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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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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96g | 130*190*12mm
ISBN13 979119834640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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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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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왕할머니는 진짜 이상해. 했던 말을 또 하고 계속 먹으라고 하구. 내 엄마도 아니면서.” 아이는 억울한 사정을 또박또박 읊어 나갔다. 밥을 다 먹으면 과자를 먹어도 된다고 했기에 감자칩을 꺼내 먹고 있었는데 왕할머니가 귤을 먹어라 권했다고 한다. 감자칩을 먹던 중이니 귤은 안 먹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할머니가 똑같은걸 다시 묻는 탓에 같은 말로 대답했고, 잠시 후 또 다가와 귤 먹으 라는 말을 해서 결국 화가 났다는 것이다.
--- p.10

그녀가 팔십 번째 생일을 맞은 날, 사람들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축하주를 건넸다. 살 만큼 살았는데 이제 죽어야지. 새빨간 거짓말인 걸 알지만 자식들은 무슨 그런 말씀을 하냐며 쪼르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한사코 아니라고, 자기는 살 만큼 살았다고 몇 번 더 거짓부렁을 했다. 거짓말은 금방 드러난다. 죽기 전에 고향 땅에 가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 p.36

종이에 적힌 숫자들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글자 같기도 하고 시간을 그릴 줄 아는 어느 우주의 그림 같기도 했다. 할머니와 엄마, 나와 아이까지 4대를 걸쳐간 시간이 촘촘 하게 담긴 숫자들이었다. 숫자가 가진 세월을 떠올리다 재빨리 생각을 접었다. 지나간 시간에 비해 남은 시간은 짧고 아쉬울 것이므로, 어제 하던 이야기를 오늘 계속 이어 나간다. 숫자를 세듯 나이를 먹듯 계속 나아가는 일을 한다.
--- p.111

거실로 나온 식구 여럿이 모여 앉아 만두를 빚었다. 할머니가 하나 먼저 빚어 놓으면 조무래기들이 너도나도 만두피를 집어 들었다. 같은 스승에게 배워도 모양이 천차만별이었다.
“할머니 것은 어찌 그리 만두가 커요?”
“할미가 욕심이 많은가 꽉꽉 눌러 담았지.”
“내 만두는 늘씬하지요.”
“나는 동그란 왕만두지요.”
저마다 손을 내밀며 자기 것을 자랑하느라 바빴다. 이름을 써 놓지 않아도 누가 만든 건지 다 알 수 있었다. 요것들이 생김새는 달라도 속은 다 같아서 옹기종기 모여 보듬고 산다지. 조무래기들은 자기가 만든 걸 제일 앞에 놓겠다고 만두들을 이리 옮기고 저리 던졌다. 그러다 몇몇은 겉에 구멍이 나서 터지고 말았다. 덩달아 울음보가 터지면 할머니는 말없이 만두를 집어 밀가루를 묻혔다. 그렇게 몇 번을 쓰다듬으면 감같이 멀쩡해지고 만두 한 판은 무사히 낙오 없는 한상차림이 되었다.
--- p.136

장롱 안에 그대로 정돈된 이불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보았지만, 더는 그의 술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베개를 두고 앉던 그의 자리도 말끔히 정리되어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정적만 남은 그곳에서 나는 왠지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뭐라도 소리를 내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순간, 벽에 부딪혀 다시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내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가 벽을 벗 삼아 홀로 얼마나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을지, 왜 우리에게 그토록 같은 이야기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그의 길고 지루한 이야기의 끝이 항상 눈물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절규여야 했는지.
--- p.158

지난 주말에도 할머니는 엄마가 차린 밥상을 남기지 않고 말끔히 다 잡수셨다. 엄마는 할머니가 드실 수 있는 재료로 식사를 준비한다. 이가 더 빠지면 잇몸으로 드시도록 새로운 메뉴를 고민할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할머니이지만, 우리 가족은 말랑말랑한 두부와 몽글몽글한 달걀찜, 푹 익힌 감자 냄새가 고소한 찌개를 끓이며 여전히 할머니를 환영하고 있다. 대단한 의술과 열렬한 사회적 환대는 필요하지 않다. 할머니의 낡은 이가 다 빠져도 우리는 함께 먹고 웃고 지낼 수 있다.
--- p.171

우리는 다음에 또 대낮의 골목을 걷기로 하며 마지막 잔을 비웠다. 언제든 같이 거닐 곳이 있다는 게 제법 뭉클해서 혼자 속삭였다. 내가 지키고 서 있는 좌표가 누군가의 노선에 담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아직 지워지지 않은 장소와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가 귀향객에게 꺼내 보여주는 게 남은 자의 역할이라면, 계속 이곳에 머물며 기꺼이 수행하겠다고. 나는 화창한 대낮에 남은 자의 걸음걸이로 동네를 눈에 담는다. 오랜 시간 기억을 더듬는 사람들의 손길에 닳아버린 장소에는, 어김없이 남은 자들이 붙들고 있는 이름들이 떠돈다. 떠나간 이들, 언젠가 돌아올 이들을 기다리는 골목을 나는 오늘도 걷는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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