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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곡선

날카로운 곡선

임규찬 | 함향 | 2023년 08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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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70g | 128*188*20mm
ISBN13 9791193194034
ISBN10 119319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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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자유는 책임과 의무를 떠안고 실천하는 것이다. 책임과 의무의 회피에는 부자유가 있을 뿐이다. 실천을 미루는 것 또한 부자유다. 책임과 의무를 떠안고 실천하는 것에 서 당당한 자부심이 솟아난다. 그 곳에서 새로운 지평, 예 상치 못했던 가능성이 출현한다. 자부심과 가능성은 삶을 밀고나가는 실질적인 힘이자 에너지다.

자유는 인정욕망 밖에 있다. 인정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에 지금까지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진화의 산물이다. 인정욕망의 작동을 감지하지 못하면 인정욕망은 삶을 끌고 간다. 삶이 인정욕망에 코가 꿰는 것이다.

자유는 성욕에서 풀려나는 것이다. 성욕은 눈을 가린 성난 황소다. 드물게 마주하는 깊이와 무경계, 유연함은 성욕에서 풀려난 덕분이다. 성난 황소가 진정된 후에야 올바로 보인다. 그래서 나이 듦은 축복일 수 있다.

자유는 초심을 잃는 것이다. 초심으로 사는 것은 반팔 옷을 입고 꽁꽁 언 호수 위에 서는 것과 같다. 춥고 배고프고 외롭고 미끄럽다. 초심보다는 상황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유는 용감이다. 자기는 자신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비겁은 틈을 낸다. 그 틈으로 삶의 생기가 빠져나간다. 아나키스트들은 용감했기에 틈이 없었고 그래서 생기가 넘쳤다. 그들의 삶은 위대했다.

자유는 생각난 것을 바로 실천하는 사행일치思行一致다. 망각은 흘러간 물과 같다. 생각난 것을 바로 해야 찌꺼기가 남지 않는다. 생각난 것을 바로 해야 다음으로 원활하게 넘어간다.

자유는 내버려두기다. 시간은 신비롭고 묘한 어떤 것이다. 그 신비롭고 묘한 작용은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경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한다. 의지의 개입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우연과 변화는 필연과 불변에 우선한다.

자유는 광활한 시각이다. 의식적인 노력이 없는 한 사람은 옹졸로 간다. 옹졸은 자기 괴롭히기에서 타인 괴롭히기로 나아간다. 광활한 시각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연민에서 배양된다. 광활한 시각은 위에서 내려다보기다. 광활한 시각은 호혜로 실천된다.

자유는 무신념·무중독이다. 종교적 신념이든 정치적 신념이든 경제적 신념이든 신념은 삶을 경직시킨다. 술 중독이든 담배 중독이든 약물중독이든 중독은 삶을 옭아맨다. 신념과 중독은 우연과 변화·탄력·적응이라는 생명체의 본질에 반한다.

자유는 자연스러움이다. 종從된 맘은 그치고 꺼린다. 자체의 동력이 없다. 눈치보고 아부한다. 부자연이다. 주主된 맘은 거침없고 거리낌이 없다. 자체의 동력을 가지고 있 다. 나아간다. 자연이다.

자유는 관계의 단념이다. 관계는 우주와 인간의 핵심이다. 관계는 맺는 것만큼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구화의 느낌이 들 때 관계를 단념해야 한다. 그래야 감정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

자유는 지식이다. 모르면 답답하다. 모르면 미룬다. 모르면 피한다. 모르면 하기 싫다. 모르면 불편하다. 모르면 무시를 감수해야 한다. 모르면 도구로 전락한다. 알면 시원하다. 알면 당장 한다. 알면 하고 싶다. 알면 편하다. 알면 존중받는다. 알면 도구가 안 된다.

자유는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실패한다. 실패는 보편적이다. 자유는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이고 실행하는 힘이다.

자유는 의미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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