이션 속의 부드럽고 귀여우며 우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 끊임없이 인간을 경계하고 인간에게 적대적이며 인간이 섣불리 이해할 수 없는 먼 존재라는 것을 아이는 직감으로 알았다.
---「3-1. 동물원」중에서

가난한 나라의 집들은 대부분 옥상이 딸린 1층짜리 집이다. 아주 오래된 집들이고 생각 외로 견고하지만, 정말 그곳에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작고 가난한 나라의 집들에도 2층이 있지만 대체로 좁고 옹색해 보인다. 지하층은 아직 발달하지 않은 것 같다. 옥상에 올라가 먼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많지만, 사실 그들은 석양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뿐 집을 관찰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집 같은 것을 관찰하기보다는 차라리 석양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3-2. 문학의 집」중에서

안전한 삶에 대한 혐오. 안전한 문화주의에 대한 부정. 미시마라는 인간은 그런 정신의 구현이다.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경계로 몰고 가서 그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자신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었던 것 같다. 자신에 대한 과잉 결정, 그것이 쇼와시대 일본의 자기부정과 맞물려 미시마를 시대적 아이콘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3-3. 금각사」중에서

오늘의 부다페스트는 지금보다 더 감상적이고 우울했던 1994년으로 나를 데려갔다. 30여 년 전의 러시아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 그때의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도시를 떠도는 문학청년이었고 지금의 나는 마감일을 생각하며 작업 일정을 계산하는 중년이 되었다. 나는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좋다.
---「4. 다시 겨울, 일기」중에서

말하자면 이 책은 1994년을 추억하는 2004년의 ‘일기’로 시작해서, 2004년을 추억하는 2023년의 ‘일기’로 끝나는 셈입니다. 1994년에서 2023년에 이르는 30여 년의 시간이 그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30년이라니, 어쩐지 어색하고 어리둥절한 기분이 드는군요.
---「작가 후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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