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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큰글자책)

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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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도서] 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장 클로드 무를르바 저/임상훈 역 문학세계사
10% 12,420
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88*257*20mm
ISBN13 9791193001264
ISBN10 119300126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내가 말했잖아 토멕, 네 잡화상 문을 밀고 들어가기 전까지 내가 얼마나 상상도 못 할 모험을 했는지. 이제 너에게 그 이야기를 해 줄 시간인 것 같아. 자, 토멕, 이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봐. 나는 아빠의 목말을 타고 어느 여왕보다 더 자신만만하게 북적거리는 새 시장을 구경하고 있었지. 부리와 깃털이 달린 모든 것들이 죄다 모이는 곳이었어. “어떤 새가 좋으니, 한나? 어떤 게 마음에 들어?” 해마다 아빤 이렇게 물었어. 그럴 때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중 하나를 가리켰지. 아빠는 값도 안 보고 당장 내가 원하는 걸 사 주시곤 했어.

그런데 왜 올해는 쉽게 결정을 못 하고 헤매고만 있을까? 정오가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못 골랐다니……. 그때 한 아저씨가 버들가지로 만든 새장을 무릎 사이에 놓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게 보였어. 나는 단 한 번 그 새장을 들여다보고는 망설임 없이 말했지. “아빠, 저거 살래요.” 부리 밑에 노란 반점이 선명한 청록색의 작은 멧새였어. “이 새, 얼마죠?” “오십만 파운드는 새 값이고, 럼주 한 병은 새를 넘겨주는 나를 위로해 주는 값이오. 이 새는 보통 새가 아니라오. 마법에 걸린 후, 천 년도 넘는 세월 동안 이렇게 새로 변해서 살고 있는 공주랍니다." 아빠는 새 주인에게 잠시만 새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어. 돈을 모아야 하니까. 그리고 일주일 만에 모든 재산을 다 팔았어. 집, 가축, 토지, 가구, 옷가지, 심지어 우리 형제들과 엄마의 옷, 침대보까지……. 그러고 나서도 돈이 모자라자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서는 결국 새를 사고야 말았어.

아빠와 나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어느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고, 아빠는 인력거를 끌면서 삼 년 동안 도시의 아주 가파른 길들을 수없이 오르내렸지. 그리고 어느 날 아침, 평소라면 일어나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빠는 일어나지 않았어. 아빠는 그렇게 과로로 돌아가셨어. 내가 겨우 아홉 살 때였지. 잠들기 전 아빠 생각이 나고, 고통이 나를 짓누르기도 했어. 그럴 때면 내 작은 멧새를 보러 가곤 했어. 그때마다 새는 나를 위로해 주곤 했지. 여느 때처럼 새를 보러 간 날이었어. 글쎄 그 새가 횃대 위에서 웅크린 채로 떨고 있는 거야. 난 새를 꺼내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부탁했어. “제발 떠나지 마……. 너마저 죽으면 나에게는 옛날의 어느 것도 남는 게 없어.” 그날 이후 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어. 그 새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게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 그건 바로 작은 공주를 잃게 되는 것이고, 나의 어린 시절과 아빠의 마지막 흔적까지 잃게 되는 것이니까.

그러던 어느 날 도시의 광장에서 한 이야기꾼을 만났는데, 그가 크자르강 이야기를 해주는 거야. 크자르강은 거꾸로 흐르는 강인데, 그 물을 마시면 절대로 죽지 않는다고. “그 강은 물과 사막을 지나 남쪽 지방 어디엔가 있는데, 그것을 찾으려면 용기와 꿋꿋함이 필요해.” 바로 그날 나는 결심했어. 그렇게 나의 가장 위대한 모험이 시작됐다. 과연 나는 끝없는 사막과 망각의 숲 그리고 거울이 없는 나라를 지나서 크자르강을 찾고 천 년의 새를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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